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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방범?

강남구 CCTV

강남구 CCTV의 현재


강남구는 지난해 8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강남구 전역에 272개의 방범용 CCTV를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CCTV의 범죄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5대범죄(살인·강도·절도·강간·폭력)건수를 분석한 서울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관내의 5대범죄 발생율은 설치 직후에는 25%의 범죄 감소율을 보였으나, 6개월 후인 올 2월에는 설치 이전 수준과 똑같은 범죄 발생율을 보였다. 또한 강남구 관내 경찰서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2004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24건으로 31개 경찰서 가운데 6위를 차지할 만큼 범죄 발생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강남구에 카메라가 설치된 지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서울시 전체 범죄율은 11% 감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방범 카메라를 설치한 강남구의 범죄 감소율은 6.9%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는 올해 100대의 CCTV를 추가 설치하였다. 강남구에 설치된 CCTV는 360도 회전과 22배줌이 가능하고, 녹화된 화면을 수배자 얼굴과 비교·대조할 수 있을 정도의 최첨단장비이다. 이 CCTV는 설치·관리비용이 대당 1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CCTV를 둘러싼 논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CCTV의 설치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왔다. 이번 보도를 통해 실제 CCTV가 가지는 범죄 예방 효과도 그 실효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또한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강남구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초상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근거법률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강남구 일부 주민들의 경우 실시간으로 녹화되는 CCTV가 실제 범죄를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심리적 안정(CCTV가 있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을 주기 때문에 설치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점을 보면 이와 관련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것 같지는 않다.


첨단 기술이 만능은 아니다.


특히 강남구 방범용 CCTV의 경우 실질적인 위험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수사를 보조해 주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건이 일어날 만한 장소에서의 구체적 대책보다는 CCTV의 녹화 내용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결국 사건이 발생 한 이후에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유용한 도구일 뿐이라는 셈이다.


2002년 발표된 영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첨단 감시카메라 장치의 설치보다는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영국 정부는 가로등과 CCTV의 효과측정을 위하 78년부터 2000년 사이 영국과 북미지역에서 발표된 CCTV와 가로등에 관한 34개의 주요 연구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 연구에서 CCTV 의 범죄예방 효과는 전반적으로 4%의 범죄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도(밝기)가 높은 가로등의 경우 20%의 범죄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또한 (사)일본방법설비협회는 「야간범죄에 대한 시민조사」를 통해 방범등의 조명이 범행억제 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안심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88%의 응답자가 범행시 가장 신경이 쓰이는 조명의 종류로 ‘가로등’을 선택했다고 한다. 한정된 범죄와 관련한 응답결과이기는 하지만 방범의 역할 외의 감시의 도구로서도 활용될 수 있는 CCTV에 비해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가로등이 가지는 효과에 대한 이 연구결과들은 흥미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


강남구청에 "사전예방원칙"을 알려주자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란 1992년에 채택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원칙 15조의 내용으로, “매우 중대하거나 비가역적인 피해의 위협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완벽한 과학적 확실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환경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효율적인 조치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 CCTV는 이 '사전예방원칙'에 정확하게 반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기본적으로 CCTV는 설치 장소를 지나가는 행위주체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행동을 관찰, 촬영하는 것이므로 그 장소에서는 누구든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이 사생활 침해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다. 특정 사건 발생 후 수사자료로 활용될 시에는 개인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을 공개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인격적인 권리까지도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를 찍히는 당사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정보에 대한 삭제 권리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범죄예방 효과 마저도 의심되고 있는 강남구 CCTV의 경우,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가며 설치를 확대한다는 것은 ‘비용효율적 조치’와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경찰의 수사력을 보조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의 인권을 담보로 해서 마구잡이로 CCTV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주민을 '위한' 방범이 주민을 '위해하는' 방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 8월 19일자 기사 '강남 방범 CCTV 반짝 효과' 참조.


**CCTV가 영국 런던 폭탄의 테러용의자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실제로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해 내지는 못했다.

덧붙이는 말

필자는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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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 CCTV , 강남구 , 방범 , 사전예방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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