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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정연] 강력한 교육투쟁만이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2006 총학생회 선거, 그 참혹한 결과


2006년 전국 총학생회 선거! 결과는 참혹하다. 서울대에서는 선본이 7개나 나왔지만 42.6%라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선거가 무산되었고,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는 반운동권 선본이 당선되었다. 이렇듯 전국 주요대학의 총학생회를 반운동권 정치세력이 거의 전부 접수해버린 상황에서, 부르주아 학생정치세력은 이미 준동의 수준을 넘어 그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 결과로 인해 우려되는 지점은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학생사회 장악 그 자체가 아니다. 이는 대중 이데올로기 지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줄 따름이며, 때문에 ‘운동권’들이 스스로의 안이한 태도를 반성할 한 번의 기회로 작용할 뿐이다. 문제는 좀 더 명확해진 운동권의 고립으로 인하여 이들의 정치 범위가 더 축소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중’운동을 위해 대중‘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간 주류 좌파 정치세력이 보인 태도로 미루어볼 때, 2007년 한해 이들이 ‘대중’운동을 운운하며 대중‘운동’을 기피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물론 우리가 현재의 대중 이데올로기 지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며, 이에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로지 강력한 투쟁으로서만 자신의 대안적 전망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변혁세력이 투쟁을 기피하게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중으로부터의 괴리와 고립의 심화뿐이라는 점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올해 총학생회 선거 결과는 그렇게 놀랍지만도 않다. 이는 이미 선거 이전부터 예상되었던 것이며, 심지어 학생운동세력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서울대의 예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학생운동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교육투쟁은 서울대에서 언제나 외면 당해왔다. 이미 국립대 최고의 등록금으로 사립대를 따라잡기 위한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교육투쟁의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올해 <학사정연>이 제출한 교육투쟁 계획은 뒤늦게 가결되었지만 이후에도 의도적으로 방기되었다.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에서는 위원장을 결의한 농대 학생회와 단식을 결의한 사범대 학생회만이 동시에 진행되던 총학생회 보궐선거 투표율보다도 높은 수의 투표율을 받아왔을 뿐이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학생운동세력에게 본말은 전도되어 있다. 이들은 투쟁하기 위해 학생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오로지 강력하게 투쟁함으로써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운동진영은 투쟁을 기피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매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학생대중은 이들을 불신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생 자신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지 않는 총학생회를 그 누가 믿고 지지할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불신임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비관하며 몸을 사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러는 사이 대학에서는 시시각각으로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자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대중은 이에 고통 받고 분노하면서도 대안적인 실천을 찾지 못한 채 현실에 굴종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의 학생활동가들은 결코 2005, 2006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시기 우리는 강력한 투쟁에 의해 촉진되는 대중의 활력을 분명히도 보았다. 2005년 수많은 한계지점에도 불구하고 20일간 진행된 본부점거투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 교투체(교지 관악, 사범대, 공대)를 이야기하며 교육투쟁의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하지만 2005년 이렇게 시작된 교육투쟁의 불씨는 양 해에 걸친 학생운동진영의 외면으로 인해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2005, 2006년 교육투쟁의 뼈아픈 교훈이며 많은 이들에게 상처만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기억하자. 현재와 같은 침묵의 시기에도 모든 이들은 누군가 투쟁의 불씨를 던져주기만을, 그리고 누군가 총대를 매고 투쟁의 전선에 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투쟁이 시작되고 책임감 있게 진행되기만 한다면 다수대중은 우리의 편에 서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2007 교육투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총학생회 선거기간 발표되었던 등록금 20% 인상 검토안은 모두를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굳이 서울대에만 국한된 사실만도 아니다. 주요 사립대들이 내년 신학기 두 자리 수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사(한국일보 12월 11일자 인터넷 신문)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으며, 이에 학생들은 도저히 싸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중 지형 운운하며 형식적인 투쟁만을 진행한다면, 이는 이미 학생운동세력이 다수대중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스스로의 역할을 저버린 채 일개 대중추수주의, 인기영합주의(populism) 정치세력으로 타락해가고 있음을 드러내줄 것이다. 강력한 교육투쟁만이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다.

노동운동 선배들이 후배들과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요즘의 노동운동의 동향을 보면 선배들도 후배들과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리만치 우려가 된다. 비정규직 법안이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노사관계 관련법 본회의 통과 또한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 총력투쟁은 조직될 기미가 없다. 노동조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싸워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은 겨우 손꼽는 수준인 것 같다. 오히려 학생사회에서의 반권의 등장과 유사하게, 자본과 손을 잡자는 혹은 노동계가 먼저 양보하자는 입장이 득세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본부와 협력하자는 것만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과 협력하자는 소리는 어이가 없다. 아니 1000배는 더 어이가 없다.

지금은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이나 강력한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단순히 국회를 상대로 했을 때가 아니라, 대중 개개인의 직접적인 문제들이 투쟁요구로 내걸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로 달려가자는 말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는 없다. 대(對)국회 투쟁은 각 대학에서 등록금 투쟁이 강력하게 진행되었을 때에만이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비교하긴 우습지만 노동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사업장에서의 현안을 내건 현장투쟁을 활성화시키고 이 투쟁들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대국회투쟁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문제를 내건 강력한 투쟁으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모두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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