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과 이상희 장관의 항의 서한 파문

[현안]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 여건이 좋지 못한데다 22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예산이  복지, 교육, 지자체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울먹이며 예산 부족을 호소했다. 지자체 교부금이 줄어 지자체와 야당의원, 총선을 의식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아우성이다. 늘어나는 사회복지 예산, 민생 예산을 맞추려면 4대강 예산은 물론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국방비 삭감을 주장하는 이는 찾아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국회는 물론 정부와 국회를 감시해야할 시민사회단체들도 국방예산 삭감 주장에는 몸을 사린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국방비 증가율을 억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장수만 국방차관이 장본인이다. 장수만 차관은 내년도 국방 예산 증가율이 3.4~3.8% 정도면 충분하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당초 국방부가 요구한 내년 국방 예산 증가율 7.9%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이상희 장관과는 사전 논의 없이 이루어진 보고였다. 이에 이상희 장관은 ‘하극상’이라며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서한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국방 수뇌부의 이견차이와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올 만큼 국방비는 정부재정 지출과 운용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비 규모, 얼마나 되나?

 2009년도 국방비는 28조 9,803억 원(추경 포함)으로 작년대비 증가율은 9.1%에 달한다. 국가 재정대비 비율은 14.2%에 이르는 큰 규모다. 광의의 국방비에는 전투경찰, 해양경찰, 병무청 소관 예산도 포함된다. 2009년 국방비 28조 9,803억 원에 전투경찰 1,614억 원, 해양 경찰 8,248억 원, 병무청 예산 2,148억 원까지 합하면 광의의 국방비는 30조 1,813억 원에 달한다. 또 국방 분야에 대한 재정배분 규모는 통상 보건복지, 공공행정, 교육 부문에 이어 4위다.

 남한의 국방예산이 얼마나 과도한가 하는 것은 북한의 국방비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남한은 북한보다 국방비를 10배나 많이 쓴다. 또 1994~2007년까지의 군사비 누계 역시 북한 215억 달러, 남한 1,978억 달러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약 10배나 많다. 종합적 전쟁수행능력의 측면에서도 이미 1990년에 “전쟁수행 잠재력 면에서는 한국이 월등히 우세”(국방부, 1990 국방백서)하다. 1990년, 남한의 GNI(국민총소득) 규모는 북한의 10배를 넘어섰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어 2008년 남한의 GNI는 1,030조 6천억 원으로 27조 3천억 원의 북한보다 약 38배가 많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시장 환율을 적용할 경우 남북 경제력 격차는 100배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남북 군사력 비교에서 남한이 북에 비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비 삭감 주장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치분된다. 이상희 장관은 내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3.8%로 묶자는 주장은 ‘비전문가의 개인적 견해’라고 깎아 내리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럼즈펠드, 게이츠 미 국방부 장관의 발언까지 동원했다. 2006년에 럼즈펠드 장관이 미국은 GDP의 4%를 국방비에 투자하는데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한국은 2.7%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로버트 게이츠 장관은 2008년에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지목하면서 한미동맹 관계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며 간접적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의 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은 2.8%로 경제협력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남한의 국방비 부담률은 일본은 물론, 캐나다, 독일, 호주, 프랑스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보다 높으며 심지어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이라크, 아프간 전쟁을 벌인 영국보다도 더 높다. ‘현실적 안보위협을 겪고 있는’ 주요 분쟁 대치국과 비교해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세르비아와 대만보다 더 높고 터키와 같은 수준이며 다만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 비해서 낮을 뿐이다. 터키나 파키스탄의 경제력은 우리 보다 한참 낮고, 이스라엘은 경제규모가 한국의 1/6에 불과하며 분쟁의 성격도 우리와 전혀 달라 이들 나라를 기준으로 남한의 국방비 부담률이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적정 국방비 규모는?

 내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3.5~3.8%수준으로 묶자는 장수만 차관의 주장은 2008~2012년 실질 GDP증가율 전망치 3.8%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상희 장관의 주장(최소한 7.9% 증가)은 2006~2020년간 전체 국방예산을 연 평균 7.6%씩 증가시킨 599조 원으로 책정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예산도 GDP증가율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장수만의 주장은 국방비는 ‘경제논리, 회계재정 논리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이상희의 주장보다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7.9% 증액은 물론 3.8% 증액도 적정 국방비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과도한 팽창예산이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적정 국방비 규모는 “주변 안보환경 속에서 국방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 소요 판단과 그에 따른 군사력 건설과 운영유지를 위한 비용 예측에 의해 결정”(국방백서 1992~1993)되고, 국방목표는 “외부의 군사력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여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국방백서 2008)하는 것이므로 적정 국방비란 국가방어를 위한 군사력을 건설·운영·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또 평화통일 및 지역의 안정과 세계 평화 기여는 군사력 건설과 운영의 전제이자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방어를 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에 비해 절대 열세이기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대한 위협과 침략을 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일본의 군사력도 남한을 침공하여 점령할 수준은 못된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늘리는 이유는 북한 체제 전복과 북한을 점령할 수 있는 공세전력을 갖추며 중국, 일본 등과 군비경쟁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체제 붕괴를 노리는 전쟁목표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세적 전력을 그대로 둔 채 평화가 실현될 수 없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대테러 협력을 구실로 미국의 침략전쟁을 뒷받침하는 군사전략을 유지한 채 동북아 및 세계 평화가 실현될 수 없다.

 북한 점령을 목표로 하는 공세적 전략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세무기 도입을 폐기하고 방어 전략과 방어위주의 전력을 구축해야한다. 또 세계 5위에 이르는 대규모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작은 군대를 지향해야한다. 이렇게 할 때 국방부 스스로가 설정한 국방목표에 부응할 수 있으며 국방예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방개혁과 국방비

 내년도 국방예산을 둘러 싼 국방수뇌부 사이의 갈등의 뇌관은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이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26일, 2020년까지 599조원을 투입해 전력을 첨단화하고, 병력은 2020년까지 51만 7,000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을 청와대 재가를 얻어 확정·발표한 바 있다. 전력을 첨단화하려면 비대한 병력을 대폭 감축해 경상운영비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은 비대한 병력과 예산을 감축한다는 국방개혁의 근본 취지에 역행한다. 50만 수준의 대군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장교를 늘리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병력유지비가 늘어나고 병력감축을 명분삼아 각 군이 고가의 고성능 최첨단 무기체계들을 맹목적, 경쟁적으로 도입하려 하기 때문에 국방예산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국방개혁을 단행한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국방예산을 동결하거나 대폭 삭감했다. 미국은 1990~1999년에 걸쳐 연평균 증가율이 마이너스 0.8%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은 자국 화폐기준으로 거의 동결되었다. 국방예산이 다시 늘어나는 2000년대에 들어서서도 영국은 1998~2002년 개혁기간에 연평균 약 3.8%, 프랑스는 2002~2007년 기간에 연평균 약 2.97%, 독일은 2001~2007년 개혁 기간에 연평균 0.26% 증가에 그쳤다. 2004년 중국위협론을 공식화한 일본의 2003~2007년 기간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마이너스 0.5%로 소폭 삭감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54%, 연평균  증가율 8.9%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개혁이 본격화 된 2006~2020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7.6%로 잡고 있으니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것이다.

국방비, 얼마를 줄일 수 있나?

 국방부는 2010년 국방예산 요구안을 짜면서 경상운영비 21조 1,663억 원 중 인건비에 11조 994억 원을 배정했다. 이처럼 국방예산의 1/3이 넘는 엄청난 국방비가 50만에 달하는 비대한 병력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것이 우리 군의 현실이다. 한정된 국방자원을 대군체제 유지에 쏟아 붓는다면 전력투자비 확충이 어려워 질적 군 구조 및 전력 구조를 갖출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50만 명에 달하는 육군 병력의 대폭적 감축과 부대구조 개편으로 병력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국방비 삭감과 국방개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경직성 예산인 인건비 삭감의 관건은 인건비 총액의 39%를 차지하는 장교 유지비용을 얼마나 삭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2009년도 국방예산 가운데 병력운영비는 11조 9,257억 원에 달한다. 이중 군인 급여는 총 7조 1,700억 원으로 장교 급여와 부사관 급여는 각각 3조 3,400억 원과 3조 3,300억 원이다. 반면 병 급여는 4,950억 원으로 전체의 6.9%에 불과하다. ‘국방개혁 기본계획(국방개혁 2020)’대로 병력을 감축할 경우 이는 2005년 11월 기준 사병 51명의 36%를 감축하는 것이나 절감효과는 1,785억 원으로 전체 군인 급여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병 감축 비율과 동일한 비율로 장교를 감축할 경우 절감효과는 1조 2,024억 원으로 사병 인건비 감축비와 합쳐 전체 인건비의 20%를 절감할 수 있다. 당장 정원을 초과하여 운영하고 있는 장성과 대령, 중령을 정원에 맞게 축소하고 국방개혁을 내세워 1,420명의 장교를 증원하려는 계획을 폐기한다면 상당액의 장교 인건비를 삭감할 수 있다.

 다음 2009년도 방위력 개선비로 8조 6,147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의 군사력에 비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주변국의 침략에 대해서도 방어할 수 있으므로 공격용 무기도입 비용을 대폭적으로 삭감할 수 있다. 전차, 장갑차, 야포, 공격용 헬기, 전투기, 함정(잠수함 포함) 등 대표적 공격용 무기 도입비용을 삭감한다면 2009년 방위력 개선비 중에서 대략 4조 5천억 원을 줄일 수 있다. K1A1, K2, K21 전차와 장갑차 도입비용 5,851억 원, 광개토-Ⅲ급 전투함, 상륙지원함, 잠수함 등 함정 사업에는 쓰이는 1조 5,142억 원, F-15K, F-16성능개량 등 전투기 사업비용 6,097억 원. K-9자주포, 대구경 다련장과 SM-Ⅱ, 홍상어, JDAM, 합동원거리 공격탄 등 정밀타격유도무기 도입 비용 7,830억 원,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차기유도무기 사업에는 4,545억 원 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방위비 분담금 7,240억 원을 비롯하여 한해 1조 4,450억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지원비를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삭감할 수 있다.  

 

국방비 삭감은 평화와 통일, 복지 실현을 위한 절박한 과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대략 298조 5,000억 원 선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4.9% 늘어난 액수다. 예년보다 재정증가율이 높지 않지만 문제는 심각하다. 경제개발원(KDI)은 재정균형을 조속히 회복하지 못하면 재정적자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정된 감세는 시행을 연기하고 경제기반시설(SOC)등 경제사업 분야의 지출을 줄여 앞으로 3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0%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무리하게 재정을 확대한데다 추가경정 예산까지 합하면 앞으로 3년에 걸쳐 늘어날 재정규모를 단 1년 사이에 늘린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요불급한 국방예산을 삭감하거나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성장률 둔화와 고령화, 통일에 대비한 재정수요를 고려하면 신속히 재정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제 국방예산을 줄이는 것은 사회복지, 평화 통일, 민족의 공동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절박한 과제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한 대에 1조 원이나 하는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 구축함, 한 대에 1,000억 원이 넘는 최신예 F-15K 전투기, 한대에 80억 원씩이나 하는 K2(차기 전차, 흑표) 몇 대만 덜 사도 대학생 등록금 지원, 기초생활비 수급대상자 확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산이 나온다. 14조 3천억 원에 이른다는 10.4선언 이행을 위한 재원도 만들 수 있다. 과도한 국방비 팽창을 위해 이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인지, 아니면 방어전력 위주로 전환하고 평화와 통일로 복지와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명확하다. 반북대결 정책을 거두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권마저 재래식 무기 감축을 포함한 남북 군축을 제안할 만큼 한반도 전략 환경 변화에 따른 군비 대결 종식과 국방비 삭감은 필연이다. 국방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감시, 시민사회의 국방비 삭감운동으로 평화와 복지 실현을 앞당기자. (끝)

 

(글쓴이 주_이 글은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이 8월 28일 공무원노조 통일일꾼 수련회에서 강의한 '과도한 국방예산을 삭감하여 평화·복지비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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