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의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

오늘도 노동현장에서 투쟁하고 계실 선배들께 띄우는 편지

총학 선거에 나가며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 http://ssps.jinbo.net>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저희는 점점 더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을 잃어 가고 노동계급의 투쟁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기존 학생운동의 경향에 문제제기를 하며 작년 1월에 결성된, 아직은 서울대학교만을 주된 활동범위로 잡고 있는 작은 조직입니다.

저희처럼 조그만 조직이 이번에 2만 서울대학교 학우들의 대표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하게 되어, 오늘도 현장에서 조합원 동지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계실 선배들께 저희가 왜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게 되었는지, 어떠한 선거 투쟁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함께 문제의식을 나누고자 하는 의미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남한 학생운동 진영에서 그 누구보다도 노동계급 투쟁에 열심히 연대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새마을호 여승무원, 경찰청고용직노조,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 서울의류업노조, KTX 승무지부, 학습지노조 등 저희가 연대했던 크고 작은 모든 사업장들에서 저희는 비록 항상 100% 옳은 활동을 하진 못할지라도 항상 저희의 역량을 다해 투쟁의 승리만을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존의 운동권들에 반대하여 민중연대투쟁을 포기하는 반동적 정치를 조장하는 이른바 ‘반권’ 세력이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얻을 정도로 학생사회의 조건이 후퇴한 상태에서 그저 노학연대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런 영향력도 끼칠 수 없는 소수 써클운동으로 전락하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 사회의 변혁이라는 저희의 고민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치열했던 고민의 결과, 저희는 ‘교육투쟁’으로 지금의 학생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교육투쟁이라 함은 단순히 개량주의 · 경제주의적인 학생 처우개선투쟁이 아니라, 바로 학생이 현재 처한 모순을 바꿔 내기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 전체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학생사회에 던지려는 노력입니다. 당장 이번 학기 등록금을 내기도 힘들고 좋은 자격증을 얻기도 힘들며 청년실업 100만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고민하라는 주문은 어쩌면 가당치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대학생들이 현재 당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노학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라 할지라도, 저희가 결국 조직하려는 대상은 저희가 발 딛고 서 있는 ‘학생대중’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투쟁만이 이 사회를 변혁시킬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학생으로서 학생대중을 조직하지 못하면서 그 누구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학생들이 처한 모순에는 무관심하면서 말로만 민중연대나 노학연대를 외치는 기존의 거대 운동권 세력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는 학생조직이기 때문에 ‘학교’라는 현장에서 ‘학생’이라는 현장대중을 먼저 조직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잘해 봐야 수십 명 남짓한 지금의 대중동원 역량에 안주하지 않고, 전체 학생사회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노학연대의 전통을 복원시키고 싶었습니다.

저희의 생각이 잘못하면 학생회 복지만을 강조하는 개량주의 내지는 조합주의적 경향으로 흐를지도 모르는 위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선거투쟁을 준비하다보니 지금까지 해온 노학연대 투쟁에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지게 되어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저희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동지들에게 떳떳한 조직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 ‘현장’의 대중들을 조직하는 과정을 통해 노학연대 투쟁에 나서서 노동현장에 계신 선배들께 “현장의 노동대중을 조직하십시오!!”라고 당당히 문제제기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이번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그야말로 ‘투쟁하는 선거’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만, 저희의 이번 선거는 단순히 노학연대만을 강조하는 투쟁이 아니라 현실의 학생대중이 처한 모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라는 공간을, 대학생이라는 대중을 더 이상 반동의 요람이 아닌 연대의 요람으로 만들 것입니다. 저희가 대학이라는 현장의 대중을 조직하기위해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선배들께서 현장의 노동대중을 조직하기 위해 고민하시는 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학생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운동의 기본은 현장의 대중을 조직하는 데에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진리를, 저희는 이번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실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는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선배들의 승리가 가장 좋은 교과서입니다. 어떻게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각각에서 대중을 조직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노동대중과 학생대중을 다시금 투쟁의 현장으로 이끌 수 있을지를 함께 실천으로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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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 학사정연 , 총학선거 , 노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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