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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에서 함께 승리하는 투쟁으로

영남권 해고노동자 순회투쟁이 우리 모두에게 남긴 과제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이 첫 발을 내딘 지난 11월 23, 24일 양일간 영남권 해고노동자들의 지역순회투쟁이 진행됐다. “총파업 사수, 해고자 원직복직 쟁취”를 기치로 울산, 양산, 언양, 부산, 창원의 해고노동자들이 오랜만에 한 몸이 되었다.

지역 해고 노동자들의 연대의 기운을 높여내고, 장기투쟁 사업장에 대한 집중투쟁을 목표로 진행된 이번 순회투쟁은, 비록 빡빡한 순회일정과 마지막 양산 <한일제관>앞에서의 ‘영남권 해고자 대회’에서 예기치 못한 침탈로 울분을 삼켜야만 했지만, 충분히 그 목표치를 충족하고도 남았다.

투쟁이 투쟁을 키우며, 투쟁이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순회투쟁’만을 본다면, 이번 순회투쟁은 1주일 전에 결정되고 준비되어 실행되었다. 하지만, 양산 <한일제관>과 언양 <효정재활병원>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던 지역연대투쟁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이번 순회투쟁은 지역 연대 투쟁이 자연스럽게 영남권 순회투쟁과 집중투쟁으로 확대되는 과정이었다.

40년간 적자 한번 내지 않았던 어용 한국노총 사업장인 양산 <한일제관>은 올 초 노동조합의 동의아래 116명을 정리해고 하였으며, 3명의 해고자들은 한달이 훌쩍 넘는 천막농성 투쟁을 포함하여 260여일 넘게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단 3명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지만, <양산노동상담소>와 지역 활동가들의 연대투쟁에 힘입어 그 의의는 지역에서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투쟁으로 성장하였고, 그 형태는 부산과 울산지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잇는 연대투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울산지역 <연대노조>에 가입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6명의 <효정재활병원> 간병사 아주머니들 또한, 지역적 고립과 늦은 나이에 투쟁을 시작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명나고, 재미있는’ 집회 문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되어 연대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타 투쟁 사업장 투쟁에 적극 연대함으로써, 평균 나이 50이 넘는 아줌마 투사들로, 연대투쟁의 모범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동지들의 모범적인 투쟁이 ‘순회투쟁’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 시작점에 울산해고자협의회 동지들, 부산양산지역해복투 동지들, 지난 10월 천막까지 침탈당하고 처절하게 1년이 넘게 함께 투쟁해왔던 대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복직투쟁의 깃발을 놓치 않겠다고 결의한 6명의 부지매(‘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 동지들, 두산자본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반드시 두산자본을 끝장내겠다는 두산중공업 해고 동지들의 투쟁과 결의가 더해져 더욱 커다란 투쟁으로 성장하기 위한 단초가 채워진 것이다.

‘힘실어 주기’, ‘품앗이’ 연대투쟁은 그 횟수의 증가와 함께, ‘나의 투쟁’, ‘우리의 투쟁’으로 발전한다. 현실의 분노를 공유하고, 함께 이후 투쟁을 고민하게 된다. 언양 <효정재활병원>을 출발로 하여 부산 <부지매> 동지들의 복직투쟁과 ‘故 하중근 열사 촛불 문화제’, 창원 <두산중공업> 동지들의 복직투쟁, 그리고 양산 <한일제관> 집중투쟁으로 마무리된 1박 2일간의 순회투쟁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각 단사 해고 동지들의 분노와 결의를 새롭게 공유하기엔 부족함이 없었고, 이후 지역에서 연대투쟁의 정신을 새롭게 복원하고 강화해야 할 고민을 함께 주었다.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에서 원직복직 쟁취! 승리하는 투쟁으로

처절한 투쟁을 장기간 지속해온 동지들에겐 속된 말로 ‘악’밖에 남지 않았다. 순회지 모두에서 해고 동지들은 소속 자본에 대한 분노와 응징의 결의를 전혀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투쟁 속에서 승리에 대한 기대보다는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으로 삯이고 삯여 왔음은 어렵지 않게 공유된다.

자본의 탄압은 그 악랄함과 강도를 더해가지만, 그것을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엔, 해고 동지들의 투쟁도 예외가 아니다. 단사로부터 함께 방어되고 지역으로 확대되어야할 투쟁들이, 오히려 현장에서부터 외면되고 심지어는 ‘골치꺼리’로 여겨진다. 자본의 극악하고 악질적인 탄압보다 당연히 “함께 고민해야할 투쟁”을 “발목잡히는 것”으로 접수하고 있는 현실의 노동운동이 해고 동지들을 더욱 ‘승리에 대한 기대’보다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으로 향하게 하고 있음은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양산 <한일제관>에서의 ‘영남 해고자 대회’는 1박2일 마지막 일정이었다. 집중된 연대투쟁의 힘으로 260여일이 넘는 복직투쟁을 결정짓고자 한 대회는 사장실 진입까지 성공했으나, 해고자들의 전원연행과 1달이 넘게 투쟁의 거점으로 기능했던 천막농성장의 침탈이라는 역공을 맞았다.

자본의 탄압에 무기력하게 거점을 빼앗겼다는 분노보다는 회사 이사와 어용 노조위원장의 합작과 현장 진두지휘 아래 강제 동원된 동료 조합원들의 손에 의해 천막이 철거되었다는 사실이, 해고 동지들을 울분에 떨게 만들었다.

“오늘의 울분을 평생의 한으로 남기지 않겠다. 오늘의 도발을 철저하게 응징하겠다”는 <한일제관>해고 동지의 분노에 찬 발언은, 지역에서 연대투쟁의 기운을 더욱 강화하여 원직복직과 함께 동료 조합원들을 강제 동원하는 어용노조를 분쇄하고 반드시 민주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결의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한 모든 해고 동지들과 지역 활동가 동지들에게, 당연한 역사적 진실을, 하지만 우리 노동자 투쟁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노동자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금 확인해 준 것이다.

“연대투쟁의 기풍을 복원하고 해고자 원직복직투쟁의 집중”을 도모했던 1박2일간의 짧은 순회투쟁은 마무리와 함께 곧바로 ‘복원’에서 ‘강화’로, 그리고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을 일궈내야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해고 동지들의 투쟁은 자존심을 지키는 고립된 투쟁에서 함께 승리하는 투쟁으로 발전해야하며, 이는 투쟁하고자 하는 모든 노동자들 스스로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승렬 (현중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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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 한일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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