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음식으로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라는 문구가 있다.
음식의 섭생이 질병을 예방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음식을 먹는 건 단순한 즐거움을 뛰어넘어
생명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 변했다.
“아이스크림은 몸에 나빠요. 소시지, 햄은 몸에 나빠요.” 잠자리에 들기 전 딸아이인 명지에게 몇 번씩 따라하게 해 교육을 시킬
정도였다. 교육의 효과로 명지는 요즘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언니들을 보면 내 얼굴을 쓰윽 쳐다보고 “엄마, 아이스크림은
몸에 나빠요!”라고 말한다. 이쁜 놈...^^
이런 나에게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는 ‘절대악’이었다. 쉬는
토요일을 골라 명지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처음 촛불집회에 나간 날, 너무 사람들이 많아 딸아이가 놀랬나보다. “엄마 집에 가자,
무서워, 무서워......” 하며 내 품에서 안 떨어졌다. 딸을 내내 안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힘들어서 노래만 몇 개 듣고 집으로 와야
했다. 그 후 몇 번의 집회에 더 참석한 후 아이 입에서 촛불집회, 촛불집회, 말이 떠나질 않는다. 할머니 앞에서도 촛불집회, 아빠
앞에서도 촛불집회. 한 술 더 떠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니 결국 친정엄마와 아빠에게 난 나쁜 엄마로
찍혀버렸다. 자식까지 데리고 집회에 가는 몰상식한 엄마로 말이다. 그 후 토요일만 되면 친정엄마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우리 모녀를
감시하는 통에 명지와 나의 거짓말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명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하루는
촛불노래를 부르자면서 혼자 흥얼흥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가사가 이상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엄마로부터 나온다.” ‘엄마가 무서워서 그런가? 아님 아빠가 엄마한테 주눅 들어 있는걸 보고 그런가?’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났다. 그래서 “왜 엄마로부터 나와?”하고 물어보니, 우리 딸래미 왈 “엄마는 국민이니까!” 순간, ‘얘를 영재학교에 보내야 하나?
학비는 어떻게 마련하지??’ 하는 생각들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찡~하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촛불집회의 배후를 이명박이 거론 했을 때, 엄마들은 주저 없이
아이들이 배후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를 가진다. 그 권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자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장내지 않고서는 이제 먹을거리까지 안전해질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다. 개인적인 바람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반대다. 그렇지만 적어도 재협상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반드시 찾아오길 바라며 그때까지 작은 힘이지만 명지와 난 촛불집회에서
재협상을 외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