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이름' 그 혼란스러움에 대하여...

$문화$


 

세상은 가끔 극한 대비를 이루긴 하지만 인도에서만큼 그걸 절실히 느끼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인도는 알려진 대로 하이테크의 나라이면서도 아직도 농촌에선 소로 밭을 가는 ‘느린’나라이고, 도둑과 사기꾼이 많으면서도 성인이나 수행자 또한 많은 나라이다

‘강가’(Ganga, 갠지스)강 유역에 위치한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Varanasi)에 가면 더욱 극명한 대비를 느낄 수 있다.

힌두의 신이 머문다는 ‘강가’강은 힌두교도들에겐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 꼭 와보고 싶은 곳이자 죽게 되면 꼭 오게 되는 곳이다.

죽게 되면, 빈부의 격차에 따라 양이 달라지는 장작에 태워진 후 강에 수장되는데 그 물 하류에선 거리낌 없이 그 물로 빨래나 목욕을 하고 이도 닦으며 심지어는 마시기까지 한다.

시체가 물속에서 부패할 때 나오는 미생물들로 오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오히려 타지인 들이나 하는 쓸데없는 노파심일 뿐이다. 그런 건 ‘강가’의 신비한 효력으로 다 정화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술을 사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마실 수 없는 곳이 내가 아는 바로는 최소 두 곳인데 바라나시가 하나고, 간디가 만든 ‘세바그람 아쉬람’이 위치한 세가온 마을이 또 다른 하나다.

 
△간디가 앉아 설교하던 자리                                   △바바암의 나환자촌

둘 다 성스러운 곳이라 그렇단다.

세가온은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바라나시는 성지순례를 하러 인도 각지에서, 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래서 성스러운 도시 답지 않게 상인들이 바가지도 씌우고 도둑도 가끔 있다. 아마 2000년전 예수가 분노하시던 예루살렘의 성전을 닮지 않았을까?

그들을 ‘도둑’이라고 한다면 힌두 전통에 익숙한 그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필자도 기차 안에서 허리가방을 잠시 풀러 놨다가 도난당한 적이 있지만 힌두어에 ‘훔치다’란 단어는 없단다. 단지 ‘자리 이동’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허리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 본인에겐 소중한 것들이라 아쉽기도 했지만 힌두 전통을 이해하면 그렇게 분노할 만한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힌두어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단어가 또 하나 있는데 ‘가르치다’이다.

근대에 들어서 공교육을 통한 교육으로 달라졌지만 전통적으로 그들은 아이를 훌륭한 구루(그들은 스승을 ‘구루’라 부른다)에게 보내 구루의 집이나 아쉬람(공동체)에서 생활하게 한다.

그러나 스승을 뜻하는 ‘구루’라는 말은 있지만 ‘가르치다’란 말은 없듯이 ‘구루’들은 ‘가르치진’ 않는다. 다만 아이들, 학생들이 배울 뿐이다.

‘아쉬람’ 하면 간디의 세바그람 아쉬람을 빼놓고 얘기 할 수 없다.

  
△꼴까타의 마더 테레사의 방                                 △세바그람 아쉬람 내부

똑같이 성스러운 곳이면서도, 북적거리는 바라나시와, 세바그람 아쉬람이 위치한 세가온 마을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인도의 독립을 위해 36년, 의식주 자급자족과 주민 공동체 조직을 위해 간디가 세운 이 아쉬람은 사바르마티 아쉬람에 이어 간디의 두 번째 아쉬람이다.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곳이지만 70여 년 전 간디는 여기서 인도의 독립을 꿈꾸고 조직화 해 나갔을 것이다.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하여 세상을 피해 수도만 하는 그런 곳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간디의 사상을 알게 되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간디는 사탸그라하(진리파지), 브라흐마차랴(자기정화), 아힘사(무상해)의 정신에 스와라지(자치) 정신을 더해 이 곳 세바그람에서 베옷을 입고 염소젖을 마시며, 직접 물레를 돌려 실을 잣고 천을 짜며 민중을 지도했던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꼴까타(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또한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노인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생아들을 보고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받아 들였고, 위대한 스승, ‘바바 암떼’도 어느 날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나환자를 보고 나환자촌을 만들 결심을 했듯이  희망은 절망으로부터 시작되고, 새벽은 밤이 깊어야 오는 법인가 보다.

영국의 오랜 지배하에 수탈당할 대로 당한 인도 민중들이 절망의 나락 끝에 매달려 있을 때, 간디나 암베르카 같은 위대한 인물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금 이 깊어가는 어둠 속으로 빨려드는 남과 북 우리 민족의 희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평화 영성 순례 여행’은 ‘씨알 평화’라는 평화, 영성을 추구하는 단체에서 10년째 계속해오는 여행으로 매년 1월초에 시작하여 보름 내지 17일간, 인도의 뭄바이나 델리로부터 시작하여 간디 아쉬람(공동체), 비노바바베 아쉬람, 멜가트란 원시부족 마을, 꼴까타의 테레사 수녀가 만든 ‘마더 하우스’에서의 봉사 활동 등을 하는 여행이다. 필자는 그런 행적들을 비디오로 찍어와 현재 편집 중이며 글로서는 82호에 인도 여행 중 필히 거치게 되는 기차여행 얘기를 썼고 이번 호엔 바라나시와 아쉬람(공동체)소개를 했다. 다음 호엔 멜가트 원시 부족을 통해 느낀 것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태그

인도 , 간디 , 갠지스강 , 아쉬람 , 마더 테레사 , 씨알평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PD 김균열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