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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노사정 복귀

노동자 투쟁 다 말아먹을 셈인가?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재개되었다. 민주노총은 중집에서 6월 21일 경고 총파업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했다. 사회적 교섭 건이 민주노총 대대에서 무산된 후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위원장 직권으로 복귀한 민주노총은 참여와 탈퇴를 반복하다가 다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공식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일제히 환영했고, 최근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논의는 위험스러운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비난


비정규 개악안에 맞선 투쟁이 1년 10개월 가까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투쟁의 파고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출했다. 주요 대공장이나 대기업 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투쟁에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는 것, 이를 통해서 실제로 불법파견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실현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 이것이 정부의 개악 저지투쟁과 결합할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투쟁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이었던 화학섬유연맹 배강욱 위원장은 국회 환노위의 주관 하에 열렸던 노사정 교섭이 실효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 개악안과 관련하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입장차이가 현재까지는 분명한데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노동계 단일안을 만들자고 말한다. 과연 우리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같은 자와 단일안을 만들어서 싸울 수 있는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용득 위원장은 “기간제 근로, 파견근로 등 9개 항목에 걸쳐 노동계의 의견을 관철했는데 한두 항목 때문에 협의안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비난했다. 기간제 사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불법파견 시 정규직 고용 간주 조항을 없앤 것을 과연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은 노동계의 단일안을 만들자고 했으며, 한국노총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작년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방문까지 받았던 한국노총과 함께 하자는 것은 ‘최악을 면하자’는 협상의 논리일 뿐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비정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어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하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끝까지 협상을 전개하고 ‘최악만을 면하자’는 혐의를 더욱 가지게 한다.


이런 경향은 비정규 법안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며, 매우 위험스러운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복귀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노동부가 제시한 24개 로드맵 논의항목에 6가지 의제를 추가했다. 추가된 6가지 의제는 노동계가 추가한 산별 교섭 촉진을 위한 제도 정비, 근로휴게시간, 휴일의 특례 개정과 자본가들이 주장한 노조설립요건의 강화, 근로관계 종료신청제 도입, 노조재정 투명성 제고, 변경해지제 도입이다. 민주노총은 산별 교섭과 관련한 의제와 특수고용 노동자와 노동3권의 제약을 받고 있는 교사, 공무원, 교수의 노동3권 문제가 의제화 되었다고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의 논의에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가들이 주장한 내용은 노동운동의 근본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다. 근로관계 종료신청제가 도입되면 고용관계가 일방적인 자본가들의 신청으로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가 제시한 노사관계 로드맵 24개 조항은 민주노조운동을 말살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노사정이 마주 앉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렇게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에 열을 올리고 있는가?


“전투적 노동운동은 이제 그만!”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장의 현실을 한번 보자. 현대자동차에서 물량을 이동하거나 작업자를 다른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작년 베르나 후속모델과 올해 아반테 후속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현대 자본은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으며, 생산일정을 몇 번이나 미루고서야 결국 생산을 할 수 있었다. 생산에 대한 대의원들의 일정한 통제권의 행사는 한국의 전투적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다. 반면 대공장 노조운동이 가지고 있는 약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들의 조합원들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힘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비정규직의 해고 등이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상반된 두 측면을 해결하는 방식을 두고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운동이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업장에서부터 계급적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입장과 산별 전환, 사회적 교섭, 사회적 노동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대립하고 있다.
후자의 주장은 심지어 대공장 조합원들이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보다 중소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04년 민주노총 이수호 전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하자고 하겠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최대이윤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오히려 이수호 전 위원장과 같은 주장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이 ‘배부른 투쟁’이라는 여론의 확산에 일조하고, 전체 투쟁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히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가지고 있었던 전투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과 이를 통해서 현장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절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가? 그것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양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이 목적인 자본과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다.


분수령


사회적 교섭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사회적 교섭의 기반인 산별노조 시대가 완성차 4사 산별전환으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산별전환과 관련해서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가 산별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가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이 노동부의 공식입장이라고 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말하는 장점은 비정규직 차별해소나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고, 이중교섭과 이중파업, 정치파업의 문제 등 단점을 보완하면 산별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금속 대공장의 산별전환이 이런 입장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대공장의 산별전환과 관련하여 연맹이나 주요 노조는 ‘대공장의 파업이 이제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는 금속연맹의 산별 자료집이나 산별 전환이후 현대차 박유기 위원장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산별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반면 서구의 사회적 합의주의가 가능했던 조건, 호황이 아닌 한국의 현실에서 사회적 교섭과 합의주의가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적당한 타협 지점이 없는 것과 한국의 전투적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이 사회적 타협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노사관계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100명 중 87명이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참여와 혁신』설문조사, 서울경제신문 7월 10일자 보도)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61%에 달했다. 그 이유는 노사관계 로드맵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점차 쇠락해 가는 노동자 투쟁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 이를 위해서 현장에서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할 방안을 마련하고 세력으로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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