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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 규약투쟁을 준비하자

총파업을 준비하는 와중에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선거가 끝났다. 대의원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산별완성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는 ‘착실히’ 진행되었다. 준비위원회는 4개 소위에서 이견으로 제출된 안에 대한 조율을 계속했다. 전재환 준비위원장, 김창한 집행위원장, 박유기 현자노조 위원장 등 핵심들이 모두 참여한 10월 31일 8차 준비위원회 회의에선 몇 가지 안을 단일안으로 만들기도 했다. 말이 좋아 단일안이지 수없이 많은 절충과 타협이 난무한 것이다.

대의원 선거에 대한 현장의 대응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 참가할 대의원 선거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안 이뤄지고 있다. 단지 소수의 동지들만이 조직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선거에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현장동지회 후보자들은 규약·규정 제정의 방향으로 ① 관료화, 현장공동화를 막는 방향의 규약 제정 ② 노동자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의 규약 제정 ③ 조직형식이 아닌 계급의식 향상을 위한 규약 제정을 제출했다. 이는 현장동지회만이 아니다. 기아차 대의원 후보자들도 “현장공동화, 관료화 극복” 등 나름대로의 유사한 방향을 제출했다. 우리가 파악 못하고 있지만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우려하는 현장단위들의 선거대응도 비슷하리라 여겨진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서 조직적인 규약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기업지부 논란보다 사업장지회 권한 강화를

99년 산별논쟁부터 가장 치열하게 제기된 것이 기업지부 인정 여부였다. 전국회의 중심으로 사업장지회의 교섭권·쟁의권, 재정 확보를 현장공동화를 막아낼 것, 현장위원회 권한 강화를 통해 현장조직력을 강화할 것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회의의 올곧은 내용보다 최소공배수인 기업지부 인정 반대투쟁에 집중되었던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번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서도 뼈아픈 과거투쟁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종본부, 광역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체계가 등장하면서 복잡해졌지만 근본은 한시적 기업지부의 인정 여부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적 기업지부인정이 대세로 굳혀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한시적 기업지부가 단계별 지역지부로 어떻게 편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단일안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산별완성대대 준비위 8차 회의에서 한시적 기업지부를 둘 경우 부칙조항에 이행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업종본부도, 광역본부도 반대한다. 산별의 특성상 지역지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갈 것이라면 당연히 당장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기업지부 불인정, 지역지부 중심’의 산별건설에 대해 투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시적 기업지부안이 승리하고 3년 후 기업지부조차 지역지부로 편재되면서 지회로 쪼개지는 것이 분명한데, 현장을 담당하는 사업장지회는 뭘 할 수 있는지, 임무와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 사업장지회의 교섭권·쟁의권, 재정확보, 전임자 확보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자본과 일상적인 전투를 벌이는 현장에 쟁의권이 없다면 총알 없는 빈 총 들고 나가 싸우라는 것과 같다. 자본과 정권에 맞서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서도 현장조직력이 취약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현장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과 선전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발로 뛰고 일상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대부분의 산별주의자들은 기업별노조의 한계 극복에 방점이 찍혀 이점을 보지 않으려 한다. 토를 달지 말고 사업장지회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쟁의권에 대해

1안) 현장문제 교섭권과 쟁의권 인정, 단 다만 전체의 통일된 투쟁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위원장이 즉각 중단명령을 할 수 있으나 중단명령에 대한 중집위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2안) 독자파업 시 지회지부, 본조에 보고 후 책임단위의 결정에 따른다.

이 두 가지 안이 각축하고 있다. 당연히 1안이 2안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1안은 위험한 요소를 품고 있다. 특히 경제투쟁과 정치투쟁간의 상호관계를 왜곡 - 경제투쟁을 정치투쟁의 하위부속물 정도로 취급하는 것, 정치투쟁을 위해 경제투쟁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정치인식 - 해 알고 있는 노조지도부가 대부분인 상황, 여론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민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자본과 정권의 ‘대기업 이기주의’공세에 공감하는 수준을 넘어 ‘대공장노조의 양보’를 전제로 한 정책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1안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무조건 현장문제 교섭권과 쟁의권을 인정받는 규약쟁취를 해야 한다.

교섭권에 대해

현장문제에 대한 협의 및 교섭권 인정을 단일안으로 제출했다. 이는 작업장 교섭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 본조와 현장의 교섭범주를 구분하는 것도 의견이 일치했다. 언뜻 보면 교섭범주를 구분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산별노조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전환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데 사업장 단협은 전환배치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다. 산별교섭의 범주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단위노조 단협과 상충할 가능성은 매운 높다. 만약 산별노조가 연대임금정책, ‘사회적 임금’정책을 강행하게 되면 임금도 대기업노조와 상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단순히 가능성 10%~20%의 경우의 수가 아니다. 왜냐면 산별주의자들이 꾸준하게 주장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산별주의자들은 산별교섭이 산업정책, 사회적 의제 중심임을 누차 밝혔다. 산업정책은 국가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정책과 사회적 의제가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을 하향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을 강화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문제를 풀려면 자본의 이윤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산별교섭이 이런 대안이 아닌 방향으로 교섭이 분명하다면, 산별교섭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선 사업장단위의 교섭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장조직위원회의 강화를

산별주의자들도 현장조직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현장공동화를 막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현장조직위원의 구성과 선출, 역할, 현장조직위원회에 대해 규약·규정에 명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일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현장조직위원이 전년도의 교육이수, 회의참석, 출근투쟁, 지역 및 전국투쟁 등의 최소한의 기준을 이행하지 않으면 재등록할 수 없다”는 규율을 규정에 명시하는 것을 제외하곤 의미 있는 내용이 없다.

역할도 “노동안전요원, 부당노동행위방지, 지회조합원의 조직적 단결력 강화, 지역지부의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지역투쟁실천단, 정치실천단 등의 역할을 한다”고 규약에 명시하지만 권한은 전무하다. 의무와 역할만 있을 뿐이다. 지회 단위의 현장조직위원회는 독자적인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200명 단위의 대의원 체계론 일상적인 현장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이는 단지 소규모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공장조차 그러하다. 진정 현장조직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을 통해 현장공동화에 대처하겠다면 현장조직위원회에 권한을 주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1사 1조직에 대해

준비위원회는 비정규직/사무직 조직편재에서 1사 1조직을 기본으로 한다는 단일안을 만들었다. 아마 사무직조직보다 비정규직노조 혹은 지회를 어떻게 편재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방책으로 제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1사 1조직에 동의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해결해야 할 투쟁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정규직이 비정규직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정규직지회를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경과과정을 두어야 할 것은 한시적 기업지부가 아니라 1사 1조직에 대상인 비정규직지회의 존속이다. 계급적 단결은 구호로 되는 것도, 조직형식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단일한 요구, 단일한 공동투쟁, 성숙하는 계급의식의 발전을 통해서만 계급적 단결은 이뤄진다. 비정규직문제를 정규직이 안고 투쟁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규직노조의 태도는 조합원 정서를 핑계로 비정규직투쟁을 통제, 수습하려는 모습만 보여왔다. 직가입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조차 거부해왔다. 원·하청 연대회의는 연대를 위한 것보다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통제 기제로 작동한 것도 의문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1사 1조직으로 편재한다고 해서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산별노조 조합원이 됐다. 하지만 같은 조합원이지만 모든 것이 하늘과 땅 차이다. 간격을 줄이는 노력은 산별노조의 몫이기도 하지만 사업장 안의 모든 노동자들의 과제다.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투쟁을 선도할 수 있는 비정규직 지회 혹은 분회를 일정기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출직 대표 소환절차

8차 준비위원회는 선출직 대표 소환절차에 대해 단일안을 확정했다. 1안) 해당선출단위 5분의 1 발의, 과반수 가결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당연히 과거 규약대로 1/3의 발의, 2/3로 가결이 단일안으로 확정된 것이다. 재밌는 것은 1안 삭제에 대해 반대의견에 대해 제출된 정신을 공유하고 준비위에서 논의하였음을 보고하기로 했다. <현장노동자>는 1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1/3 발의, 2/3의 찬성은 자본과 정권이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직접적인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했던 규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본과 정권은 노조말살이라는 공격하기보다 노조의 체제내화를 시도한다. 즉 노조를 노사협조주의로 물들이는 작업이 주된 작업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민주노조운동은 자본과 정권의 품으로 넘어간 노사협조주의화 된 ‘민주노조’를 심판하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 중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불신임, 즉 선출직 대표 소환이다. 이는 절차상으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투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불신임투쟁은 거의 패배했다. 왜냐면, 노사협조주의화 한 ‘민주노조’집행부의 지지표와 사측의 고정표를 감안하면 불신임 2/3(66.7%)를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본에 이롭게 한 집행부를 물러나게 할 미친 자본은 없다. 대공장에서 자본의 고정표가 30% 정도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며, 대의원 당선을 위해 사측과 결탁해야 한다는 씁쓸한 소리에 흘러 나온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치명적인 오류에도 노사협조주의화 한 ‘민주노조’가 불신임되지 않는 것은 회사 덕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는 주장도 미덥지 않다. 왜냐면 불신임투쟁에 들어가면 대부분은 50%를 넘으며 2/3에는 못 미치게 될 때 노조의 공신력과 집행력은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50%의 지지도 못 받는 노조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에 놓일 때가 허다하다. 사측은 교묘하게 이런 노조의 상태를 이용할 뿐이다. 노조의 안정성이 내부로부터 무너진 것이다. 이럴 바에 과반수로 가결하는 것이 더 노조를 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소위 정파간의 투쟁으로 불신임이 관성처럼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불신임 실패의 책임이 얼마나 치명적인 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확연한 표의 갈림이 나타날 때 그 고통은 현장에 고스란히 전가되며, 활동가의 기반을 흔든다는 것을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 동지들이 불신임투쟁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현장노동자>는 선출직 대표 소환에 대해 1안) 1/5 발의, 과반수 가결이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밝힌다.

<현장노동자>는 지난 12호 신문을 통해서 규약투쟁을 여러 동지들에게 제안했다.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한 규약 투쟁에 동의하는 대의원과 현장 활동가 동지들은 시급히 대의원대회 공동대응을 준비하자. 다양한 사안과 의견은 모여서 논의하고 결정하자! 적극적인 대의원대회 대응을 시급히 조직하자!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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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공동화 , 산별규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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