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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 한판 5] 자본에게 타격이 되는 이중교섭/이중쟁의, 왜 산별규약에서는 이를 제약하려 하나?

Q : 16시간 지속된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 온갖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산별체계 완성에 집중하는 세력>과 <기업단위 혹은 지회의 교섭권/파업권을 규약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세력> 사이의 논쟁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교섭권에 대해 “<60조 3항> 기업 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고 하여 이중교섭/이중파업에 제약을 가하는 새 조항을 왜 굳이 넣었을까? 이중교섭/이중파업이 자본에게 타격이 되니까 자본이 없애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 노동자에게는 좋은 것일 텐데. 지도부들이 말하길 산별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항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대의원들과 현장활동가들이 가지게 되는 궁금증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자.

A : 산별완성대의원대회 인터넷 중계를 보던 동지들이 수시로 연락한다. 규약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아는지라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의원이 아닌 동지들은 월차 쓰고, 아니면 조퇴해서 대의원대회장에 찾아왔다. “묻지마 산별”이 통과된 공공부문 활동가들도 금속대대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어떤 산별을 만들지를 놓고 붙은 논쟁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기업단위 교섭권은 절대 안 된다고?

산별체계의 완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세력은 “기업단위의 독자적인 교섭단에 교섭권 위임을 하지 않는다”를 지지한다. 여기에는 국민파, 중앙파, 전국활동가조직(준), 새흐름 등 모두가 일치하고 있다. 그들은 “기업단위의 교섭단에 교섭권을 위임”하면 기업별노조의 망령이 되살아나 산별노조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재단한다. 다시 말해 기업단위 교섭권 위임과 쟁의권 보장은 산별노조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기업지부 즉 핵심 대기업노조의 기득권을 제약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쟁의권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 그렇다면 지역지부냐, 한시적 기업지부냐 외에 그들 사이에 산별노조에 대한 다른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산별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막기 위해 투쟁하는 세력 -- 우리를 포함한 소수파다 -- 은 반대로 “기업단위의 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장 현안문제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임금과 단체협약에 관련한 내용도 할 수 있고, 꼭 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기한다. 기업단위의 교섭권/쟁의권이 제약되는 상황에선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관료화와 현장공동화 막으려면 기업단위의 교섭/쟁의권 보장돼야

임금과 단체협약에 대해 기업단위의 교섭권/쟁의권을 박탈하려는 산별조합주의자들은 산별전환 과정에서 산별노조의 관료화와 현장공동화에 대해서 단 한번도 대중적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묻지만 산별”이 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들에겐 중앙집중적인 산별노조 건설만이 살길이다. 이것을 위해 자신들이 스스로 평가한 것조차 은폐했다. 산별조합주의자조차 금속노조 5년간의 평가에서 산별노조-지부-지회에 따른 산별협약-지부집단교섭-사업장교섭체계가 있기 때문에 투쟁동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장공동화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서 현장공동화를 막아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사업장교섭(일상적인 라인배치만이 아니라 임단협을 포함한 작업장교섭)이다. 조성웅 현중사내하청 지회장은 “관행적으로 해온 사업장교섭은 어떻게 된 것이냐, 사업장교섭에서 임단협을 빼고 현장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 달라”는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이 점을 지적했다. 더 내밀하게 살펴보자.

산별조합주의자들은 기업단위의 교섭권/쟁의권을 준다면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에 소극적으로 될 것을 100% 확신하면서 두려워한다. 특히 대공장은 더 할 거라 판정내리고 있다. 이런 속단은 과도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 과도한 속단은 산별지침에 잘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대공장에서 기업지부 혹은 기업지회 차원의 임단협이 이뤄진다면 산별노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파이보다 크기 때문에 산별노조보다 기업지부 혹은 기업지회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산별이 힘을 잃는다는 논리다. 산별조합주의자들로서는 있을 수 있는 분석이고, 있을 수 있는 우려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분석이자 어리석은 우려다.

만약 반대로 기업단위의 교섭권/쟁의권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임금을 예로 들자. 산별주의자들도 임금은 통일협약이 아니라 기준협약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에서 서울대지부가 탈퇴한 후 금속노조와 금속연맹 관계자들은 보건의료노조의 어이없는 실수를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따라서 임금이 기준협약이라면 임금인상율의 최저치 기준만 결정하고 지부교섭, 사업장교섭을 통해 이중, 삼중의 교섭을 하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정부와 자본은 이중, 삼중교섭으로 교섭비용이 높아지는 산별 못하겠다고 버텼다. 이중, 삼중교섭 때문에 박태주는 산별교섭의 성사를 위해 교섭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노동조합의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을 종용했다.

만약 이중, 삼중의 교섭이 안 된다면 이는 현장공동화로 곧바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임금 ․ 단협을 포함한 이중, 삼중의 교섭을 했던 것이다. 대공장에 임금 ․ 단협을 포함한 이중, 삼중의 교섭권/쟁의권을 주지 않는다면 역으로 대공장 조합원들은 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엄교수 대의원은 “임금을 포함하고 단협은 할 수 없다”로 수정발의안을 제출했다. 이조차 단호하게 기각되었지만 말이다. 기업단위의 임단협 교섭권 위임 금지와 쟁의권 박탈은 우려와 반대로 핵심 대공장들의 수동화를 낳고 이는 관료화의 진척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지도부들은 보충교섭으로 사실상 이중교섭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이중교섭은 소극적인 허용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쟁의를 없애는 데 사활을 두고 있는 자본의 의도를 감안할 때 오히려 적극 장려해야 할 문제이며, 따라서 규약에 교섭권/쟁의권 보장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이중교섭은 단순히 보충교섭의 문제로 그 성격이 왜소화되어선 안 된다. 관료적 산별노조의 노사협조적 방침 및 협약내용이나 투쟁억제 지침에 맞서 사업장 현장 단위에서 독자적인 임단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산별 중앙에 맞선 서울대병원지부의 투쟁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단순히 보충교섭 허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이중교섭/이중파업을 보장하는 사업장 단위의 교섭권 부여가 왜 중요한지는 바로 이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 문제에서 절실하게 드러났다. 또한 왜 자본에 그것이 그리도 타격이 되는지, 당시 병원 자본가들이 서울대병원지부의 ‘계속 투쟁’에 저주를 퍼붓다시피 한 데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중교섭/이중파업을 보장하는 기업 단위의 교섭권 부여는 규약으로 적극 뒷받침 되어야 한다.

대공장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는 민노당의 ‘사회연대전략’

더 큰 우려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행보다. 지금까지 자본과 정권의 ‘귀족노동자’, ‘대공장노조 이기주의’는 이데올로기 공세 차원이었지만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절을 막기 위해 대공장노조의 절대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단지 임금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11월 23일 경향신문 「민노당의 사회연대 강화 계획에 거는 기대」라는 논설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금수령액을 줄여 저소득 노동자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정규직 노동자들이 재원 마련에 동참토록 한다는 취지다. 민주노동당은 실제 노동계 설득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대공장 중심의 불평등한 임금인상 방식 개선, 부유세 등 세금문제 개혁 같은 일련의 사회연대 강화 계획을 내놓았다.”

여태까지의 지배계급의 공격을 그대로 수용해 대공장 노동자들의 희생에 기초해 노동자계급 내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시도다. 자본과 총자본이 그토록 하고자 했던 것을 대공장 노동자의 저항으로 실패하자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대변인 자격으로 한다고 나선 것이다.

자본과 정권이 하고자 했던 일을 대신하는 민주노동당의 얼토당토 한 계획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은 뜨겁다. 소위 중앙파라고 하는【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이하 전진)은 다음과 같은 적극 동참 성명서를 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공세로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단지 계급간의 갈등만이 아니라 계급내부의 임금격차와 소득격차가 증대하여 질시와 분열이 발생함으로써, 노동계급 내부의 단결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의 사회적 연대를 위한 전략을 선도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진보정당의 임무에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사업이라 보겠다. 【전진】은 지금 진행하는 논의가 유의미 한 성과를 가져오기를 바라며, 적극 참여하여 함께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산별노조 할 것 없이 대공장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음이 분명하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산별노조의 기조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대공장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투쟁을 통제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업단위의 임단협 교섭권 위임 금지와 쟁의권 박탈은 단순히 산별노조 체계 완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운동의 순치/체제내화에 혈안이 된 자본을 이롭게 하는 최악의 규약이 된다. 당장 패배했더라도 노동악법 철폐투쟁을 전개하듯이 현장단위의 전투적 세력을 조직화 해 규약 폐기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는 몇 차례에 걸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옳다! 사회주의 2』의 산별논쟁 모음은 우리의 투쟁과정을 담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산별시대 활동가의 역할은 당면 정세에서 민주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제출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제기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모든 활동가들은 숙독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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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완성대대 , 이중쟁의 , 기업 교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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