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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직률 하강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가리키는 것인가?

지난 11월 10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노동리뷰’ 통권 23호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분석하면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함께 발표하였다. 더불어 다음날 각종 주요 일간지에서는 ‘노조 조직률 사상 최저치’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 및 논설을 내보냈다.

'노조 조직률 사상 최저치'라? 너무 의아스럽기에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한 번 분석해 보았다.

1. 결과 산출 방식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조 조직률을 산출한 방식은 연도와 분모지수로 놓여지는 것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조직률 산출 방식인 노동부 산출방식을 따른 조직률C를 참고해 보았을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조직률C의 분모이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공무원(철도, 체신, 국공립교원 등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을 제외한 수치를 분모로 삼고 있다. 즉, 공무원 중에서 철도, 체신, 교직원만을 조직률 산출 분모지수로 여기고 있다.

2. 노조 조직률 하강: 조합원의 급감? 혹은 미조직노동자의 증가?

노조 조직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를 정권과 자본이, 그리고 종종 우리 내부에서도 ‘노동운동 위기론’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조직률이 최고에 달했던 89년과 2005년의 조합원 수를 비교해보면 각각 190만 명과 150만 명으로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조직률표에서 보여주듯 그 줄어든 조합원 수가 23.3%에서 11%로 급감하는 수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증명하는 것은 그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범위와 그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89년 이후 사무․금융과 기타 서비스업종에서의 종사자가 급증하였으며, 이 분야에서는 단일화된 노동조합의 건설과 투쟁이 용이하지 않거나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부분이다.

더욱이 89년 이후 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급증하기 시작한 비정규직의 경우, 자본의 공세로 인해 증가한 그 수만큼이나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은 모든 동지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즉, 노동조합 조직률이 급감하고 있다는 통계의 본 의미는 조합원이 급감하거나, 내외형적인 노동조합의 축소라는 의미를 지니기보다는, 변화한 사회구조 속에서 미조직 임금노동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동지들의 경우는 이번 통계조사에서 그 대상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노조 조직률이라는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3. 노조 조직률의 하강이 투쟁력의 하강을 의미한다고?

2006년 상반기, 26세 이하 임금노동자는 고용 후 2년이 지나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프랑스판 비정규직악법인 “CPE"에 저항하여 15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안을 철회시킨 투쟁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종종 프랑스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력한 파업투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모습을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한다. 서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현장투쟁력을 지녔다 할 수 있는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100%여서 잘 싸우는 것일까?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프랑스는 OECD가입국 중 최하위인 8.0%(2002년 기준)에 불과하다. 비율로만 따지면 2002년 기준 11%였던 우리보다도 못한 수준임에도 2006년 프랑스는 CPE 저지투쟁을 일궈냈다. 이는 노조 조직률이라는 비율수치는 절대 노동조합의 투쟁력과 영향력을 대변하는 수치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직된 노동자의 수가 150만에 이르며,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80만에 이르는 한, 단순한 비율수치는 우리의 투쟁파급력에 전혀 변수가 되지 않는 것이다.

4. 우리의 과제와 조직률 변화의 교훈

그러나 노조 조직률의 변화가 쓸모없는 자료만은 아니다. 앞서 분석했듯이 89년 이후 급증한 사무․금융직과 고용의 불안정성으로 투쟁에 나서지 못하는 수백만 비정규직 등의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와 투쟁계획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는 2003~4년 정부와 언론이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 대공장 조직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내지만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분명 정부와 언론은 노조 조직률 하강을 근거로 하여 투쟁하는 노동조합의 와해와 패배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또한 노동운동 내에서도 위기담론을 이야기하는 주요 근거로 이러한 노조 조직률 하강이 거론될 것이며 그에 따른 조직개편(산별로의 전환 등)및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투쟁 등을 강구할 것이다. 물론 산별로 전환될 경우 전체 조합원수의 증가라는 효과가 따라올 수 있다. 그러나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조합에 가입하여 투쟁할 수 없었던 상황이, 산별로 전환되면 투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한다는 기계적 도식에 대한 비판은 이미 많은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더 언급하지 않겠다.

더불어 조직률 하강이 전투적 조합주의 때문이니 전략의 변화를 꾀해야한다는 이들에게는 89년 조직률과 조합원수가 가장 많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도록 하자. 가장 전투적인 투쟁을 만들었기에, 우리의 요구를 가장 직설적이며 자신 있게 외쳤던 80년대 후반의 투쟁의 성과가 노조 조직률과 조합원수의 급증임을 역설하자.
결국 이번 통계조사와 기사들은, 노동조합의 힘이 떨어졌으니 노동운동 그만두라든지 다른 방식을 꾀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투쟁이 강력한 노동조합을 구성하며 우리가 어느 부분에서 어떠한 투쟁을 전개해야하는지를 수치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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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조합주의 , 노조 조직률 , 노동연구원 , 노동운동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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