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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노동자의 삶]

살기 힘든 나라, 더 이상 못 참겠다

한미 FTA가 타결되었다. 한국은 경제 규모 세계 11위라고 말하며, 정부는 연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슨 글로벌이니 무한경쟁시대니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무조건 남보다 잘 나야 하고, 뛰어나야 하는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가? 연대, 우애 이런 건 정말 ‘사치’일까? 송도의 오피스텔 분양경쟁률은 5,000대 1이라고 한다. 당첨만 되면 1억은 번다며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모델하우스에서 진행된 분양이 중단되고 인터넷으로 분양을 했다.

자본가들이나 정부는 연일 노동자들을 쥐어짜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박정희 때나 전두환 때도 아닌데, 여전히 우리가 듣는 말은 ‘성장’이다. 분배나 노동자의 삶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두환 때 우리는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로 시작하는 <아! 대한민국>이라는 장밋빛 히트곡을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평화로운 모습이 아니라 경쟁과 빈곤에 찌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가난의 세습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고 언제나 자본가들은 말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에서 보듯이 정말 열심히 일하면 잘 사나? 그걸 믿는 노동자들은 없다. 이는 정부나 자본가들이 내는 통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월 14일 서울신문은 ‘가난 벗기’ 갈수록 어렵다고 보도했다. 2007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발표된 ‘세대별 빈곤 진출입 결정요인 연구’ 논문에 따르면, 상대빈곤가구(총소득이 전체 평균 중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 상태에서 1년 만에 탈출하는 비율은 38.1%→38.4%→30.1%→26.5%로 2003년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난하면 한없이 가난해야 하고,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은 갈수록 어렵다.

삶의 질, 엉망

지난 4월 2일 재정경제부는 경제, 사회, 환경, 노동에 관한 OECD 2007년 통계연보를 공개했다. 통계로 보면, 한 마디로 말하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그야말로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동시간은 2354시간(2005년 기준)으로 세계 1위다.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나라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은 잘 사나? 평균수명은 24위, 문화여가비 지출은 18위로 평균 이하다. 도대체 왜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임금의 수준이 턱없이 낮고, 사회복지비도 낮다. 사회복지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를 면한 정도(29위)다. 그리고 가계지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는 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그러다 보니 출산률이 최하위인 것은 당연하다. 자식을 낳아서 잘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키워야 하고, 그렇게 해도 그 자식이 잘 살라는 보장이 없다. 올해 대학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어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을 한 어머니의 얘기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더욱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한국의 가계 자산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고, 소득 불평등 보다 심한 것은 자산 불평등이다. 부동산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부동산 뉴스는 없는 사람들을 절망하게 한다. 송도의 오피스텔 분양이 5,000대 1을 넘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동산을 통하지 않으면 자산을 불릴 방법이 없고, 잘 하는 사람은 능력 있고, 운이 좋은 사람이고,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항상 절망하면서 살아야 한다. <현장노동자>에서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분당 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직장인 80%가 부동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가장 긴 시간 일하지만 잘 살지 못하는 나라, 가난하면 벗어나기 어려운 나라, 이게 글로벌을 말하고, 경제 규모 11위인 나라, 아! 절망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투쟁의 날을 세우자!

금융결제원은 10대 임원이 작년에 가지고 간 보수 1인당 평균이 7억 4천만 원이 넘는다. 인상률은 19.24%였다. 최근 몇 년간 인상률은 매년 20% 정도의 수준이었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은 5%대 인상이다. 노동자들이 연간 2354시간 일을 했으니, 인상률이 4배 정도 되는 대기업의 이사들은 2354시간×4배인 9,416시간을 일했는가? 9,416시간을 365일로 나누면 25.797시간이다. 그들의 하루는 24시간 보다 긴 25.7시간이고, 하루도 안 쉬고 잠도 안자고 일했나?

인간답게 살 임금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언론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말한다. 대기업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동결을 강제하고 있다. 불만이 있어도 찍 소리 못하고 일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불만의 결집체’이자 투쟁의 주체인 노동조합을 말살하려고 작년에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과시켰다. 그 후에도 재난방지법이니 뭐니 해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여러 가지 법안으로 제약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현장노동자>는 16호에서 과연 민주노총 임금 요구안 9%가 정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세계 경제 11위라고 말하는 저들에게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업의 임원은 자신들의 보수는 20%정도 올리며,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하는 데 여기에 맞서서 보다 공세적이고 분명한 주장을 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임금도 20% 올리라고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도 그나마 나아지는 것 아닌가!

일하는 시간, 좀 줄이자!

OECD 국가에서 가장 일하는 시간이 긴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주 5일제를 해도 좀처럼 노동시간은 잘 줄어들지 않는다. 2,354시간을 일하는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2,000시간을 넘는다. 2,00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354시간이고, 이를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44.25일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1년이 12달이 아니라 13달, 14달이나 된다는 말인가? 4월 5일, 이데일리 뉴스는 <잡 코리아>와 <직장인 지식포털 비즈몬>의 설문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직장인 78%가 9시간 이상 근무하며, 평균적으로 9시간 42분, 즉 10시간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직이 10시간 42분으로 가장 길고, 마케팅·영업직(10시간 18분), 기획직(10시간 6분), 생산·기술직(10시간 6분), IT·정보통신(10시간) 총무·인사(9시간 54분), 디자인(9시간 36분), 재무·회계(8시간 42분), 홍보·PR·광고(8시간 12분) 순으로 나타났다.

어디 이 뿐인가? 교대 근무는 어떤가? 올해 초 집행부의 직권조인으로 끝났지만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주야 맞교대 합의를 거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런 사례는 GM대우차 부평공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GM은 부평공장 노동자들에게 한시적으로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3조 2교대로 전환하려고 한다. 한시적으로 사람을 뽑아 한시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교대근무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서는 아예 고민하지도 않고, 한시적인 채용인원에 대한 후속대책도 없다. 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는 3조 2교대 전환을 거부하며 교섭을 진행 중에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공세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일 때만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고, 노동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노동리뷰>가 발표한 휴일일수 기준(2006년 주 5일제 기준)으로 본다면, 연차 15~25개 정도의 노동자의 휴일수는 대략 134~144일이다. 평균 20일로 잡고 연차를 절반 정도 사용한다고 보면, 대략 휴일수는 130일 정도다. 하루 8시간씩 235일을 일하면 연간 1,880시간 일 한다. OECD 평균 1,725시간(2005년 기준)보다도 많은 시간이다. 미국 1,713시간, 일본 1,775시간, 영국 1,659시간, 프랑스 1546시간보다도 많은 시간이다. 하루 8시간만 일해도 다른 나라보다 많은 시간인 1,880시간을 일한다. 잔업, 특근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 쟁취와 노동시간 단축투쟁에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이 가져가는 부를 생각하고, 생산성, 기술 발전이 노동자의 삶의 질에 쓰여 진다면,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이하로 줄이자는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님은 틀림없다.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기준이라면 자본의 이윤을 대폭 축소시켜서 생활임금도, 노동시간 단축도, 고용보장 및 일자리 확대도 다 해결할 수 있다. 이 자본가 체제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이상 없다면 노동자는 체제를 바꿔버릴 생각을 해야 한다. 생존권 방어를 넘어 공세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박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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