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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노조를 방어하라!

연초, 신문 1면과 중앙 뉴스를 도배한 건 성과급을 강도질한 현대자본의 만행에 맞서 시무식 저지투쟁을 한 현자노조 소식이었다. 윤여철 사장 얼굴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작은 생채기가 났고, 시무식장은 소화기 난사로 아수라장이 된 것을 대서특필하며, 호기를 잡았다는 듯이 현자노조 죽이기에 나섰다. 졸지에 현자노조는 대기업 이기주의의 대명사에 폭도라는 누명까지 뒤집어 써야 했다.

상식 있는 노동자라면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예금이 든 카드를 빼앗기고 이로 인해 수십만 원에서 1백여만 원 정도 강탈당했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좀 더 나아가 강탈하려는 강도에 맞서 싸워 잡았다면 아마도 용감한 시민상을 받지 않았을까.

‘신의성실’로 작성한 임단협을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어기는 사측의 후안무치한 작태, 그것도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성과급 50%를 강탈하는 행위는 칼만 안 들었지 길거리에서 만난 강도와 무엇이 다른가. 특히 현대자본이라는 떼강도를 만나 이에 맞서 투쟁하려면 노동조합의 집단적 투쟁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총자본의 현자노조 죽이기

성과급 강탈 사건은 현자노조 죽이기의 중간지점이다. 현자자본과 총자본은 11월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부터 현자노조 죽이기를 시도했다. 총자본이 관철하고자 하는 비정규직 개악법, 로드맵, 한미 FTA 체결, 산재보험법 개악의 최대 걸림돌인 민주노총 총파업을 무력화시키는 핵심방안은 총파업의 선봉장인 현자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무기력한 총파업을 지탱해 준 현자노조에 모든 비난이 쏟아지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비난 공세로도 총파업을 막아내지 못하자, 총파업은 하면서 비정규직특별기금을 내지 않았다며 “파업중독증에 빠진 이기주의” 노조로 몰아갔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서 특별기금을 많이 낸 보건의료노조 등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노동자라면 다 안다. 투쟁을 통한 연대가 기금 얼마 주는 것보다 얼마나 더 어렵고 희생을 각오한 연대인지 말이다. 단적으로 하루 파업 안하면 기금 5~6배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지도부도 고소․고발, 구속 안 당해도 된다. 그래서 개량주의자들도 최고의 연대는 투쟁연대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현자노조와 조합원들은 기금에 앞서 투쟁연대를 한 것이다. 이렇게 언제나 정치파업의 최선두에 서 있기 때문에 현자노조 죽이기에 그토록 연연하는 것이다. 성과급 사태는 이 바로 비정규직개악법 철회, 로드맵 저지, 한미FTA 반대, 산재법 개악저지 정치파업에 따른 것이다. 만약 보건의료노조, 대우차노조마냥 총파업에 나서지 않았다면 성과급 사태는 발생하지도 않았다.

현자노조 죽이기는 성과급 사태에 한정되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울산 검찰청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뒤집어 적법 도급판정을 내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비정규직 투쟁의 싹을 자르려 한 것이다. 이 뿐인가. 전주공장의 근무형태 변경 -- 상시 주간에서 9(주간): 9(야간) 근무로 변경 -- 에 따른 조합원들의 부결을 이기주의로 몰아갔다. 전주시는 “노사 조기 합의로 실업자를 구제하라”는 수백 개의 플래카드를 시내 곳곳에 걸어 야간노동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의 정당한 선택을 실업자 구제에 반대하는 이기주의자로 매도했다.

정치파업은 노동자의 권리

성과급 사태는 정치총파업으로 생산하지 못한 물량만큼 성과급에서 제외하겠다는 현대자본의 공세에서 시작되었다. 현대자본은 정치파업이 현자노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게다가 어느 때보다 정치파업 참여율이 낮았다는 것도 공세를 감행하는 조건이 됐다. 현대자본은 대기업 이기주의 공세를 배경으로 성과급 차등지급을 통해 노동조합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자본이 “생산차질로 타협하는 일이 없다”고 배수진을 친 것도 최고의 기회를 실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96~7년 노개투 이후 국회일정에 따른 투쟁이 상정되면서 하반기 정치파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이 달린 법안들이라 총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존권과 후배, 자녀들의 생존권을 위해 정치파업은 기필코 승리해야 할 투쟁이다. 정치투쟁, 정치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여야 한다. 정치파업을 불법파업 엄단으로 통제할 수 없자 이제 성과급을 미끼로 통제하려고 한다. 만약 성과급 투쟁에 패배하고 이후 다시는 정치파업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면 노동자의 미래는 자본이 하고픈 대로 하는 노예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조합원 앞에 사과하라

9일 아침 신문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야 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의 기자회견과 울산지역본부의 성명서는 현자노조를 두 번 죽였다. 모든 매체를 통해 현자노조 죽이기에 나선 절체절명의 순간에 적 ․ 아도 구별 못하는 민주노총과 울산지역본부는 현자노조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현자노조가 사활을 걸고 현대자본 ․ 언론과 투쟁하고 있는 시기에 노조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는 것은 백기항복 하라는 것이다. 총자본이 현자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상급단체가 적들과 한편에 서서 현자노조에게 사과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도 상급단체가 내린 정치파업이 발단이 된 것인데 말이다. 정치파업할 땐 “제발 총파업의 선봉에 서 달라”고 애원하고선 책임에 대해선 “대국민 사과”하라며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것인가?

성과급 사태의 본질은 자본이 현자노조 죽이기를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 하에 총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자본 차원의 공세도 아니다. 총자본은 현자노조 죽이기에 성공한다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허깨비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거의 70~80%는 맞는 말이다. 민주노총과 울산지역본부의 기자회견과 성명서는 자본과 정권, 보수언론에 날개를 달아주고 현자노조 투쟁엔 족쇄를 채운 것이다. 민주노총과 울산지역본부는 현자노조 조합원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현자노조 죽이기에 광분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물러서면 노조 존폐의 위기에 빠진다

87년 노동자 대투쟁부터 94년 골리앗투쟁까지 전국투쟁을 선도했던 현대중공업노조. 현자노조와 함께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었던 현중노조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도 성과급 때문이었다. 94년 골리앗투쟁 후 성과급 차등지급으로 노동조합 조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만약 현자에서도 성과급투쟁에 패배한다면 조합원들이 노조의 투쟁지침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의 단결력, 투쟁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다른 무엇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파업 속에 치르는 선거를 위하여

노동조합은 기로에 서 있다. 현대자본의 의도가 먹힐 것이냐, 아니면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슬기롭게 이겨나갈 것인가? 노동조합은 초동대응으로 잔업 ․ 특근 거부, 간부들의 천막농성투쟁, 전조합원 상경투쟁까지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대자본도 최강수를 두고 있고 노동조합도 물러설 수 없는 지경이다. 이제부터 승패는 기세 싸움이 아니라 진검 승부에서 결판난다. 현대자본의 의도를 깨기 위해선 전조합원이 참가하는 전면파업 없이는 어렵다.

상경투쟁 이후 투쟁계획은 선대본, 임원후보자, 12대 임원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한다. 과거, 투쟁과 선거를 병행하자고 결의한 적이 많지만 매번 선거에 매몰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를 연기하든지, 아니면 파업 속에서 치르는 선거를 조직해야만 한다. 만약 성과급투쟁을 차기 집행부로 넘긴다면 투쟁은 투쟁대로 물 건너가고, 선거는 선거대로 물 건너간다. 파업투쟁으로 현대자본의 콧대를 뭉개고, 07년 첫 투쟁을 승리로 장식하자.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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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노조 , 성과금투쟁 , 현대자동차 시무식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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