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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 엄단’? 그럼에도 왜 우리는 파업을 하는가

궁금증에 대한 속풀이 한판2

Q : 중요한 투쟁이 벌어질 때마다 ‘불법파업 엄단’이라는 보수언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진다. 게다가 경제부 장관, 산자부 장관, 법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 관계 장관회의에서도 엄중 처벌을 결정하고 담화문도 발표한다. 담화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전투경찰이 포위를 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고, 어떠한 연대투쟁도 못하도록 만들며 온갖 무력시위를 통해 협박을 한다.
올해만 해도 철도노조의 파업 때,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 총파업 때, 한미FTA 반대투쟁 때, 대구경북 건설노조에 이은 포항 건설플랜트노조 점거파업 때에서 보듯 자본과 정권은 거의 모든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 공세와 물리적인 ‘엄단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헌법에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배웠다. 노동3권에는 쟁의권(단체행동권)도 있다. 그런데 왜 거의 모든 파업은 불법으로 내몰려 노조간부와 핵심 활동가는 구속, 수배, 해고 되고 조합원들은 손배 가압류에 시달려야 하는가? 그리고 그럼에도 모든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포항 건설플랜트노조의 영웅적인 파업은 파업 지도부의 대량구속에도 불구하고 힘찬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58명의 구속, 4명 수배, 60명의 불구속 조사,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 대해 손배 가압류를 때려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여론은 궁극적으로 파업을 억제할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을 가지고 먼저 논의를 시작해 보자.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대한민국 헌법에 노동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다. 여기서 단체행동권은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파업하면 언제나 고소 ․ 고발되고, 재판정에 서면 여지없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해 생색내면서 하위법으로는 파업을 불법화시킨다. 고소 고발 내용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소 고발의 내용은 대부분 업무방해와 폭력이다. 업무방해죄를 인정하는 것은 파업 자체가 자본에 대한 업무방해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폭력에 관한 법률위반도 마찬가지다. 파업 참가자들이 억하심정으로 자본가와 관리자를 폭행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에 따라 착취의 기회를 박탈당한 자본가는 파업 파괴를 목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파업파괴 행위를 일삼는다.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회유해도 안 되면 불이익 준다고 협박하고, 그래도 안 되면 파업대오에 직접적인 탄압을 가한다. 파업 지도부는 사측의 이러한 회유와 탄압에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지하라고 경고하지만 그래도 자본의 회유와 탄압은 멈추지 않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몇 개월을 허비해야 한다. 그러면 파업은 물 건너간다. 자본의 회유와 탄압에 맞서 즉각적인 대응 없이는 파업의 승리는 고사하고 유지도 어렵다. 따라서 구속될 것을 알면서 자본의 회유와 탄압에 맞서 폭력을 행사한다. 파업지도부가 하는 폭력의 행사는 파업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정당방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일반상식을 뛰어넘어 자본가의 손을 들어준다. 파업 지도부는 대거 구속되고 해고된다. 우리가 파업할 때 구속 수배 해고를 각오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파업파괴를 일삼는 자본가는 기껏해야 벌금 얼마 내고 끝난다.

거의 모든 파업이 불법파업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이 지켜지지 않는 또 다른 핵심 이유는 파업의 목적을 말도 안 될 정도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압살하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운동의 발전을 막기 위한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다양한 하위 법률, 노사정위원회, 언론 등을 통해 파업의 목적을 직접적인 임금, 노동조건에 한정된 사안에만 투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면 불법파업이 되며 이는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얼토당토 한 일인가. 언론은 늘 정치파업이라며 불법파업에 대해 엄단할 것을 요구한다. 한 번 따져보자. 자본과 정권에게 정리해고제 도입에 맞선 파업투쟁도 불법이다. 제도에 맞선 투쟁이 아닌 개별 사업장의 정리해고 분쇄투쟁도 불법이란다. 직접적인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투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파업은 대부분 불법이다. 임금 단협투쟁도 공장을 점거하고 영업을 방해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불법이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자체를 압살하는 자본과 정권의 정치공세에 맞서 투쟁하는 것도 불법이니 말이다.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은 아예 파업권 자체가 없다. 노동조합이 파업권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필수공익사업장은 직권중재로 파업권을 묵사발 만든다. 현대자동차노조 파업에 적용하려고 했던 긴급조정권은 자본과 정권의 구상에 따라 언제든지 대규모 파업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최근 과감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건설플랜트노조 투쟁,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투쟁, GM대우 등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 투쟁은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하자는 것조차 불법으로 몰려 온갖 탄압을 받아야 했다. 이를 보면 사회체제, 즉 자본주의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사유재산제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앞에 서기만 하면 아무런 권리가 없는 조항이 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유재산권인가 파업권인가?

왜 자본가들은 노동3권을 인정하면서도 파업권을 제약하는가? 자본과 정권은 파업 속에 숨어 있는 혁명이라는 괴물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에 내포되어 있는 괴물이 살아 숨쉬면 생존권에 매달려 허덕대며 살아가는 노동자계급이 노동해방으로 진군할 수 있는 가교가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파업은 단지 노동력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자본이 착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만이 아니라 파업을 통해서 생존권을 지키고, 진정한 노동자의 길을 알 수 있도록 한다. “파업투쟁에 세상 알았다. 노동자 새 세상”이라는 노래가사처럼 파업은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노동자의 학교’다.

지금 파업권을 둘러싼 투쟁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을 빌미로 파업권을 최대한 제약하려고 한다.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공세도 모자라 한나라당의 배일도는 “파업 손실은 노조에게 책임 지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입법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체제 유지를 위해 파업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하위 법률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돈을 무기로 노동자 투쟁에 족쇄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탄압도 이제 자본주의적으로 하는가. 사유재산제를 신성불가침으로 떠받드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하에서는 노동3권쯤은 언제든 부인되고 공문구로 전락될 수 있다. 부자들의 민주주의, 자본가 민주주의를 노동자 민주주의로 대체하지 않고서는 노동자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에 맞서 파업권을 제약하는 악법 폐기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노동2권밖에 없는 노사협의회 정도로 노조를 제약하려는 자본의 기도를 분쇄하고 파업권을 쟁취해야 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받아내는 파업투쟁을 조직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쟁취해야 한다. ‘정치파업은 불법’ 운운은 자본과 정권의 개소리다. 노동자는 생존권을 위협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든 ‘정치’든 가리지 말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본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노동자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선 정치투쟁, 정치파업은 노동자에게 필수적이고 신성불가침이다. 자본가에게 사유재산이 필수적이고 신성불가침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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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 , 노동3권 , 포항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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