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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 노무현 정부와 자본가들의 사기극!

오직 노동자의 투쟁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1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출범 후 분배를 강조해 왔지만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4년이 지난 지금 양극화 문제는 경제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제로 확대됐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전국 가구를 소득순위별로 20%씩 5개 분위로 구분했을 때 최상 5분위 소득을 최하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소득배율이 올 1분기 8.36으로 2003년 같은 기간 7.81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국가구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배율은 18.2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났다. 특히 이 수치가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05년 1월 16일 발표한 ‘청소년 경제교육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생의 41%는 자본주의를 연상할 때 빈부격차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론 경쟁(24.3%), 효율성(10.4%), 부정부패(7.6%), 풍부한 기회(7.3%), 착취(0.7%) 등이었다. 사교육비 지출에서도 소득계층별 양극화 현상 - 사교육비 지출 10배 격차 - 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니 당연한 설문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자랑하는 풍부한 기회, 기회의 평등조차 중고생에게 새빨간 거짓말로 들리는 것이다. 사교육비 격차 심화로 학생 때부터 자본주의에 내장된 특성인 양극화 문제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일한 질문에 대한 연령대별 조사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이 드러난다. 50대에서 자본주의를 연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에 빈부격차가 1위로 선정됐다. 20-40대 동안 자본주의 체제가 준 모든 ‘평등하고 풍부한 기회’를 겪고 난 후 몸소 체득한 것이 빈부격차인 것이다.

경제, 사회, 교육, 문화에서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는 정치조차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과 자본가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양극화 해소 방안을 제출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신주단지 모시듯 추종하다보니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조치들밖에 나올 수가 없다.

지배계급의 소위 ‘양극화 해소’ 조치들

IMF 이후 극도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IMF 이후 일상적인 정리해고가 만연하고 정리해고 된 후 새로운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됐다. 비정규직노동자의 급속한 증가는 정규직 임금상승률도 떨어뜨렸다. ‘대기업노조 이기주의’의 온상으로 지탄의 대상인 현자노조 역시 매년 최대 이윤을 갱신하는 와중에도 임금인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여야 정치권, 자본가, 노동자를 불문하고 양극화 심화의 본질적인 이유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급속한 증가라는 데는 모두가 일치한다. 다음으로 자산가격의 급등이 거론된다. 지난 3년간 전국 땅값은 평균 13% 올랐고, 아파트 값은 18% 상승했으며, 주가는 121%의 상승률을 기록해 부동산과 주식을 많이 가진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보유자산이 별로 없는 빈자는 더욱 가난해졌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기획시리즈에서 “카지노 경제에서 도박과 투기로 돈을 번 20%와 그들에게 잡아먹히는 80%로 갈라진 대한민국은 아프리카 밀림보다도 못하다. ....카지노 경제는 배가 부르면 더는 사냥을 하지 않는 아프리카 밀림의 사자보다도 100배 1000배 잔인하다”며 자본주의 양극화의 비인간적인 본질을 정확히 질타했다. 노무현의 신년연설과 청와대 홈페이지 기획시리즈는 조세정책을 통한 양극화 해소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증세냐 감세냐’ 하는 지배계급 내부의 논쟁을 격화시켰다.



한양대 교수 김대식과 한국금융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공필은 국회에 제출한 「개방경제에서의 분배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세 위주의 재분배정책은 분배구조를 악화시키고 재분배 과정에서 성장탄력성을 떨어뜨려 저성장 기조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주장을 폈다.

경기도 지사 손학규도 양극화 해소 문제와 관련 “기존에 있던 것을 잘라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양극화 문제를 사회적 대립과 이념적 갈등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나라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조?중?동 은 연일 대통령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으로 이분적인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어 지방선거에 철저히 이용하려고 한다며 대서특필해 반대 여론몰이를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분배 강조하더니 양극화 더 심화」라는 사설에서 “정책당국은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있는 자에게서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눠주는’ 분배방식을 택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4년간의 노무현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충고까지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1월 25일 노무현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재원을 조달하겠다며 꼬랑지를 내렸다. 연일 쏘아대는 지배계급 내부의 공세에 백기를 든 것이다. 선거용이었든 아니었든 상관없이 ‘카지노 자본주의’ 운운하면서 자본주의의 치부를 조금이나마 고쳐보겠다던 노무현의 야심 찬 계획은 10일도 못가 파산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골간으로 사민주의(?) 조세정책을 일부 결합시킨다는 노무현식 ‘좌파 신자유주의’의 파산선고였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행한 법인세 인하조치 등 조세 정책을 보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양세진은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로 인한 소득 불평등 축소 효과는 스웨덴 47.6%, 프랑스 33.3%, 미국 16.3%인 반면, 한국은 4.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자본주의의 폐해를 코딱지만큼이라도 줄어보겠다는 정책이란 게 빈 깡통이나 마찬가지의 수준임을 보여준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언행불일치

현 시기 양극화 심화 양상의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의 증가에 있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는 이 나라에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배계급 역시 성장의 질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분배정책보다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완전히 반대 모습이 나타난다.

정부가 올해 3000억 원을 들여 만들겠다는 13만 개의 ‘사회적 일자리’는 월급 70만원에 고용기간 1-3년의 불안정한 임시 일자리일 뿐이다. 또 철도노조 총파업의 핵심 이유 중 하나인 공사의 외주화를 통한 구조조정 역시 정부의 비정규직 확대 정책의 일환이었다. 또 KTX 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무력진압은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양질의 일자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단지 정부기관, 공사에 한정된 모습이 아니다. 삼성, 현대 등 대자본가들의 납품단가 인하는 중견, 중소사업장의 임금동결 및 삭감을 넘어 현장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 인하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자본가들은 대자본가들에게 항의하기보단 구속된 정몽구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단가에 맞추기 위해 가족 같다던 사원은 다 죽음으로 몰아가도 대자본가에게 밉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 이미 모든 자본가에게 비정규직 확대는 자본가의 지위를 보장하는 담보물이 돼 버렸다.

1,300억 원의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 수감된 정몽구 회장에게 6년간 불법파견으로 1조 이상 이중착취 한 죄값을 묻지도 못하고 있다. (현자 사측은 불법파견 인원 전부를 정규직화하는 데 2,200억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불법을 저질은 대가로 2,20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현자, GM대우 창원, 하이닉스 등 불법파견 판정난 후 정규직화 요구하면 계약해지 되어 졸지에 해고자로 전락하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정부와 자본은 한통속이 되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을 철저히 짓밟는다. 노동자들은 목숨 건 투쟁을 통해 정부와 자본이 떠벌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라는 것임을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자의 투쟁 말고는 양극화 해소의 다른 길이 없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에게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로 거짓선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규직화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구속, 해고, 무력진압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정부와 자본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비정규직화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 포화 속에 갇혀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의 골을 더 벌여가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투쟁을 확대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투쟁, 노동조합 사수 투쟁 등을 전국화 시키는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본주의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양극화를 깨부수기 위해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사민주의가 신자유주의에게 패배한 후 세상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반자본주의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남한의 중고생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빈부격차라는 자본주의 모순이 착취에 근거하고 있으며 빈부격차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착취를 끝장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자.

정원현(당건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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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 사회양극화 , 양극화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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