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들의 연대와 희망 월간금비

[기획연재] 우리는 누구인가, 비정규직 신규취업 1위의 그늘-콜센터

콜센터의 ‘르네상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지난 5일 화려한 폐막제로 마무리 한 제7회 전주 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인도 출신 아심 아흘루왈리아 (Ashim AHLUWALIA) 감독의 작품인 ‘존과 제인 John & Jane’이다. 미국인의 평범한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딴 이 영화는 뭄바이 콜센터 노동자 6명의 일상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촘촘히 배치된 책상들, 헤드셋을 낀 채 영어를 중얼거리는 인도인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 신호음 속에 나오미, 글렌 등 인도 뭄바이에 있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다큐멘터리가 이어진다. 이 인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미국에서 낮 시간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이들의 밤 시간에 미국인 고객을 상대로 전화 상담을 한다. 미국식 영어발음을 배우고, 미국인처럼 전화 상담을 한다. 한 동안 화두에 올랐던 콜센터의 국제적인 아웃소싱의 사례를 담은 영화이다.

전화를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행위를 텔레마케팅(Telemarketing: TM)이라 하고, 상담원과 관련 설비를 갖춘 곳을 콜센터(Call Center)라 한다. ‘콜센터’ 구축업체들의 ‘르네상스’기를 맞았다고 평가 받는 요즘은 전화 뿐 아니라 이메일과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담을 하기 때문에 컨텍 센터(Contact Center)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콜센터는 단순히 ‘기업이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 안내, 고객문의, 불만접수 처리 등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기 위해 마련된 기업의 on-off 상의 채널’이라는 통화 공간의 의미를 넘어 공공기관을 포함해 전 산업분야로 확산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 카드사, 전자제품, 은행, 보험, 홈쇼핑 업체 등 고객문의가 많고 아웃바운드 세일즈가 큰 영역을 차지하는 산업의 경우는 ‘새로운 판매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콜센터, 2006년 그 현주소는

지난 4월 7일자 매일경제 신문은 집중 기획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변화된 환경과 회사의 노력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는 하루 평균 전화만도 13~15만 건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서울과 대전에 두 개의 콜센터 상담원 2000명을 두고 있다. 은행의 경우 전화 상담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도 하고 있으니 국민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의 경우는 요구불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의 10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사례처럼 기존의 경우는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의 콜센터가 다수였다면 이들 영역의 신규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유통 및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콜센터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택배, 홈쇼핑, 백화점, 전자상거래, 레저, 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이고 제조업에 이르기 까지 콜센터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 지주회사들의 경우는 관련 업무를 One-Stop 금융 서비스로 제공(인바운드)하고, 그룹 마케팅 채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아웃바운드) 통합 모델을 구축하는 추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직영의 콜센터 구축 뿐만 아니라 한국텔레마케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800억 원대였던 기업 콜센터 아웃소싱 시장 규모가 2001년 2500억 원, 2002년 6000억 원, 2003년 1조원대로 갈수록 성장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07년에는 3조5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야 말로 콜센터 아웃소싱 시장은 성장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콜센터 확산 경향은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전략과 맞물려 지방대학들의 ‘콜센터 학과’ 개설의 붐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시의 경우는 ‘콜센터의 메카’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SK텔레콤(686석), LG카드(620석) LG텔레콤(350석), 스카이 라이프 (315석), 삼성전자(300석) 등 20개사의 콜센터를 유치한 바 있다. 그 외 ‘대전, 콜센터 메카로 부상’(머니투데이 06/04/22), ‘전주시 통신, 금융기관 콜센터 유치’(연합뉴스 06/04/20), ‘대기업 컨텍센터 대구로 모여든다’(국민일보/06/04/19), ‘수도권 콜센터 부산행 러시’(전자신문 06/02/20) ‘부산, 콜센터 모셔라’(서울경제 05/11/06) 등 지방 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도 활발하다. 이런 지방자치단체들은 ‘콜센터 이전’ 지원으로 세금감면, 건물 수배 및 유지 비용 지원, 채용 홍보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발맞춰 지방대학들, 광주에 위치한 광주여대는 2003년부터 콜마케팅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남대도 콜센터경영연구소를 설치해 콜센터 전문 상담인력과 전산인력 등을 양성하고 있다. 대전에 있는 대덕대학은 지난해 콜센터 전문학과 단기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송원대학의 경우는 산학협동으로 콜센터 배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추세에 지방자치 단체들의 ‘콜센터 아웃소싱’도 활발해 지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는 2005년 아예 콜센터 서비스를 아웃소싱 받기로 했다.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콜센터 아웃소싱을 도입한 것은 부천시가 처음이다.

절대 다수는 비정규직 그리고 여성들

지난 4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그 자리에서 권혜영 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절반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라며 “은행들은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 인건비를 낮추면서 금융권은 초유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혜영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텔러나 후선업무 또는 콜센터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회에 비정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약직의 주기적 해고가 우려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조흥은행 콜센터의 경우 관리직원인 정규직까지 강제적으로 사직서를 요구했으며 결국 모든 직원이 파견업체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콜센터의 텔러(TM) 노동자들은 설계사 신분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당연 4대 보험 적용도 못 받고 퇴직금도 없다. 그렇지만 출퇴근 시간을 통제당하고, 콜 수, 콜 시간에 따라 급여 지급을 받는다. 전형적인 특수고용직 형태이다. 이런 형태는 다수의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웃바운드 업종의 경우는 성과급과 직결된 특수고용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콜센터 업계는 아웃소싱 업체들을 포함해 ‘시장 확대’에 대한 행복의 함성을 지르고 있음에도 종사 노동자들은 비명의 괴성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콜센터 종사 노동자들은 절대 다수가 비정규직이고, 이직이 잦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 수치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통상 텔레마케터를 2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직무 특성상 88.7%(휴먼 서버 통계)가 여성으로 절대 다수가 여성이고, 남성 종사 노동자들의 경우는 이런 여성 텔러들을 감시, 관리하는 관리직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만족도가 낮고 80%이상이 이직, 전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퇴직율도 타 직종에 비해 높다.

고객들이 수시로 상담원을 무시하는 말을 다 듣고 참아야 하니 당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고객의 전화를 늦게 받거나 못 받는 일은 용납되지 않으니 늘 긴장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객과의 전화통화가 매출과 직결되니 팀장 및 관리자들에게 모니터를 통해 최장대기, 포기고객, 통화성공률 등의 데이터를 수시로 체크당하며 상시, 지속적인 감시를 당한다. 관리자는 수시로 상담원이 친절하게 대화하는지 등 통화의 품질도 체크한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장시간 반복적인 통화로 인한 난청, 성대 결절, 근골격계 질환 등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직영은 조건이 좋은 경우. 수익구조가 안 맞아 아웃소싱을 시킨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당한 종사 노동자들은 더 안좋은 노동조건에 처해지는 것이 당연한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최근 콜센터 아웃소싱 시장의 급증은 기간제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을 바탕으로 성장한 콜센터 전담 TG UBASE, MPC, IMC, 이지오스, 포씨엠넷 등 아웃소싱 전문회사들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텔레서비스와 같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파견 전문회사들도 추세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업계에 종사하는 강모씨는 “보험의 경우는 대기업이 하청을 특수고용직으로 주는 형태 이거나, 인터넷 회사들의 경우는 자기들이 아웃소싱을 줘서 인바운드나 아웃바운드 형태로 뿌리는 형태로 해서 2단계 3단계로 해서 아웃소싱 회사를 단계별로 준다”고 실태를 전한다. 그는 “아웃소싱이 하청에 하청을 거쳐 4단계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하며 “콜센터 직종의 고용불안과 각종 다양한 직업병은 이직율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그나마 직영의 경우는 기간제 계약직이라 해도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대체의 콜센터는 보통 30-40명의 규모로 굉장히 영세하고,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 일한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근로계약서 자체도 불이익이 되는 조항이 많을 정도로 조악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과 시스템인 특수고용형태의 고용형태가 증가하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덧붙이는 말

글쓴이 라은영 - 본지 편집위원이며,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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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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