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숙님의 무건리 평화기행 후기
달 포전에 아이들과 함께
파주에 있는 무건리 기행을 다녀왔다. 내가 본 무건리의 첫인상은 산세가 우거지고 천연기념물인 백로가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잠시 뿐 오현리, 직천리, 무건리 일대 마을은 평화롭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순이 미선이 추모비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은 채 우뚝 서 우리를 맞이했고, 한·미공동 훈련장의 푸른 산은 포탄훈련으로 못 먹던 시절 기계충에 걸린 어린아이의
머리처럼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훈련장은 1986년부터 차츰 늘려 현재 550만평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시 2배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을은 피폐화되고 국방부는 주민들이 스스로 떠나게 하는 정책을 교묘하게 쓰고 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인 백로 서식지를 보기 위해 간 곳은 미군이 훈련한다는
넓은 평지였다. 멀리서 우리아들이 “엄마, 이게 뭐야?”하면서 플라스틱 물건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대인지뢰’라고 쓰여
있었다. 순간 등줄기가 오싹했다. 불발된 지뢰인 줄 알고 버리라고 소리쳤다. 그것을 본 이장님께서 군사훈련 때 쓰는 지뢰모형이라고 하셨다.
그때서야 안도를 했다. 장마비에 흙이 유실되어 지뢰가 노출되면 그 피해는 아무 잘못 없는 민간인일 게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직천초교에서 이용남 사진작가님의 슬라이드를 보았다. 미군의 모습과
주민피해 사진들이었다. 일상생활에 빠져서 잊고 살았고, 애써 외면하고 묻어두었던 분노와 격한 감정이 올라왔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왔다가
장갑차에 치여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아들이 쥐고 있던 500원짜리 동전을 두 손에 넣고 흔들면서 초조하고 긴장된 마음을 달래는
아버지는 미군장갑차를 막고 있었다. 울컥 눈물이 나왔고 부모 된 마음으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미군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지킨다는 허울 속에 잔인한 폭행들을
일삼고 있다. 생명을 빼앗고,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스트레스 받아 죽게 하고, 소중하게 일구고 살아온 터전을 빼앗고, 서로의 갈등을 조장해
평화를 빼앗고 있다.
평화는 나눔이다. 대추리에서, 무건리에서, 또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눌때 평화는 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무건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투쟁의 현장이 아닌 평화로워진 무건리 마을에서
그 때 못 먹었던 콩국수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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