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의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

철도노동자여, 전면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3월 1일, ‘6년의 실망’으로 당선된 엄길용 집행부가 정식 출범하였다. 지난 6년 동안 지도부의 수세적이고 노사협조적인 태도로 현장의 권리가 지속적으로 후퇴해왔다는 불만과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광범하게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분위기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과 결합하여 강성이라고 불리는 엄길용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07년 1월부터 4월까지 시험가동 중인 ERP는 현장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며, 현장 조합원들에게 혼란과 생소함,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했다. 엄길용호는 이런 현장조합원의 아픔을 투쟁으로 돌파하여야 할 과제를 안고 출범한 것이다.

6년의 실망! 2년의 희망?

엄길용 집행부는 ‘철도공사-공단 통합 추진’과 ‘ERP 중단과 전면 재검토’, ‘연금특례제도 전면 개정’, ‘외주화 철회-비정규직차별철폐-정규직화로 구조조정 저지’라는 4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8대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핵심은 ‘직종별 현안투쟁을 전체 철도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산시키고 연결하는 것’이다.

‘직종별 현안투쟁’! ERP 중단 및 전면적 재검토, 차량 검수주기 조정 및 이에 따른 정원감축, 시설․전기 유지보수업무의 공단 이관, 기관차 1인승무 및 철도안전법, 열차승무업무․역업무 외주위탁화, 해고자 원직복직, 직접고용 비정규직 선별적 무기계약화 등 어느 것 하나 풀기 힘든 현안문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장의 분노로부터 동력을 형성하고 전체 철도 노동자의 투쟁으로 연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백화점식의 투쟁 연결은 실타래를 엉키게 만든다. 일괄타결이냐 분리타결이냐는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온다.

‘직종별 현안투쟁을 전체 철도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산시키고 연결하는 것’의 핵심적인 관건은 전면전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에 있다. KTX ․ 새마을호 승무원 투쟁과 정규직 현안문제가 연결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혹여나 정규직 현안문제에 밀려 KTX ․ 새마을호 승무원 투쟁이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사로잡히지 말자. 전면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미 물러설 곳은 없다. 물러설 곳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선명하게 승리의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점을 분명히 인지하자. 이것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새 집행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현장의 불만을 투쟁으로 조직하고 일상적인 현장 선전과 교육을 집행하면서 조합원 대중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데 성공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2007년은 신노사관계 확산기?

공사는 국민과 함께 하는 상생의 노사문화, 노사관계 합리화를 위해 2006년 신노사문화 추진 태스크포스 팀 구성과 ‘신노사관계 도입’, 2007년 ‘확산’, 2008년 ‘정착’이라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07년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위한 확산기로 정하고, 노사공동위원회 및 노사협의회 운영의 활성화를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기반 조성과 노조의 참여를 유도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여 ‘노동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다. 공사가 꼽는 07년의 갈등요인은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이다. 해고자는 철도 민주화 투쟁의 역사이며 그 산물이다. 비정규직은 노동자들의 무기인 단결력을 무력화한 역사이며 그 산물이다. 철도공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 철도 민주화과정에서의 ‘투쟁력’이며, 민영화를 물러서게 만든 철도 현장노동자들의 ‘단결력’이다. 이것이 신노사관계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소진된 듯 보이는 ‘투쟁력’과 ‘단결력’이 철도 비정규직 투쟁으로 다시 소생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은 비정규직만의 투쟁이 아니다

KTX 승무원들의 파업투쟁이 3월 1일로 1년을 경과했다. 1년 전 2월 25일, 사복투쟁으로 촉발된 투쟁이 3.1 파업투쟁을 거쳐 한 바퀴를 회전한 것이다. 철도 현장활동가로서 KTX 승무원 파업투쟁 1년에 경의를 표하며, 자랑스러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낀다. 자랑스러움은 패배하지 않고 1년을 질기게 버텨온 KTX 승무원 동지들의 몫이지만, 답답함은 고스란히 우리 철도 현장활동가들의 몫이다.

KTX 승무원 파업투쟁 1년의 의미는 투쟁의 주체들이 아직 지지 않았다는 것,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린 잘 알고 있다. KTX 승무원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한 직종에서의 장기 투쟁이, 특히 비정규직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체 철도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전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이미 그 자체로 적을 무릎 꿇릴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KTX 승무원들이 파업을 한다고 KTX가 멈추는가? 노동자의 무기는 자본의 이윤 생산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KTX 승무원이 비정규직인 이유는 그 무기가 온전하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KTX 승무원들의 파업투쟁은 승무원들만의 파업일 뿐 실질적으로 KTX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지난 12월 17일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서울열차사무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승무업무 외주위탁화 철회 투쟁이 시작되었다. 전국 운수지부장회의에서 열차승무지부장들은 만일 공사가 일방적으로 KTX 관광레저(주)에서 새마을호 승무업무를 위탁한다면 KTX 관광레저 승무원들과 열차를 타지 않을 것을 결의하였고, 역지부장들은 KTX 관광레저(주)로의 전적에 동의하지 않고 역업무로 전환배치 되는 승무원들을 받지 않을 것을 결의하였다. 결의는 단지 의지만을 확인한 것일 뿐 실천되지는 않았다. 조합의 지침에 따라 KTX 관광레저(주)로의 전적이나 역업무로의 전환배치에 동의하지 않은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12월 31일자로 강제 계약만료 되어 실업급여로 생활하며, 벌써 두 달이 넘게 농성장을 옮겨가며 철야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강제 계약만료로 거리로 내몰려 파업투쟁이 전개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새마을호열차가 멈추었는가? 생각해보라! 만일 승무지부장들과 역지부장들의 결의가 지켜졌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도 자본의 이윤을 끊을 수 있는 한 방은 철도의 정규직에게 있다. 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고용과 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자본의 이윤을 끊을 수 있는 노동자의 무기를 온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조금씩 노동자의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비정규직화! 외주위탁화! 구조조정! 그것의 진정한 내용은 노동자의 무기, 현장을 장악하고 자본의 이윤을 끊을 수 있는 현장권력, 파업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자본은 ERP, 외주화 등을 통해 노동력을 재배치하고 생산과정을 조정하여 노동자의 무기를 무디게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건다.

노동자의 무기를 빼앗긴 채 시작되는 비정규직의 투쟁은 지지 않고 버티며 승리의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을 뿐이다. 노동자 투쟁에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우리 철도 현장활동가들의 임무이며, 이를 받아 안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신임 엄길용 집행부의 역할이다. KTX ․ 새마을호 승무원 투쟁의 약점을 채우고 노동자의 무기를 온전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직종을 넘어 현장을 조직하고 확전 시키는 것이 우리 현장활동가들의 임무이다. 엄길용 집행부의 과제는 현장활동가들이 발로 뛰어다니며 아래로부터 형성한 요구들을 받아 안아 전면전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누가 전면전을 두려워하는가?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은 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사로 하여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어야 하고 분란이 일어나게 만들어야 한다. 공사는 두려워하고 있다. KTX ․ 새마을호 승무원 동지들의 투쟁이 악착같이 들러붙어 직접고용 비정규직에게 전파되려 하고 나아가 전체 철도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전 될 여지가 여전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불안 요인를 떨쳐버리기를 원하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선별적 무기계약화를 앞서서 추진하는 이유는 이 두려움 때문이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정규직화를 단행했다는 대대적인 언론전을 전개하며 KTX ․ 새마을호 투쟁을 고립 아사시키려는 것이다. 그 전에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내걸고 구조조정 저지의 전면전으로 공사를 압박해야 한다.

승리의 관건은 지지 않는 투쟁에 있다. KTX ․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장기투쟁으로 이미 조건은 무르익었다. 자신감을 가지자. 1년 이상을 투쟁하며 패배를 모르는 노동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 이 눈빛은 공사를 밀어붙이는 매서운 눈빛이며 철도노동자를 한 곳으로 모으며 길을 안내하는 등대의 불빛이다. 우린 승리하고 있다. 지지 않고 있으므로. 자신감을 가지자. 철도 노동자의 전면전으로 철도 현장을 지켜내자!!

철도노조 조합원
태그

외주화 , KTX 여승무원 , 철도노조 엄길용 집행부 , ERP , 무기계약직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철도노조 조합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