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의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

'GM대우차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 동지가 말한다

[편집자 주]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스피드 파워월드 업체에서 일하는 해고 노동자가 복직을 쟁취하는 등 투쟁성과도 냈다.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굴종의 삶을 벗어던지고 당당한 노동자로 투쟁하고 있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지를 만나 GM대우 부평공장의 투쟁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측의 탄압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하청노동자로서의 조건을 감안하여 인터뷰 동지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데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인터뷰에 충실히 답변해주신 동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스피드 파워월드 투쟁이 성과를 내고 마무리되었습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GM 대우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은 작년 창원공장의 굴뚝 고공농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최근에 와서 동지들의 투쟁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부평공장 비정규직노동자는 2,300여명 정도다. 1차하청만 14개 업체에 1700여명, 2,3차업체 소속 노동자가 600여명이다. 창원은 2005년 비정규직지회가 건설되었지만 부평은 지금까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중적인 투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투쟁 안 해도 될 만큼 조건이 좋아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GM대우 차원의 비정규직 관리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찍소리도 내기 힘든 여건이었다.

‘정규직 발탁채용’ 제도가 대표적인데, GM은 하청업체에서 조금이라도 반발의 기미가 보이면 그때마다 ‘발탁채용 ’카드를 내민다. ‘발탁채용’이란 1차 하청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한 35세 이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정규직을 채용하는 제도인데,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정규직 되는 게 꿈이자 목표인 상황에서 일 열심히 하고 회사에 잘 보이면(거기에 빽이라도 있다면 금상첨화) 정규직 시켜주겠다는데 누가 투쟁해서 정규직 되려고 하겠는가?

GM 사측입장에서는 1명을 뽑아놓고도 대외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시켜줬다’는 명분도 내세우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쟁을 진압하기에 이보다 좋은 제도가 있겠는가? 실제로 작년에 창원에서 굴뚝농성으로 비정규직 투쟁이 정점에 달했을 때, 부평에서는 사상 유래 없는 대규모 발탁채용을 통해 비정규직 투쟁이 부평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고, 이번에 DYT투쟁과 스피드 투쟁이 발발하자 계획에도 없었던 발탁채용 공고를 급조해서 붙이더니 ‘투쟁하는 업체는 전체가 탈락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탁기준을 유포하면서 투쟁을 진압하고 나섰다.

매번 이런 상황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가 어떻겠나? 회사에서 정규직 시켜준다는 허황된 기대로 아무리 힘들어도 군소리 없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그래서 자동차 3사중 GM대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가장 열악하다. 심지어 다른 업체가 투쟁하면 그것이 자신의 기회가 되고, 자신의 업체에서 누군가 투쟁하자고하면 자기까지 피해 본다고 만류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투쟁 직전까지 갔다가 발탁채용 때문에 좌절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스피드 파워월드 투쟁의 승리는 GM의 발탁채용 공세를 투쟁으로 뚫어내고 비정규직도 스스로 싸워서 자기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 IP 사업장의 폐업과 농성, 고용승계 합의, 합의파기로 인한 해고, 스피드파워월드의 폭행사건과 부당해고 건으로 투쟁이 전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투쟁의 쟁점과 투쟁과정은 어떠했는지요?

● 먼저 IP작업장(DYT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은 GM대우의 ‘외주화 계획’에 따른 ‘고용보장’ 투쟁이었다. GM은 장기적으로 부품 모듈화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부평공장 안에서 조립하여 완성차 라인에 보급하는 공정들을 단계적으로 외주화 시킬 계획이다. 그 첫 번째가 IP조립 공정이었다. 이에 DYT노동자들은 ‘GM대우가 우리 작업장을 외주화 시킬 시 노동자들을 부평공장 안에서 고용보장 하라’는 요구로 투쟁을 전개했고, GM대우와 협상하기위해 8시간 작업거부와 16일간을 농성을 벌였다. 이에 GM은 하청업체 일이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용역깡패를 고용해서 농성자들을 끌어내고, 하청업체와 계약관계를 끊고 폐업시켰다. 부평공장에서 최초의 비정규직 투쟁이었으니 업체전체를 날려서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심산이다.

스피드 파워월드 투쟁 역시 ‘공정외주화에 따른 고용보장’으로 시작됐다. 스피드 업체도 조립부서에서 일하는데 상반기 중으로 스피드가 담당하는 공정이 외주화 될 계획이다. 외주화 때문에 현장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대중적 반발심리가 팽배할 쯤에 관리자들이 노동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더욱이 폭행당한 노동자들을 둘 다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중행동이 폭발되었다. 이에 스피드 노동자들은 ‘해고노동자의 즉각적 복직과 외주화시 고용보장’ 요구를 걸고 2주간의 잔업거부와 30분간의 전면 작업거부 투쟁을 전개했고, 공장내 선전물 배포, 중식집회 등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4월 2일 고용보장을 비롯한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취하 등의 통합적인 합의서가 작성되었고, 투쟁의 한 국면이 마감되었다. 그러나 합의서가 그대로 이행될지의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외주화 추진이 현실화 되면 부평공장 내 고용보장 약속을 했더라도 GM대우 원청의 결재가 나야 하는 문제인데, 하청업체 사장이 써준 고용보장 각서가 그때 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스피드 투쟁은 아직 진행형이고, 이번의 승리는 폭력사건으로 비롯된 해고자 복직 투쟁의 승리이자 이후 예상될 더 큰 투쟁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가 투쟁의 주축이고, <더불어 숲>이라는 선전물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완성차에는 현대차를 비롯하여 대부분 비정규직지회가 건설되어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은 비정규직투쟁위원회에서 비정규직노조로, 기아 화성은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에서 비정규직지회로 발전했습니다. GM대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 위원회(이하 ‘현투위’)는 부평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집하여 결성한 투쟁조직이다. 아시다시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다른 업체 다른 공정에서 일하고 있다. 하나의 업체에서 아무리 똘똘 뭉쳐 싸운다고 해도 GM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IP작업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업체를 상대로 한다면 8시간 작업거부까지 가지도 않았을 거다. 업체 사장은 작업거부 2시간 만에 업체 상대의 요구안은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단지 외주화 문제는 자신들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 약속할 수 없다는 거다. 이렇듯 비정규직 투쟁은 본원적으로 원청을 관통하지 않고는 풀 수 가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체를 넘어 단결하고 함께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투위’는 부평공장 전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결성한 조직이며, 이러한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의 권리를 쟁취하고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 철폐를 목적하는 대중투쟁조직이다.


▶ <스피드> 같은 경우, 부평공장에서 처음으로 B조 작업자들이 사내 집회를 가졌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로서 대단한 결심과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일부 업체이기는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떤 것이었나요?

● 부평공장 분위기상 정말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차적으로는 스피드 B조 노동자들이 3개월 넘게 투쟁하는 과정에서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똘똘 뭉쳐 있었다는 점이다. 같은 조 내에서 일부가 참가하고 일부가 빠지는 상황이었다면 이 투쟁이 승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사측도 굉장히 난감했을 텐데, B조의 단결을 깨려고 무수한 협박과 노동자 개개인의 집까지 찾아다니며 회유를 했어도 실패했다. 스피드 B조 노동자들이 ‘노동자 단결’의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가 또한 주요하다. 비정규직 투쟁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정규직 활동가들과의 연대는 개별적 결합 수준이었다. 투쟁이 지속되면서 정규직 질서 내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에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운동의 원칙들이 확산되었고 그 결과로 비정규직과 조직적으로 연대하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3월 29일 중식집회는 이런 동지들을 중심으로 제 현장조직 활동가들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이다.


▶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내하청 투쟁이 벌어지면 투쟁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정규직 동지들도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으로 원청 자본의 공격을 뚫어 낼때 가능하다. 현투위에서는 정규직 노조를 비롯해 정규직 제 현장조직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집회 등 투쟁 사업을 진행할 때 마다 공식제안과 사전협의를 요청했다. 그 결과 정규직 질서 내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제 조직 정파질서를 초월한 연대의 흐름이 곧 조직적인 모습으로 가시화 될 전망이다. 우리는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루어내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 작년 비정규직 개악안이 통과된 후에 비정규직이 더욱 확산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 스스로 주체가 되어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노동자> 독자들에게 투쟁하는 비정규직 주체로서 한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은 제가 잘 모르겠는데, 개악 전이든 후든 우리한테 유리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업체투쟁이 패배하고 난 다음에 보니까 우리가 한 행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불법이더라. 여기저기서 소장도 날아오고 내가 일해서 내 돈 냈는데 고용보험도 못 타게 되고... 작년 7월에도 우리업체 노동자들이 라인을 2시간 세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똘똘 뭉쳐 싸워서 승리했다. 그때도 똑같이 불법행동이었는데 어떠한 불이익도 없었다. 결국 악법을 막아내는 유일한 길은 투쟁하는 노동자의 힘으로 뚫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 막 투쟁을 시작한 마당에 ‘한 말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저희들의 투쟁에 연대해주시는 많은 동지들께 감사하다는 말과, 투쟁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정리: 박준선

태그

사내하청 , GM대우차 , 현투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당건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