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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다시 한번 더 몰아치기 위해서!

참 소설 같은 삶이다. 결코 길지만은 않은 삶이지만 참 소설 같은 삶이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한결같이 KTX 투쟁의 승리를 다짐했을 130여명의 그녀들의 삶은 참 소설 같은 삶이다. 이것이 지난해 가을, 철도 서울본부사무소 앞마당에서 처음으로 그녀들이 팔뚝질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KTX 투쟁과 함께 해오면서 느낀 단상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되물어보자. 과연 그녀들의 삶을 소설로만 남겨둘 것인지.

본 글은 설령 그러한 그녀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지라도, 안 그래도 철산노 등의 집단 노조탈퇴 등의 조직력 약화로 인해 집안 걱정을 하고 있을 철도 동지들에게 무식한 놈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 그러한 승리의 소망을 담은 한 학생활동가의 글임을 먼저 밝힌다.

0. 명백한 불법파견 요소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적법도급?!

그렇다. 이것이 지난 9월 29일 노동부가 발표한 KTX 불법파견 재조사의 결론이다. KTX 승무지부에서 제기한 모든 부분을 불법파견의 요소로 인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언제 어느 적에 노동부가 노동자의 편이었던 적이 있겠는가만, 이러한 판결은 분명 “한순간” KTX 투쟁 대오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철도공사와 노동부 및 정부는 그 점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대오를 이루고 있는 130여명의 그녀들은 KTX 파업투쟁 1, 2, 3차 관문을 통과한 최정예 노동 투사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은, 아니 우리들은 무릎 꿇을 수 없는 것이다. 추석을 지난 지금 KTX 투쟁은 판결을 유리하게 바꾼 로비스트 이철 사장 퇴진운동으로, 철도공사 등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1. 그녀들에게.

남한 계급운동을 고민하는 진영에서 KTX 동지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KTX 동지들은 지난 반년 동안 남한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외로이 서 왔다. 그러나 무오류의 존재는 없으며, 명필가가 아닌 사람도 명필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KTX 투쟁에 대해 몇 마디 끄적이고자 한다.

첫째, 적을 명확히 하자. 만약 이 투쟁의 주적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철도공사 이철 사장이요 노무현 정부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철도가 공공부문이기에 정부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있으며, 이철 사장이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권 인사이므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것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은 반대로 우리의 목표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KTX 동지들도 잘 알다시피, 이 투쟁은 단순히 기백명의 젊은 여성의 직접고용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기에, 최소한 철도 내부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비정규직을 조직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경향을 보았을 때 ― 그것이 KTX 동지들의 오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 현재의 KTX 투쟁은 철도 2만 5천 조합원의 단결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음을 반드시 돌아보아야 한다.

남한 사회의 모든 사업장의 문제가 단순 일개 자본가의 악덕성에 기인하지만은 않기에 모든 투쟁의 한 축이 대정부투쟁임은 분명하지만, 그 투쟁의 힘은 반드시 현장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봐야만 한다. 그렇게 보았을 때 현재 시점에서 어느 부분에, 어떠한 방식에 투쟁의 방점을 더욱 찍어야 하는지는 명확해 지지 않겠는가.

둘째, 누군가 무엇을 해줄 것을 기다리지 말자. KTX 동지들이 투쟁도 처음이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 평생 초짜이고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베테랑이었던가. KTX 투쟁은 KTX 동지들 자신의 투쟁이다. 그렇기에 어떤 몇몇 활동가의 방안에 기대기만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투쟁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려 보는 연습 아닌 연습을 해보자. 몇몇 굵직굵직한 부분에 있어서의 총회에서만의 토론뿐만 아니라 가족대책위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당장 내일 집회에서 우리 조는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오늘 집회는 어떠했는지, 무엇이 아쉽고 무엇이 요구되는지 매일매일 평가하고 토론해보자. 그리고 그 토론의 결과는 언제나 내일의 투쟁에 반영하고 공론화 시키자.

2. 철도는 철도이고, KTX는 KTX?!

우문을 하나 던져 보자. 철도노동자는 철도노동자이고, KTX 노동자는 KTX 노동자인가? 코웃음 칠 수밖에 없는 질문이지만, 현 KTX 투쟁과 철도의 투쟁 및 활동은 “그렇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를 그 어떤 누구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철도 노조 운전분과(기관사)에서 '1인 승무 거부' 투쟁과 대전 본사 앞 천막 농성 중이 진행 중이며 승무 지부는 투쟁조끼를 착용한 상태이지만 KTX 승무 지부는 운전분과의 투쟁을 같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둘 다 구조조정 투쟁 중인데 공동투쟁을 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철도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몇 가지를 어설프게 제안해본다.

첫째, 구조조정 및 외주화 저지투쟁의 계획은 반드시 KTX 투쟁과 함께 하도록 하자. 그 투쟁기획의 단계에서부터, 철도 지부장동지들의 농성투쟁에서부터, 각 지부에서의 토론 및 조직에서부터 모든 투쟁이 KTX 투쟁과 함께 진행되도록 하자. 단적으로, 지난여름 내내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지부장동지들이 농성투쟁을 한 것으로 아는데, KTX 조합원들 대다수는 거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둘째, 각 지부에서는 교대근무를 마치고 1주일에 1회씩 KTX 농성장 및 집회에 결합하자. KTX는 매일매일 계획이 새로이 세워지고 행해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전 10시 내외 경에 첫 투쟁일정을 시작한다. 아마 철도동지들의 교대근무시간에 적절히 부합하는 시간으로 알고 있다. 시작은 크지 않을지라도 이러한 활동이 안정화될 때 철도내부 외주화 및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본격적으로 KTX 투쟁의 성과들을 조직적으로 받아 안아 힘차게 투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KTX 승무지부는 현재 철도노조의 산별교육 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산별 전환이 갖는 현장공동화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이를 통해 현장순회의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KTX 승무지부의 일정이 좀 더 ‘연대대오 친화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제 아무리 충실한 연대단위라도 일정 바로 전날 한밤중에야 연락이 도는 상황에서 대규모 연대대오를 조직하기는 힘들다. 철도 외부단위뿐만 아니라 내부단위에서도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정 공유가 필요하다.

3. 다시 한 번 몰아칠 시간이 다가온다!

철도 내부의 동력 역시 끌어올려 발맞추어 나가기에 재정비해야할 것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10월 하순경 예정된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철도 전 조합원의 투쟁으로 돌파해내지 않는다면 KTX 투쟁은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이 될 수도 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철 사장이 KTX 투쟁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를 빌미로 철도 내부가 단결하여 외주화 저지투쟁에 불이 붙을까 하는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가능한 철도 각 지부에서부터, KTX 조합원들 스스로부터, 연대하고 있는 각 단위부터 각자의 오류를 수정하고 실천해내야만 한다.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미 철도 구조조정은 본궤도에 올랐다. 무궁화호를 새마을호 로 바꾼다든지. 1인 승무제 도입이나 지사개편 후 여러 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쟁의 선봉대와 목전에 칼이 들어온 본대가 함께 싸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철도 해복투도 천막 농성에 들어간 지금은, 철도 전체의 싸움을 KTX가 먼저 선도해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박현우 (학사정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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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 불법파견 , KTX 여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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