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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돈을 토해 내라는 민주노동당, 제 정신인가?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당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부설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소득/임금 측면에서 노동계급 연대전략의 모색'(이하 <모색>)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민주노동당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진보정치연구소에서 드디어 일을 치고 말았다.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이하 《전진》)은 <모색>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대임금정책에 대해서 《전진》이 지지를 선언하고 나온 이상 이를 둘러싼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내부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연대임금정책이나 산별노조 하에서 유연안정성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

<모색>은 고백하라!

<모색>은 이제 노골적으로 사민주의를 말하고 있다.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계승한다’고 했던 민주노동당이 노골적으로 사민주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노동자들에게 소득세와 사회복지 기여금을 추가 부담할 것을 결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전 사회적인 공평 과세를 통해서 복지국가로 가자고 하여, 노동자들에게 자본과 은밀한 협상을 진행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이제는 사민주의로 가자고 한다. 그 사민주의는 이제 낡은 것이 되어 버렸으며, 끔찍한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자본주의와 정면으로 맞설 것을 포기한 민주노동당에게서 노동자계급의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이유이다.

노동자들이 내놓을 것이 있는가

<모색>은 먼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노동자 내부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조직된 대공장과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 먼저 소득세를 올리고, 사회복지 기여금을 내놓자고 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자신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정몽구를 따라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도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돈으로 막으라는 것인가?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수도권에서 일하는 노동자 80%가 아파트 값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마당에 노동자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장시간 일을 하는 나라, 산재로 하루 평균 8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노조로 조직되어 임금인상투쟁을 했고, 투쟁의 결과로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임금을 받는데, 뭘 내놓으라는 소린가?

북유럽 국가가 모델인가!

<모색>은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참고했다고 한다. 스웨덴은 1938년 살츠바덴에서 맺은 노사타협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파업을 기록했던 나라에서 가장 적은 파업을 기록한 나라로 바뀌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조직한다. 왜냐하면 파업을 통해서 계급의식이 성장하며,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업을 조직하지 않는 노동자 정당은 이제 더 이상 노동자 정당이 아니다.

진보정치연구소가 말하는 <모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사정간의 타협이 필요하며,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모색>을 발표한 진보정치연구소를 부설연구소로 두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연구소의 모든 관련자들을 축출해야 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대표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도부에게 보고하고 공개 발표했다고 하니 진보정치연구소 관련자들을 해임할 리가 없겠지만...)

연대임금정책은 노동자들을 만족시켰나?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은 저수익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고수익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종전 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했다. 물론 임금유동으로 고수익 노동자들은 중앙단체교섭을 통해서 체결한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모색>이 말하듯이 저수익 기업은 도산했다. 따라서 실업이 발생하고, 사민당 정부는 이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정책으로 해소했다. 즉 실업이 발생하면 재교육을 통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행복했을까? 사람이 사는 것은 단지 일을 하고 임금을 받고 목구멍에 풀 칠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주거공간에서 삶을 살고 주거를 중심으로 하여 자녀의 교육, 이웃과의 유대 등을 실현한다. 이사를 가 자녀가 전학을 하고, 자녀가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잘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부모들의 입장 아닌가? 잦은 이주로 인하여 스웨덴 노동자들은 불만을 가졌다는 것을 <모색>은 말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 스웨덴의 구조조정 정책이었기에 도산한 저수익 기업을 인수한 것은 재벌이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라는 대재벌은 이제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는 <모색>도 인정하는 '독점 심화'다.

임노동자기금

<모색>이 말하듯 스웨덴노총은 연대임금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임노동자기금이라는 점진적 사회주의 이행프로그램을 제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조정이 벌어지면서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고, 노동자들은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노동자들은 노동자 소득의 평준화만으로는 새로운 사회로 이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다. 따라서 임노동자기금이라는 사회주의로의 점진적인 이행프로그램을 제출했다. 이미 <현장노동자>에서 소개했듯이, 고수익 기업의 이윤 일부를 임노동자기금(주식형태)으로 적립하고 이를 노조가 통제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이로써 수년 후에는 노조가 대기업의 주주로서 통제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혁명 없이 자본가들의 생산수단 소유권을 빼앗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앞에 말한 것들은 <모색>이 스웨덴의 사례를 도표로 설명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자본이 연대임금정책에 합의를 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이 건너뛰고 있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관철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노사 타협, 연대임금정책에 동의한 것이다. 그 결과는 노동자들에게 참혹한 것이었다. 이제는 발렌베리 가문의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이에 반대하면 정부나 노동자들에게 공장만이 아니라 본사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협박했다. 노동자들은 공장의 해외이전을 막지 못했다. 스웨덴의 청년실업은 유럽에서 가장 높다.

현실에서 벗어나 꿈꾸지 말라!

양심은 있었는지 <모색>은 외국의 연대임금정책이 전후 자본주의 호황기와 일정하게 발전한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한 데 반해 지금의 한국은 자본주의 장기 불황기에 있고 노동운동 기반도 아직 시초 단계에 있다고 하면서 조건과 상황의 차이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조건과 상황, 그리고 이에 따른 투쟁의 방식이 틀림에도 <모색>은 무슨 근거로 연대임금정책을 주장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그리고 우리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시초 단계거나 허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의 노동자 투쟁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강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업건수와 격렬한 투쟁, 단협을 통한 부분적인 생산통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이나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노조 조직률이 낮을 뿐이다. 조직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과 계급성을 부정하는 <모색>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병든 자본주의, 병을 고쳐주려고 애쓰는 민주노동당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삼정전자 부회장의 월급이 21억 5천만 원이라고 공개했다. 그리고 아파트 값의 폭등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이나 서민들은 ‘차라리 이 사회가 망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모순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회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자본주의 모순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노동자들이 투쟁하여 이 사회를 엎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이런 판국에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고, 사회복지를 위해서 희생하라고 말하는 것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모색>을 통해서 대선에서 쟁점화하고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득표를 위해서 노동자들더러 양보하라고? <모색>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사회의 약속'이라며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근로소득세 등 추가부담을 결의하자고 한다. 이를 통해서 자본가들을 압박하고,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자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에 압박을 느끼는 자본가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비웃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매장할 무덤을 파자!

<모색>이 전망하듯이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할 것이다.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다. 착취 받는 노동자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그렇게 해서 그 돈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완화해 보겠다는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희생시켜서만 살 수 있는 자본주의라면 살리려고 하지마라. 병든 자본주의, 병 고쳐주려 하지 말고 죽게 놔더라. 노동자는 자본주의의 무덤 파는 자이지, 병든 자본주의를 고쳐주는 외과의사가 아니다.

계급의식 있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여! 노동자 정당이라면, 노동자들에게 투쟁할 것을 약속하고, 파업을 조직하라!"
물론 우리는 민주노동당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새로운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하며, 우리는 이를 위해서 투쟁할 것이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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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 , 민주노동당 , 모색 , 전진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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