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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노동자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 이현중 이해남 열사 3주기

이현중∙이해남 열사를 가슴에 묻은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열사를 보내고 난 후 안타깝게도 세원테크지회는 민주노조 깃발을 내려야만 했다. 구사대가 노동조합 선거에 당선된 후 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 깃발이 내려진 현장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노조를 깨기 위해 들였던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서 온갖 형태로 노동자를 옭아매었다.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가 대신했고, 최소의 인원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라인을 돌렸다.

그리고 함께 투쟁했던 조합원 동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퇴사한 동지들은 주차장 관리, 민물고기 배달 등 불안정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열사투쟁 당시(2003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동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만 했다. 공장에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나마 공장에 들어간 동지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취직했다가도 세원테크 조합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곧바로 해고되었다. 현장에 남아있는 동지들은 3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탄압을 받고 있다. 연장근로, 휴일근로(특근), 심지어 야간근로도 시키지 않는다. 주40시간 주간근로만 할 뿐이다. 그러니 한달 임금이 80만원에 불과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더러운 회사, 때려 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갈 곳이 없다.

한달에 한 번 흩어져 있던 동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모이는 수는 점점 줄고 있다. 먹고 살기 바빠서, 피곤에 쪄들어서... 열사의 정신을 가슴속에 품고 진정한 노동자로 살겠다는 우리의 결의는 가을 낙엽처럼 점점 퇴색해져가고 있다.

이해남 열사는 죽음을 앞두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들, 부모님, 조합원 동지들, 그리고 먼저 죽어간 이현중 열사를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 하나 희생함으로써 이들 모두를 살려내고 싶었을 것이다. 2년 여 간 노조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함께 했던 동지가 사측의 폭력에 죽어야만 했던 현실, 수많은 동지들이 구속되고 수배되고 해고되었던 현실을 바꿔내고 싶어 했다. 이해남 열사는 단지 자기 혼자의 죽음으로 이러한 현실을 결코 바꿔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이 이후 투쟁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랬다.

이제 곧 추모제고 총파업이 코앞이다. 항상 “열사정신 계승!”을 외치지만 구호는 허공에서 배회하고 있을 뿐이며 구호와 함께 수많은 열사들도 함께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열사들을 편히 쉬게 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동지들이 열사를 기억하고 열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저 높은 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울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 그것이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가슴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금속노조 세원테크지회 해고자 구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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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테크 , 이현중 , 이해남 , 열사정신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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