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히 느껴지는 곳은 높고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이 있는 산기슭도 있지만, 도심의 공원 또한 가을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이 쉽게 찾아가는 곳이다. 9월도 이제는 열흘정도만 남은 일요일, 모든 것이 풍요로와 보이는 부천의 도시 내 중앙공원, 가족들과 연인들의 환한 얼굴에서, 그리고 풍선만큼이나 가벼운 걸음걸이에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 중앙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얼굴은 수심 가득한 인상을 물씬 풍기고 있다. 10일전, 박석분 팀장님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라”는 얘기도 실컷 듣고, 그것도 모자라 집에서 말하는 연습도 하고, 몇 시간 전에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도 대답할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그것만이 모든 준비를 다 한 것은 아닌 듯싶다. 9월 20일, 오늘은 부천평통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평화협정 캠페인을 하는 날이다. 이곳 부천이라는 도시가 인구는 많으면서 땅은 좁고, 사람들 모이는 곳도 다양해서 처음에는 전철역 앞에서 캠페인을 할 계획이었으나 시민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들여가며 만나볼 요량으로 공원으로 장소를 수정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 캠페인이 당연히 어려운 숙제를 푸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인 것 같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 중인 점, 그 때문에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으며 군사비만 늘어나고(1년에 미군에게 주는 돈이 무려 5조5천 억 원), 교육이나 의료, 주택, 서민들 복지정책은 거의 꼴지 수준인 점, 아마도 요즘 초등학생들 무료급식 지원이 줄어든 점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 최근 들어 북미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맺을 텐데,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질 높은 교육이나 급식지원뿐 아니라 통일된 나라에서 살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무엇보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게 해서 환경오염, 미군범죄도 막고 또 새어나가는 세금을 우리가 제대로 써야하지 않겠냐는 것 등을 처음에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조금 경험을 가진 후부터는 약간씩 조리 있게 얘기하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시민들의 반응을 염려했던 처음의 마음은 금세 시원한 가을바람처럼 사라졌다. 생각보다 많이 받은 서명명단을 보면서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 무엇보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으며 그 공감대를 시민들과 조금은 나누었다는 것이 오늘 내가 느낀 점이 아닐까 싶다.
{주한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 추진위원, 길잡이 통계(2009년 10월 22일 현재)} 추진위원 6,221명 (단위: 명)
길잡이 20,700명 (단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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