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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사회보험 통합은 무조건 ‘선’이며, 징수공단은 과연 ‘통합’인가

노무현정권은 지난 8월 느닷없이 4대 사회보험 통합을 거론하며, 이를 위해 국세청 산하에 통합징수공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권 내부에서 얼마만큼 사전 검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무현정권의 평소 행태대로 대개의 유관기관이나 단체 등에겐 매우 갑작스런 제도변경 발표였다.

자본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일단 주요 일간지들이 평소 노무현정권에 대해 보여 왔던 태도와는 달리, 정부의 일방적인 장점 선전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했고, 이에 대한 비판의 논조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발표한 통합징수공단 설립 이유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 조직의 자격. 징수 업무인력 1만여 명을 빼내어 한 곳으로 집중하여 중복업무를 막아 5천명으로 통합징수공단을 운영하겠다는 매우 파격적이리만치 과격한 감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2만에 가까운 4대보험 노동자들이 술렁거리자, 청와대는 급히 “한 관계자의 말”을 빙자하여 현 4대보험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해주겠다고 언론에 흘렸다. 그러나, 노동자의 고용보장이란 청와대 한 관계자의 무책임한 한마디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가 말한 고용보장이란, 징수공단 설립과정에서 당장 “강제해고”는 하지 않겠다는 말에 불과한 것이며, 그 역시도 책임 없는 자의 답변일 뿐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려면 “실질적인 책임을 가진 자의 책임 있는 보증행위”가 이어져야 할 것이며, 법률로서 설립되고 운영되는 4대 사회보험의 관련법령에서 이 부분이 확인되어야 하나, 정부는 아직 그러한 의지를 보이려 하지 않는다.

또, 설사 이와 같은 책임 있는 보증행위가 있다손 치더라도, 4대보험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보장이 될 수 없다. 4대 사회보험 기관처럼 전국적 사업장은 인력재배치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즉, 자기 연고지와는 먼 원거리 재배치는 형식상 강제해고는 아니나 사실상 해고강요에 해당된다. 징수공단 등으로 1만여 명이 재배치 되고나면, 나머지 1만 명도 그 비워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리저리 재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측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질서를 완벽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권력을 무한대로 발휘하게 될 것이며, 가뜩이나 힘을 잃고 있는 현장은 더욱 저항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측에 장악된 현장의 노동자들은 실로 직장생활이 노예생활에 다름 아니게 전락해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만 명이 담당하던 자격. 징수 업무를 아무리 통합한다손, 5천명으로 감당하겠다는 장담 또한 믿을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통합징수공단을 5천명으로 설립하고 나서 통합징수공단 노동자들이 격무 속에서 비명을 지를 무렵이면, 그 나머지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을 도입하여 메우려고 할 것이다.

정부는 1만 명의 자격징수업무를 통합징수공단을 통해 5천명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발표하고 기정사실화하면서 자동으로 5천명을 “잉여인력”으로 만들어놓는 부수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잉여인력”에겐 신규 확대업무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된 사회보장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 있는 지금 확대업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4대보험 노동자들은 이것이 결국 명퇴 압박이나 기타 퇴직압박으로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4대보험 각 공단의 노동자들은, 최근 수년간 정부의 계속적인 감원정책으로 현재의 상태만도 견디기 어려운 격무의 상태라고 말한다.
이러한 노동강도 강화와, 5천명의 “잉여인력” 형성, 인력재배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불안은 극대화되고, 정부와 사측의 권력은 현장을 휩쓸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비정규직이 무저항으로 도입되고 그간 그나마라도 정부에 저항해왔던 사회보험노조, 연대연금노조, 직장노조, 근로복지공단노조들은 순식간에 징수공단 설립과 함께 반타 되고 내부 인력재배치의 혼란스런 과정에서 노조원의 생존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4대 사회보험을 통합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노동부, 복지부를 제치고 기획예산처, 국세청 같은 기관들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회사를 하나 더 차리는 것은, 실상 사회보험의 통합도 아니며, 전형적이고 가장 악질적인 구조조정 방식인 기능분사화이다. 하나의 업무를 쪼개어 기능별로 분화, 특화, 단순화하고, 이를 각자 분리하여 분사화 하는 방식은 각 사업장의 독립성을 거세하여 중앙의 권력을 강화하면서도, 노동자와 민중들의 저항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해가는 방식이며, 기능특화 단순화는 고용의 유연화, 즉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자의적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사회보험노조를 비롯한 4대보험노조의 공대위는 이러한 위험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합원들의 엄청난 생존권이 수반된 문제를 정부에 협조하여 합의를 도출하려고 한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태도도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4대보험 통합은 정부의 복지책임을 강제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며, 이 “통합”으로 인력을 효율화하고 남은 인력을 자르지만 말고 사회보장을 확대하자는 식이며, 신자유주의 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의 구조조정 음모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의 조직이면서도 사물을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정부 사회보장 정책담당자의 시각에서 정부정책의 성공을 위해 참여하려 할 뿐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관점을 이해관계를 떠난 높은 수준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사회공공성 강화”의 책임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장을 떠난 어떠한 관점도 결국 자본가들의 착취강화에 이용당하여 현장 파탄을 방조하는 것이며, 결국 현장의 받침 없이 허공에 떠있는 자신들마저 파탄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차피 이를 막아낼 세력은 이러한 노사협조주의의 최대의 피해자가 될 현장의 노동자들 자신이어야 한다. 적극적인 관심으로 현장운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직관적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과 우려가 더 정확한 판단임을 적극적으로 선전해나가야 한다.

이충배 (사회보험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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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노조 , 4대 사회보험통합 , 통합징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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