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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토론회] 이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을 계승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산별 시대'라는 새로운 운동 지형 위에서 현장활동가는 어떠한 전략 상을 가지고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 10월 21일 현장활동가 전국토론회에 참가한 동지들의 고민들이 모아진 지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날 발제문의 요지는 현장 단위 평의회운동을 전략 상으로 부여잡고 현장권력 쟁취투쟁을 전개하자는 것, 그리고 분명한 노선에 입각한 전국선진노동자운동을 건설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평의회운동! 현장활동가들에게 이제 더는 생소한 말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구체상은 다가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드는 우려는 평의회운동이 노조운동을 포기하고 조합원 대중과 유리되는 운동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조운동의 본질적 한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어쨌든 기존 대중운동 속에서 그 한계도 극복되는 것이지 어떤 새로운 운동의 깃발을 드는 걸로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문들도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 또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민주노조를 전투적으로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평의회운동이란 것은 인위적인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이 모든 우려와 의문들은 기존 노조운동과 평의회운동 간의 연관과 구별을 일단 명확하게 하는 데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아닌가 싶다.

나는 토론 과정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동당- 산별 시대’라는 이 바뀐 운동 지형 위에서 우리가 여전히 민주노조운동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려나가야 할 민주노조운동이란 무엇인가? 명칭에 대한 집착이나 과거 좋았던 시절의 향수가 아니라면 우리가 계승하고 살려나가야 할 합리적 핵심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나 나름대로 떠올린 답은 이렇다. '민노당- 산별 시대'라는 현단계 남한 운동지형 위에서 초창기 민주노조운동 정신(계급성, 자주성, 전투성, 민주성)을 지키면서 활동하고자 하는 현장활동가는 필연적으로 평의회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나는 초창기 민주노조운동 정신이 바로 평의회운동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신만이 아니라 실제 내용과 형식에서도 87년-90년대초 민주노조운동은 사실상 공장평의회 운동이라고 본다. 그때 민주노조는 단위사업장 현장의 대중투쟁기관으로서 현장권력을 구현했고 계급적 연대에서도 지금의 민주노조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높은 수준이었다. 지금의 집행부운동, 교섭기구로 전락한 민주노조와는 질을 달리 했다. (우리는 여전히 노조운동에 개입하고 전술적으로 노조를 활용하고, 심지어 필요할 경우 단위사업장에서 집행부를 떠맡을 각오도 해야 하지만, 그러나 '내가 잡으면 바뀔 수 있다'고 더 이상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투적 노조가 가능하려면, 전투적 의지나 정책과 노선만이 아니라 부단한 일상 투쟁으로 탈환된 현장권력이 사전에 뒷받침 되어야 되는 정세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현장권력을 쟁취하는 상황이라면 전투적 노조를 넘어서 평의회적인 운동으로 갈 것이다. 산별노조 이전 상황에서는 단위사업장의 전투적 노조와 공장평의회 사이에 중복 교차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대공장 단위사업장 노조들이 산별 전환하면서 노조운동과 평의회운동은 좋든 싫든 확연하게 구별되는 상황이 왔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애착을 결코 버릴 수가 없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내용과 정신이 변질되어 버린 오늘의 '민주노조'를 붙들고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것이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민노당-산별 시대'라는 바뀐 지형 위에서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정신에 걸맞는 현 단계 운동전략을 세워내는 것이 시급한 일이 아닌가.

나는 그 단초로,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민주노조운동의 알맹이는 '현장권력 쟁취!'이고, 이 알맹이를 노선적으로 체계화한 전략 상이 평의회운동이 아닐까 한다.
특히, '현장권력 쟁취!'에 전략적 제 위상을 입혀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짜 '현장권력 쟁취!'와는 실천에서 이미 거리가 멀어버린 현장조직들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현장권력 쟁취!' 간판을 여전히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렇게 실추되어버린 '현장권력 쟁취'에 전략적 제 위상을 찾아주고, 노조운동으로 해소되지 않는 평의회운동의 기치 아래 '현장권력 쟁취!'를 실천하는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시대에 진정으로 ‘현장권력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현장활동가는 필연적으로 평의회운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민주노조운동을 바뀐 지형 위에서 계승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의 적자는 현장권력 쟁취하는 평의회운동이다!

토론회 내내 들었던 생각, 체계 없이 글로 옮겨보았다. 다음 1월 13일 전국토론회에서는 전국선진노동자운동 건설을 좀더 앞당길 수 있도록 좀 더 구체화된 노선 토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선! 부담스럽지만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일 아닌가.

양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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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 민주노동당 , 평의회운동 , 민주노조운동 , 현장권력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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