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복지 외면한 국방예산안 예비심사 OECD 29개국중 국방비 비율 3위 사회복지비 28위

$현안$

 


11월 13일부터 시작된 2009년 국방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가 21일로 마무리 되었다.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을 반영해 수정 편성한 2009년도 국방예산안은 28조7,249억 원이었다. 경제 위기 극복에 국방부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2009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여야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터라 올해만큼은 증액이 아닌 삭감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남한 전력의 현저한 대북 우위, 2.8%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 Military Balance 2008, IISS),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과 맞물린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 등 다른 부처 예산에 비해 국방비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삭감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 있었다. 특히 국방예산은 노무현 정부 이래 팽창일로를 걸어왔고, 정부 재정 증가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국방비 삭감 여부는 정부 재정의 건전성과 사회복지 지출의 확대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21일 오전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군 장교 증원 비용,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등 불요불급하고 불법 부당한 예산에 손도 대지 않았다. 국방위원들은 대신 군 관사건설, 군 표준차량 교체, 제주 해군기지, 한국형 공격헬기(KAH) 등 총 33건의 사업에 대해 정부가 요구한 금액보다 약 2,640억 원을 더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증액 내역에는 정부 자체의 예산 조정 과정에서 삭감됐던 K-9자주포 15억 원, K-21(차기보병전투장갑차) 47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 또 국회는 한미간의 방위비 분담 8차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예산 편성의 법적 요건마저 결여한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국방부가 24일 국방개혁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한 데 대해 2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공청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책임이 있는 국회를 무시하지 말라”고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국방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를 놓고 보면 국회를 단순한 거수기로 여기는 국방부의 오만무례한 태도는 국회 스스로가 자초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방위비분담금을 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해서는 안된다는 국회의 결의1)를 면전에서 묵살하고 2009년부터 적용되는 8차 방위비분담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방위비 분담금 예산 편성을 정부 원안대로 승인해주면서 행정부 대한 감시와 견제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온갖 불법으로 점철되고 국민의 요구와 국회의 결의를 무시한 국방부의 행태를 앞장서서 정당화시켜주면서 무엇을,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는 말인가?

과감한 국방비 삭감으로 현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처방에 일침을 가하지 못하는 한 국회의 권능을 함부로 입에 담아서도 안 될 것이다. ‘국방부의 잘못된 악습과 관행을 뿌리 뽑겠다’, ‘차기 전차(흑표) 등 불요불급하고 낭비적 예산을 삭감 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말로 그쳤을 뿐이고, 국방비를 올리는데 앞장서기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매한가지였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대다수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예산 심의를 한 국방위원들은 국민의 비난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미군 훈련장 확장에 맞서 생존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파주 무건리,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절절한 호소와 눈물을 끝끝내 외면한 국방위원들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임을 자임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국방비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난 4월 8일 발행된 ‘2008년 OECD 팩트북(FACTBOOK)’에 따르면 2005년도의 ‘국방비 등 질서유지관련 지출비중’이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29개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이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비중’은 5.7%(2003년)로 29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연구개발원(KDI)는 2000년부터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 복지관련 지출이 2015년 전체 재정에서 35.6%, 2030년에는 4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곧 다가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무거운 국방비 부담을 덜고 사회복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복지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이미 현실로 닥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방비 삭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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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 평화 , 국방비 , 한반도 , 복지 , OECD , 방위비분담금 , 국방위원회 , 예산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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