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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규약투쟁

완성차 4사의 산별전환 가결로 산별노조는 대세로 굳어졌다. 산별노조 건설이 대중투쟁을 통해 아래로부터 이뤄진 것도 아니었으며, 그나마 긍정성을 갖는 비정규직 조직화 투쟁을 통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본의 현장 잠식에 맞서 현장권력을 탈환하기 위한 노력은 뒤로 한 채 모든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위한 산별노조 건설에 주력해 왔다. 더더욱 무서운 일은 전투적 조합주의를 공격하면서 건설됐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도부들은 대공장의 총파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임을, 그리고 교섭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산별노조 건설을 선동해왔다.

‘묻지마 산별’ 건설

완성차 4사의 산별전환에 힘입어 다른 대공장들도 속속 산별전환에 성공했으며, 공공연맹도 대의원대회를 통해 ‘묻지마 산별’ 건설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화섬 역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11월 화섬노조 완성과 더불어 금속노조와의 제조산별 건설로 조직전환을 결의하고 있다. 관료적 산별노조운동은 이미 대세를 굳혔다.
‘묻지마 산별’이 통과된 후 산별완성대의원대회를 위한 4개 소위가 가동되었다. 규약소위, 교섭과 07년 사업소위, 재정소위, 교육소위가 그것이다. 4개 소위를 통해 만들어진 초안 내용을 중심으로 이후 산별의 모양새를 완성한다. 특히 규약·규정 제정은 산별노조의 토대가 될 것이다.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서 만들어질 규약·규정은 공공산별, 화섬산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요식행위 - 현장순회 설명회

한 달간의 미합의 안 중심으로 지역별 현장순회 토론회가 있었다고 하지만 형식적인 토론회가 되었다. 현장조합원들은 4개 소위에서 만든 안조차 알지 못한다. 토론회는 겨우 관심 있는 소수 활동가만 참여했으며 참여한 동지들조차 수박 겉할기식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묻지마 산별’ 가결의 전제조건이었던, 활동가와 대중이 참여하고 논의하는 제대로 된 규약·규정 제정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규약·규정 제정마저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규약·규정 제정만이 아니다. 초기 노조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교섭과 07년 사업안 소위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한 번 만들어진 산별노조 규약·규정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첫 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조합원들도 잘 알고 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하지만 이미 가자고 결정한 상황. 역사에서 배우자며 갈 길을 선택했지만 어떤 활동가는 독일 산별노조 모델을, 어떤 활동가는 스웨덴 산별노조 모델을 얘기하는 수준이다. 만약 진정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면 모든 산별노조가 노동해방에 반대했다는 점, 노동해방 투쟁을 가로막았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가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수반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산별노조에서 해외 공장 이전에 맞서 투쟁하기보다 임금동결과 노동시간 연장을 수용한 것, 미국자동차노조가 GM의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기보다 4만 명의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위로금 협상에 나선 것은 작은 예일 뿐이다.

산별노조의 역사는 관료화를 공고히 하는 역사였다. 반면 현장활동가들에겐 현장공동화를 극복하는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산별 중앙의 관료화에 맞서 투쟁한 역사이기도 했다. 현장단위에서 산별노조로부터 교섭권과 쟁의권을 확보하는 투쟁의 역사였다. 직종별노조(한 공장안에 다양한 노조가 있다. 자동차로 치면 중요 부서만큼 다른 노조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예로 든다면 도장공노조, 조립공노조, 사무직노조, 연구직 노조 등)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서구에서 현장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이해와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선 현장단위 대표자가 필요했다. 이 현장단위 대표자 운동은 현장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산별 관료에 맞서 연대투쟁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산별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등장했다. 산별노조 하에서 보편화된 운동인 것이다.

남한의 산별주의자들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두면서 산별노조의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관료화는 내용적으론 국가경쟁력 강화, 산업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노사협조주의의 강화이며 현장의 직접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전투적 노동운동, 노동해방을 염원하는 반자본주의 노동운동 세력은 여기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산별노조의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약·규정 제정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규약·규정 제정투쟁

산별노조가 발달한 서구에선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에 맞선 다양한 투쟁들이 벌어졌다. 그 투쟁의 핵심은 현장단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장단위는 교섭권과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차례의 비공인파업도 불사했다. 산별노조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여기에 있다. 기업별노조 한계 극복이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혀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외면하는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약·규정을 확보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제까지 규약투쟁하면 직선제 문제나, 기업지부냐 지역지부냐 논쟁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완성할 산별노조에서 직선제는 합의사항이기에 논쟁거리가 아니다. 기업지부냐 지역지부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에 우선하는 것이 현장단위를 강화하는 규약 제정이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요구를 가지고 자본과 일상적으로 투쟁하고 교섭하는 공간인 현장 -- 통상 지회를 말함. 대공장의 경우 사업부회로 불리든, 현장위원회로 불리든 상관없이 -- 단위의 권한과 상근역량과 재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규약․규정 제정 방향

① 산별노조 관료화를 최소화하고 현장공동화를 막는 방향으로의 규약 제정
산별노조는 교섭권, 쟁의권을 중앙집중화 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중앙집중화 시킨다. 상근인력(인적자원은 중앙상근자 외에 외부인력으로 사회적 의제를 다룰 연구원, 조합원 교육을 담당할 전문 교육자까지)과 재정(연 120억이 넘는다)은 교섭권과 쟁의권에 따라 부차적으로 중앙집중화 되는 것이다. 중앙집중화 되는 만큼 현장의 공동화는 심각해진다.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는 이처럼 물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해선 자본과 직접 대립하는 현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약 제정을 해야 한다.

- 지회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 지회의 교섭권, 쟁의권에 따라 상근자, 재정배분을 현장중심으로 적정하게 해야 한다.
- 사업장 교섭의 중요성은 현장투쟁과 직결되어 있고, 현장투쟁의 성격상 즉각 이뤄지는 만큼 폭넓은 쟁의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 200명 당 1명의 산별 대의원 말고, 지회 대의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지회대의원들을 현장위원이라고 호칭할 거면 현장위원에 맞는 권한을 줘야 한다.
-재정 분배와 신분보장기금

② 노동조합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약 제정
노조의 직접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투표조차 투쟁회피를 위한 요식행위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인 만큼 투표 전 충분히 민주주의를 구가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 총회, 지부총회, 지회총회의 강화. 특히 지회총회를 강화해야 한다.
- 대의원의 조합활동 투명화 방안 마련.
- 안건 설명회, 의견수렴, 보고대회, 공청회 강화.
- 선출직 대표 소환절차 - 임원은 해당선출 단위의 5분의 1 발의/ 60% 가결, 대의원은 3분의 1 발의/ 60% 가결로 한다.

③ 형식적인 완성보다 계급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규약 제정

- 정규직 지회와 비정규직 지회의 통합에 대해
- 기업별 기부 아닌 지역지부 중심으로

모여서 논의하자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규약투쟁을 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첫째, 규약투쟁을 위해선 대의원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대의원 선거 과정을 통해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규약투쟁 방향을 조합원들에게 선전·선동해야 한다. 다음으로 당선된 대의원들 중 위의 ①②③ 방향 -- 구체적인 내용을 예로 든 것일 뿐이다. 구체적인 예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방향에 공감하는 대의원들은 결집해야 한다 -- 에 동의하는 대의원들의 전국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더 나은 규약·규정 제정투쟁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자. 「현장노동자」를 발간하는 당건투는 규약·규정 제정투쟁을 하고자 하는 모든 동지들과 논의할 것이다.

* 직접적인 연락 바랍니다. [다음호에는 논의에 기반해 규약안 자체에 대한 글을 실을 계획입니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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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 관료화 , 현장공동화 , 산별 규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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