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땅 황새울 대추리에서 길을 잃다" 평택-송탄 미군기지 탐방(2009.10.17)

[현장]


△ 철조망과 벽으로 막혀있는 대추리 도두리 들판

 전쟁광 미국의 야욕 앞에 어머니 같은 대지의 숨결을 빼앗기고 말았던 땅.
국가 폭력의 광기 앞에 죽을 때까지 이 땅에서 농사짓고 이 땅에 뼈를 묻겠다는 주민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시퍼렇게 멍든 가슴으로 쫓겨나고 말았던 땅.
지금도 황새울 벌판에 솟아 있던 수많은 솟대들, 나부끼던 깃발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절규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땅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평화통일을 이루어 내는 마음을 야무지게 다잡고자 미군기지 탐방에 나섰습니다.

 

■ 송탄 공군기지 옆 구장터
옛장터가 있었다고 하여 유래되었는데 미군기지확장과 비행기 착륙에 따른 소음으로 2007년 집단이주 하였다. 조선 시대에 진위천 변의 나루와 삼남대로를 연결하는 길목이어서 시장이 형성되었던 곳이다.
철조망 너머로 대형 여객기가 보인다. 활주로 동쪽에 위치한 미공군사령부터미널(MAC)은 주한미군과 가족이 출 입국하는 관문역할을 한다. 한국정부의 통제 없이도 마음대로 입출국이 가능하다.

■ 회화리(패트리어트 미사일)

회화리 건너편 진위천변에는 MD(Missile Defense:미사일방어전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총 8개동 10여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북쪽을 향하고 있다.

■ 황구지리/금각리(평화의 논, 미공군   탄약고)
황구지리는 이번 금각들 미군기지 확장과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에 시달리다 집단 이주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2002년 처음으로 미군기지확장반대 목소리가 나왔으며 시민들의 성금으로 땅 한평 사기 운동이 전개되어 구입한 평화의 논이 있었던 곳이다. 결국 평화의 논도 강제 수용되어 그 보상금은 평화센터를 만드는 근간이 되었다.
금각리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쇠뿌리와 항구포리, 용소리를 통합하여 금각리라고 하였다. 오산 공군기지 확장으로 금각들 상당부분을 빼앗기게 되어 농업에 타격이 크다.
최근 매향리 싸움 승리에 힘입어 2002년 평택지역시민단체와 미군기지주변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송을 통해 소음에 대한 피해보상을 청구하였다. 2007년 12월 1심 판결의 결과는 총 667명의 소송인중 272명만 일부 인정되고 나머지는 기각되었다. 이마저도 불복한 정부의 항소로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판은 끝나지 않고 있다.

 

금각들 너머로 활주로가 보인다.

처음 평택에 와서 송탄공군기지(Osan Air Base) 주변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속으로 ‘이 학교 아이들은 여학생 남학생 할 것 없이 무척 씩씩하구나.’ 생각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헤드폰을 끼고 있을 때 목소리가 커지는 것처럼 항공기 소음 때문에 저절로 목소리가 커진 것을 알고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75웨클(WECPNL, 항공기 소음측정 단위)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여 민간항공기의 경우 75웨클 이상의 소음이 측정되면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송탄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은 85웨클 이상의 심각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의뢰하여 실시한 소음과 진동이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조사결과는 매우 심각하다. 소음지역의 주민들은 이명 현상이 높게 나타났고 모든 주파수에서 청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행기 소음은 고혈압 유병률을 증가시키고, 심혈관 질환 발생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대동맥의 경직도가 증가하는 소견을 보여 동맥경화 발생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신건강조사에서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같은 주요 불안장애가 발생하였고, 아동건강조사에서도 소음지역의 학생들은 지능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고, 읽기 및 어휘력 저하와 우울증상,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이 나타났다.

 지금도 주민들이 이렇게 소음피해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방부와 미군은 평택시에 통보도 하지 않고 비밀리에 제2활주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활주로가 하나 더 늘어나면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국방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공군기지활주로는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 건설된 것으로 활주로의 상태는 평택미공군기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인데 왜 유독 여기에만 새로운 활주로가 필요한지 국방부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미군 항공기들의 격납고.

 지난 9월말 코리아타임즈는 2012년까지 ‘한미합동 광역항공작전사령부(Broader Air Operations Command)’를 송탄 미공군기지에 건설한다는 특종을 보도하였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 반환되는 2012년 이후에도 공군작전권은 여전히 행사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송탄 미공군기지 제2활주로 완공시점과 광역항공작전사령부 창설시점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의 허구는 정부와 미군이 그들의 입을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다. 11월 1일 정부는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계획 5029를 완성했다면서 북한의 핵시설과 핵무기의 제거는 미군이 맡는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월터 샤프 사령관도 10월 30일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 뒤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과 해병대의 강습 상륙작전은 미군이 주도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평택을 제2의 한국 전쟁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펼치고 더 나아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전 세계 어디든지 날아가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동북아 최대의 허브 기지로 만드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2활주로가 완성되면 전투기는 물론 C-17, C-5와 같은 대형수송기까지 현재의 두 배의 항공기가 뜨고 내릴 것이다. 여기에 드는 건설비용 970억은 모두 국민의 혈세인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할 것이다.

■ 잊혀진 땅 대추리


△ 함정리에서 바라 본 황새울. 철조망에 막혀 잡초만 우거져 있다.

주민들을 피눈물로 몰아낸 그 자리에 저들은 백년기지를 만들겠다며 한반도에 영구 주둔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며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패악질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8월 17일 국방부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 조성되는 미군기지 조성사업 가운데 핵심 프로젝트인 파셀2B의 부지 조성 공사가 이번에 착공된다고 밝혔다.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조성되는 평택 팽성읍의 미군기지는 총 부지 면적 1,435만여㎡에 파셀B와 파셀2A, 파셀1, 파셀K 등 4개 구역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파셀2B는 부지면적이 576만 2,824㎡로 미군기지 건설사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착공되는 것이다.
1,100만㎡의 성토계획은 25톤 덤프트럭으로 110만대 분량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며 1만평의 넓이에 높이 750m에 달하는 아름다운 야산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셈이다. 덤프트럭 110만대를 한 줄로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456km 거리의 20배에 달한다.


△ 천지분간이 안 되는 황새울 벌판. 대추리 싸움 때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도 도무지 어디가 동서남북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주민들을 피눈물로 내쫓은 이 자리에 가구당 건축비만 7억여 원이나 되는 초호화 미군 아파트를 2,500 가구나 짓고 있다. 또한 미군자녀들을 위해서 우리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비교해서 건축비만 8배나 비싼 귀족 학교를 짓고 있다. 신도시의 콩나물 교실과 낡은 화장실 그리고 낡은 의자에 뜯겨 스타킹 올이 나가서 다니는 여학생들을 보면 자존심이 상해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미군 자녀들을 위해 짓는 학교에는 공기를 정화하는 공조 시스템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미군 학교 하나 지을 돈이면 우리 학교 8개를 지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여 매년 신규학교 설립이 절반만 허가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 이주단지

지금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살 이주단지에는 황토주택, 목조주택, 조립식주택까지 형형색색의 집들이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평택호 관광지에 임시로 옮겨 갔던 파랑새 동상도 다시 가져 왔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강제이주 당했지만 좋은 집 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게 되어서 좋겠다고 할 만하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보수언론에 이용당하기 딱 좋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이다. 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온 사람들이 조롱 속의 새처럼 갇혀서 무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공공근로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에 새집 유지에 드는 비용도 허리가 휠 것이다.

 이번 기지 순례에는 경기남부 평통사 회원이신 위서철, 우홍균 선생님, 오영미 목사님, 이유빈, 유학수, 김광태, 한은숙 님이 참가하셨고 민영완, 이우곤 운영위원과 민영완 운영위원 자녀 초등학생 둘, 서울평통사 윤영일 회원과 대추리 평화지킴이였던 들풀님이 참가하셨습니다. 강사로는 평택평화센터 강상원 소장님이 아이들까지 맡기고 고생해 주셨습니다. 순례에 참가한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이번 기지 순례 내용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좀 더 알찬 기지 순례를 진행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지구상에 도대체 외국군대의 주둔기간을 정해 놓지 않고 백년기지 운운하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사라져 버린 황새울 벌판을 바라보며 어서 빨리 주한미군 내보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통일을 이루어야겠다는 마음을 독하게 먹는 하루였습니다.

→ 관련글 : [10/17] 미군기지 탐방 - 잊혀진 땅 황새울 대추리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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