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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산별정신조차 저버린 06년 임금합의!

비정규직 현안투쟁을 구조조정 저지투쟁으로 확산시키자!!

11월 15일, 철도노동자는 55.41%로 다시 쟁의행위를 결의하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운수산별전환도 68.37%로 가결되었다. 오랜 논란 끝의 운수산별 전환은 실험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산별이 산별답기 위해서는 직종을 넘어서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을 넘어서야 한다. 산별전환에 걸맞으려면 철도노조의 쟁의행위는 정규직의 요구를 넘어서야 한다. 전체 철도노동자의 단결로 쟁의행위를 확대하고 정규직 임금교섭을 넘어서 비정규직의 임금요구안, KTX 승무업무 환원, 해고자 복직 등 현안쟁점들을 관철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비정규직 배제한 임금합의

그러나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임금요구안과 KTX 승무원 투쟁, 해고자 복직이 유실된 06년 임금합의안은 철노 집행부 스스로 내세운 산별정신조차 저버린 것이다. 더욱이 ‘공공성과 고객 서비스 증진을 위하여 고객에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노사합의서는 철도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내버린 꼴이다. 도대체 철도노조 집행부가 그토록 바라던 운수산별 가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년이면 임기가 마감되는 현 집행부의 치적과 명망을 높이는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닌가? 마지막 본교섭 대표교섭위원 발언에서 이철 사장이 무쟁의로 타결을 해준 철도노조의 위원장과 교섭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한 것은 이번 임금협약의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임금합의에 뒤이은 공사의 외주화 선전포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 다음날 16일, 공사는 보란 듯이 전국의 113명 새마을호 승무원 전원에게 KTX 관광레저(주)로의 전적동의서를 제출하라며 승무업무 외주위탁화를 선전포고 하였다. 비정규직 외주화 계획이 결정된 바 없다는 공사의 말은 역시 말장난이었다. 이미 예견되었음에도 조합은 조직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그 모든 책임이 고스란히 승무원들에게 떠맡겨진 힘겨운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산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이라는 열려진 공간을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화 저지와 재계약 투쟁으로 조직하고, KTX 승무원 투쟁과 연결될 수 있도록 투쟁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으로부터 산별정신은 살아나는 것이다. 그것은 철도공사의 구조조정 ․ 외주화의 첫 번째 공략대상인 직접고용 비정규직들이 11월 투쟁의 선봉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KTX 승무원 투쟁과 새마을호 승무원 재계약 투쟁이 연결되고, 각 지부 직접고용 비정규직 재계약 투쟁으로 확대되는 것이야 말로 지부에서부터 실현되는 산별의 정신이요, 구호나 찬반투표에 머무르지 않는 산별건설의 과정임을 분명히 새겨야 한다.

누굴 위한 산별인가? 집행부를 위한?

그러나 06년 임금투쟁의 과정은 그러하지 못했다. 철도노조 중앙집행부는 지부에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을 넘는 산별정신을 심어야 했지만 그럴 의지도 계획도 지니지 못했다. 비정규직에게 연말까지 이어진 임금투쟁은 재계약 투쟁과 연결된 하나의 투쟁이다. 이 양자를 분리하고 사업으로만 배치하는 철도노조 중앙집행부는 사측이 처한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의 미래를 가로막는 기회주의 관료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철도노조는 06년 비정규직 임금 교섭의 공간을 처음 열었다. 비정규직은 스스로의 임금요구안을 가지고 교섭의 주체로 참여했다. 비정규직 임금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교섭만으로는 합의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을 여는 것은 이 한계를 조합이 책임지고 넘어서보겠다는 의지이다. ‘철도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조 하에서 비정규직 임금교섭을 시작한 것은 조합의 큰 단결력과 조직력으로 비정규직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이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이 난항에 빠지게 되면 조합이 지닌 철도노조 전체의 힘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이다. 교섭막바지에 공사의 마지막 수정안인 0.2% 정규직 고통분담을 요구했을 때 비정규직 실무교섭위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철도노동자의 투쟁의지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조합은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자는 말로 단결 투쟁한번 해보지 못한 채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은 유실되었다.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의 유실과 동시에 비정규직 재계약 투쟁, 외주화 철회 투쟁도 유실될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직에게 연말까지 이어진 임금투쟁은 재계약 투쟁과 연결된 하나의 투쟁이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이 양자를 분리시키려 했다. 자본(공사)을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사실상 희생시키기로 작정한 것이다.

집행부가 내세우는 산별의 실체도 이번 임금합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집행부는 더 이상 현장투쟁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을 사장시켰다. 투쟁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은 유실된 것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재계약 투쟁, 외주화 철회 투쟁도, 철도노동자 단결의 정신도 유실될 위기에 처했다.

11월 25일 전국의 비정규직 조합원들 40여명이 용산역에 모였다. 비정규직 임금 요구안이 유실된 합의안을 납득할 수 없기에 조합에 항의방문을 하고 위원장 면담요청을 하였다. 위원장은 없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하여 수석 부위원장과 교섭실무간사와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분노로 밥도 굶어가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비정규직 조합원 동지들은 절박함을 호소하며 1) 비정규직 임금이 빠진 합의안에 대해 해명할 것과 2) 새마을호 승무업무 외주화와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07년 재계약과 고용불안 해소에 대한 계획을 제출할 것 3) 비정규지 조직화 및 차별철폐 계획을 제출하고, 각 지방본부 비정규직국장을 비정규직주체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할 것 4) 위 요구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시에는 비정규직조합원 스스로의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요구를 제기하였다. 조합은 어떠한 비판도, 요구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너희들 힘이 모자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훈계를 하기도 덧붙였다. 이런 조합에 기대기만 해서는 비정규직의 재계약이나 외주화를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당일 모인 모든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배웠다. 비정규직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하고 비정규직 스스로 현장투쟁을 전개해야만 하고 그러한 힘으로 조합을 강제하고 변화시킬 때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고, ‘철도노동자는 하나다’를 실현할 수 있음을 가슴 속 깊이 새겼다.

조합에 대한 의존심을 넘어서야

많은 것을 잃어버린 06년 임금교섭은 끝났다. 06년 임금교섭의 결과는 철도의 비정규직에게 주어진 한계와 과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조합에 기대기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비정규직 임금요구안은 유실되었지만 또 다시 ‘외주화 철회! 재계약 쟁취!’가 유실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하고 비정규직 스스로 현장투쟁을 전개해야만 하고 그러한 힘으로 조합을 강제하고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 그럴 때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고, ‘철도노동자는 하나다’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이 유실된 결과로 조합과 정규직을 향했던 분노는 정확하게 공사를 향해야 하고, 현장 지부에서 소수라도 비정규직 재계약과 외주화를 제기하며 정규직을 견인하여 공동투쟁으로 철도공사의 구조조정 ․ 외주화 저지투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또 다시 투쟁은 시작 된다

대전정비창 비정규직들은 27일 비정규직 총회를 열었고 대전정비창 간부들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 스스로 단결하고 자신의 권리를 제기하였기에 가능하였다. 이후 집행부가 바뀌어도 대창 비정규직들은 스스로 비정규직 권리를 찾기 위해 당당히 선봉에 나설 것이다. 희망은 여기에 있다. 정규직으로부터, 조합간부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는 것에 희망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비정규직 스스로 단결하고 조직하여 당당해졌다는 데 있다. 이 당당함은 외주화의 공격을 맞고 있는 새마을호 승무원동지들에게, 계약해고 통보를 받은 서울정비창 동지들에게, 전국의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이제 또 다시 투쟁은 시작되었다. 외주화 철회와 재계약 쟁취 투쟁이 시작되었다.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화 철회와 재계약 쟁취를 위한 중앙노사협의회가 곧 개최될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현장투쟁이 수반되지 않는 교섭은 승리할 수 없다. 조합이 교섭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소수라도 당당하게 비정규직 스스로의 현장투쟁으로 단결력을 키워야 하며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선봉에 서야 한다.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비정규직 임금요구를 유실한 채 합의를 한 현 조합 집행부를 제대로 심판하고 부결하는 길이다.

철도노조 비정규직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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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 , 운수노조 , 임금합의 , 김영훈집행부 , 새마을호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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