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의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

[산별 기획연재] 연대임금, 우리가 갈 길인가?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공장 노조도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말끔히 해결을 하고 있지 못하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마저 국정감사에서 위장도급임을 입증해도 여전히 현장의 변화는 없다. 오히려 산별노조가 되면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고, 미조직 노동자에게 희망이 생길 것으로 선전되지만 금속의 주요 대공장이 산별로 전환했다고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차후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할 것이니, ‘기다려봐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연성의 천국

한국의 정부나 자본은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각종 통계에 나타난 한국의 노동자들의 처지는 비참함 그 자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784만명(03년)에서 845만명(06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고용된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55%다.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급속히 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51.3(2006년)으로 반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임금불평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미국보다도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일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임금소득 불평등인가! 자본의 착취인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대응은 점차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장노동자>는 지난호에서 강신준 교수의 ‘유연안정성’이 산별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교섭의 방향이라는 입장에 대해서 비판했었다. 비정규직을 인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심히 살펴보고 대응할 문제다.
한편 비정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연대임금이다. 연대임금은 이미 수년 전부터 민주노총의 임금 교섭 방향으로 제출된 방안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9.1%를 제시했으며, 임금격차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요구는 17.4%로 확정했었다. 어렵게 일하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많이 올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활동가는 없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점차 비정규직 철폐에서 처우개선의 방향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이미 04년부터 지속되어 왔다.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이수호 위원장은 04년도에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분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으로 쓴다면 자신이 나서서 대기업 노동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가?

연대임금정책, 우리의 방향인가?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로 진행된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은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 해소에 일조한 것은 틀림없다. 연대임금정책이 실시된 스웨덴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80%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 노동자의 반밖에 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비춰보면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뭐가 존재했을까? 1938년 스웨덴 노사는 살츠바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사민당 정부는 노사간의 타협을 통해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파업을 기록한 스웨덴을 가장 파업이 적은 국가로 만들었다. 1952년부터는 스웨덴 노총(LO)의 제기로 연대임금정책을 실시했다. 연대임금정책의 요지는 많은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낮은 이윤을 내는 기업을 예전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했다. 고소득(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전재로 임금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왜 자본가들은 이 정책에 합의했을까? 첫째로는 노조의 장악력이다. 스웨덴은 90%이상의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사민당 정부와 대기업의 선택이었다. 당시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스웨덴은 낮은 이윤을 내는 기업을 연대임금정책으로 도산하게 하고, 이 자본은 흡수한 것은 대기업이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재벌(?)인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주식시장의 40%를 넘게 보유한 대재벌이 되었다. 사민당 정부가 연구결과에 의하면, 282개의 주식회사 중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투표권을 점하기 위해서 3인 이상의 최대주주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1/6이었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스웨덴의 노동자들은 부가 소수의 재벌에게 집중되는 결과를 보며, 1976년 임노동자기금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제출했다. 임노동자기금은 민간대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신규발행 주식의 형태로 노조가 소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노조가 수년 후에는 대주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자본의 소유권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결국 임금노예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을 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이 안에 대해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자본의 소유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결국 입법화되지 못했다. 사회혁명 없이 자본의 소유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의 수 십 년간의 실험에서 우리가 봐야 할 교훈은 임금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본주의 하에서는 노동자는 임금노예라는 점이다.

산업구조조정과 연관된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의 결과는 노동자들에게는 참혹했다. 1997년 발렌베리 가문의 대표적인 기업인 에릭손사는 스웨덴 공장 한 군데의 폐쇄를 발표했다. 이에 스웨덴 노총과 사민당 정부가 반발하자 에릭손사는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고, 결국 사민당 정부는 발렌베리 가문에 손을 들고 말았다. 올해도 발렌베리 가문의 일렉트로룩스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생산시설을 헝가리로 이전했다. 스웨덴의 청년실업률은 27.5%로 서유럽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연대임금과 연동된 산업구조조정으로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린 대기업이 마음대로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격의 화살을 자본에게!

다시 한국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완성 4사의 산별전환과정에서 금속연맹은 독일 금속산별의 예를 들며 한 공장에서 물량이 줄어들면 다른 공장에 가서 일할 수 있다. 이것이 산별노조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모듈화 문제와 관련하여 산업정책연구소 이종탁 부소장은 전환배치에 반대해 싸우지 말자고 말했다. 강신준 교수는 비정규직을 인정하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섭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자본의 생산계획에 따른 고용과 노동시장 정책을 인정하되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연대임금정책과 관련해서도 민주노동당 이상훈 정책부장은 연대임금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선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심각해 질대로 심각해진 자본의 공격,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썩은 동아줄’을 잡을 순 없는 것 아닌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삼성전자 부회장의 월급(연봉이 아니라 월급)이 21억원을 넘는다. 자신들이 가져가는 것이 많다고 느꼈는지 해명을 했지만 해명의 내용이 더 기가 막히다. 삼성전자는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나타난 금액은 월 급여 외에 스톡옵션 행사 차익과 연말 특별성과급인 PS 등이 포함돼 있어 순수한 의미에서의 월급여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귀족 노동자 공세를 펼 때는 성과급 등 모든 것을 합쳐서 많이 받는다고 난리를 치더니 자신들의 월급에서는 성과급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른바‘고임금’은 잔업과 특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받는 임금이다. 그나마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하는 압박 속에서 노동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임금소득의 차이를 말하기 전에 자본가들의 착취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살을 떼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기름 낀 뱃살을 떼어내야 한다.

박준선
태그

산별노조 , 연대임금 , 유연안정성 , 스웨덴 모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준선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