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연대의 기관지 월간평화연대

인권활동가대회, 그 2박 3일의 경험

인권활동가대회, 그 2박 3일의 경험



마음이 설랬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지 이제 반년, 전국인권활동가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아아, 얼마나 큰 스케일인가. 인권활동가대회의 앞을 장식하고 있는 ‘전국’이라는 단어는 이것저것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 새내기 활동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 설레는 마음의 원천은 2005년 여름, 아랫집 식구들(같은 건물을 사무실로 쓰는 평화인권연대, 피자매연대, 전쟁없는세상과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평화캠프이다. 평택 미군기지 근처의 초등학교를 개조한 건물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비폭력주의를 공부한 평화캠프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경험적 자산을 남겨주었던 것이다. 하물며 전국적 스케일의 대회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떠한 기상천외한 경험들을 하고 올 수 있을 것일까하는 폭풍과 같은 설렘은 어쩔 수 없었다. 명동성당 뒤편에 모였다가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를 통해 충주리조트에 도착하였다. 3층의 강당에서 잠시 대기를 하였다가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첫 프로그램으로는 색지와 펜을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명찰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하나하나 너무나 익살맞은 재치를 보여주고 하나같이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렇다. 물론 지금도 변함없지만, 평소 가지고 있던 인권활동가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과 태풍과 같았던 인권활동가대회에 대한 설렘으로 인해 이미 내 두 눈엔 콩깍지가 씌어져 있었던 것이다.

여하간 아랫집 사람들,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장애우문화센터,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다양한 단체의 활동가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고, 곧 이어 두 번째 프로그램인 골든벨이 진행되었다. 2005년에 있었던 각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퀴즈로 풀어보는 시간이었는데 문제 난이도가 들쑥날쑥하여,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의 날짜를 맞추는 문제를 시작으로 대거 탈락한 활동가들이 패자부활전의 문제 하나로 전원 기사회생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육식위주의 식사시간이 이어진 후, 오후 프로그램 ‘인권운동의 길찾기’에서는 평화인권연대 손상열 활동가의 발제로 인권운동 전반의 현재상황과 문제점, 나아가야할 점 등을 우리에게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나에겐 여러 토론거리 중 인권활동가의 재생산 문제가 와 닿았다. 나는 인권활동을 하기위해 책임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전쟁없는세상 사무실로 무작정 찾아간 경우지만, 나 같은 케이스는 거의 드물고 주로 아는 사람을 통해 인권단체에 들어가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권에는 관심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찾아갈 용기가 없는 사람들도 많을뿐더러 재생산의 주요 대상인 젊은층, 즉 대학생들이 인권단체를 직접 접할 기회가 흔치않은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많은 활동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었고, 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함께 고민하였다. 간략한 첫날 뒤풀이가 있은 다음날, ‘인권위, 제대로 거들떠보자’라는 주제로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 활동가가 발제를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은 인권의 보호와 향상이라는 목적에 따라 인권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반면, 국가기관이라는 한계성 때문에 제시하는 인권정도의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단체의 역할과 상당부분 그 맥락을 같이 하면서 인권단체 그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하는가. 이런 주제로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밖에 주제가 있는 방에서는 대안생리대 방에 들어가서 피자매연대의 돕헤드의 지도로 직접 대안생리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여성의 눈으로’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편집장이 여성주의 일반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인 ‘수다’에서는 평화인권연대 레이가 진행하는 ‘별별가족’ 방에 참여했는데 별별 가족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참가원끼리의 분위기 또한 좋아서 나중에는 별별가족 카페를 새로 구성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뒤풀이 또한 돕헤드, 토리의 음악과 함께하는 음주가무의 자리가 되었고, 마지막 날 아침까지 다양한 인권활동가들과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결코 길지 않은 인권활동가대회는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끝이 났고, 2박 3일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무엇에 이끌려 인권활동가가 되었을까.’ ‘인권활동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있을까.’ 모든 것이 알고 싶었다. 대회에 참여한 인권활동가들은 그들 각각의 판단을 통하여 인권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의 기준점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동기에 의해 인권활동을 하게 됐건 간에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바는 동일한 꼭지점을 향해 있을 것이다.

그 꼭지점은 행복. 자아의 완성이라든지 열반이라든지 정말 다양한 언어로 표현될 수 있지만 모든 존재는 이 행복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이 행복은 개인의 욕구 충족이며, 그것을 향한 의지의 발현은 이기적일 수도 있고 이타적일 수도 있다. 남을 향한 봉사로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전쟁으로 자본력 따위를 획득하는 방법을 통하여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 있어서의 충돌은 타인에게 있어서나 자신에게 있어서나 결코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이기적인 방법의 확산은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간의 충돌을 야기하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 여기에서 인권활동가로서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주로 이타적 방법을 사용하는 인권활동가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완화시켜주기에 궁극적으로는 나만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완성할 수 있게끔 해준다. 결국 전국인권활동가대회는 이러한 이타적 방법에 대한 생산적 고민을 하는 자리였고, 그만큼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설렘의 기대는 부응되었다. 나는 위에 나열한, 저열하지만 나름의 사고를 바탕으로 전국인권활동가대회의 참여에 흡족했으며, 인권활동가를 더 많이 존경하게 됐으며, 그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인권활동가대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덧붙이는 말

필자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