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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사업계획을 확 바꿔야 한다

<현장노동자>는 지난 17호를 통해 금속노조 5기 1년차 사업계획에 대해 연재할 것을 밝히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장노동자>의 우려를 넘어 사업계획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금속노조의 07년 사업은 조합원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속노조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금속노조 5기 1년차 사업계획(이하「사업계획」)은 다음과 같은 진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전반적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15만 금속노조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지니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우선 사업장과 고용형태를 뛰어넘는 최대 산업별 단일노조로서 연대의 현실적 기반이 생겼고 산별교섭이라는 틀 속에서의 공동요구와 위력적인 공동투쟁이라는 가능성이 열렸다. 금속노조의 산별투쟁은 단순히 금속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진영의 핵심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임단협은 그야 말로 집단적 노사관계 향배를 가늠하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진단은 일단 옳지만, 그러나 집단적 노사관계의 향배를 가늠하는 ‘태풍의 눈’이 허리케인이 될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공동요구와 위력적인 공동투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중앙교섭 요구안의 문제

「사업계획」은 “기존 중앙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단위는 최저임금, 산별협약 정비에 주력하고(이외의 요구는 추가하지 않는다), 전환사업장과 중앙교섭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단위는 금속노조가 확보한 합의사항을 전부 요구하여, 15만 산별협약과 교섭구조를 통일 한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했다.

○ 금속노조 기본협약 갱신
○ 금속노조가 4년 동안 확보한 합의서를 산별협약으로 정비
○ 노사공동 연구팀 구성
○ 금속산업 최저임금 : 전체노동자 통상임금의 50%
○ 임금인상안 기본급 정액 128,805원(지부 ․ 지회 교섭)

위의 요구안은 (구)금속노조 사업장은 물론 06년 전환한 10만여 명의 대공장 사업장의 투쟁을 하지 말라는 것에 다름없다. (구)금속노조 사업장에게는 이미 쟁취한 단협 외에 새롭게 추가된 중앙교섭 요구안이 없다. 새롭게 쟁취해야 할 중앙교섭 요구안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새롭게 쟁취할 중앙교섭 요구안 없이 현장조합원들을 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전환한 대공장 사업장들이다.

중앙교섭 요구안이 □ 기본협약 갱신요구 □ 산별중앙교섭 요구로 구성되어 있다.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은 1. 조합활동 보장 2. 노동조건, 건강권 3. 고용안정 4. 비정규직 관련 5.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경영참가 6. 임금으로 구성되었는데 4. 비정규직 관련 몇몇 조항을 제외하곤 산별중앙교섭 요구의 대부분이 현자 단협보다 뒤쳐져 있다. 조합활동 보장, 노동조건 ․ 건강권, 임금에서 과거 대공장노조가 중소사업장노조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다. 이를 차치하고서도 특히 고용보장 관련해선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를 가지고 중앙교섭 쟁취투쟁을 하자고 현장조합원을 설득하기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해외공장】,【신기계 도입, 공장이전】,【분할, 합병, 분사】,【배치전환】조항 등에서 현자 단협이 우월하다. 이런 중앙교섭 요구안을 가지고 산별노조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사활을 걸고 투쟁하자고 현장조합원들에게 선동한다고 해서 투쟁이 조직되지 않을 것이다. 단위노조 파업을 조직하는 것도 조합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구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특히 대공장은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하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금속노조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조합원들은 자연스럽게 기업지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고용안정, 노동조건의 향상, 임금 상승 등 구체적인 조합원 삶의 질이 산별노조를 통해 높아지기보다 기업지부에 의해 이뤄지는데 산별노조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단지, 기업지부를 없애는 것을 조직체계 상의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더 큰 투쟁을 통해 더 나은 노동자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을 통해서 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기업지부가 해체되더라도 산별노조의 관료화, 무능력에 맞선 공장별 ․ 지회별 투쟁은 계속되어질 것이다.

물론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요구안【불법파견 및 용역 사용 금지】조 가운데 “② 금속노조 관계사용자는 관계기관에 의해 불법파견 확인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은 현자노조 등 다른 대공장에는 없는 아주 훌륭한 단협이다. 이 조항을 가지고서도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미온적이거나 불참하는 대자본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비정규직 관련 단협임이 분명하다. 대공장 사업장별로 수백에서 만 단위가 넘게 불법파견이 판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자본이 쌍심지를 켜고 거부하는 것도 당연하게 보인다.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화”는 단지 대자본의 거부만이 문제시 되는 건 아니다. 대공장 지회, 기업지부 집행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주체적으로 본다면 이 점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번 대대에서 금속단협 승계투쟁을 결의할 때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대공장 조합원들에게 산별 중앙교섭을 통해선 (구)금속노조가 쟁취한 산별협약을 쟁취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지부교섭, 지회 단협을 통해 쟁취하자고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투쟁을 연결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더 효과적인 것은 더 나은 공동 요구안을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위력적인 공동파업을 조직하는 것이다. 「사업계획」은 “중앙교섭 쟁취을 위해서는 조합원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차 ․ 기아차 지부를 중심으로 대공장들이 앞장서서 기본협약과 중앙교섭 참가를 돌파해야 한다”고 올바르게 제기하고 있다.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투쟁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교섭 요구를 확대하라! 투쟁을 확대하라!

중앙교섭 요구로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가 명시되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수명을 단축하면서까지 일하고 있는 게 현장조합원들의 현실이다.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주야2교대제를 주간연속2교대제로 근무형태변경 요구를 해야 한다. 이는 자동차 완성차 기업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요구를 부품사까지 포괄하는 요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에 전적으로 얽매여 있는 부품사의 처지로 볼 때 완성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요구는 당연히 부품사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 야간노동 철폐는 현자노조, 기아차노조의 핵심 요구이기 때문에 투쟁동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구이기도 하다.

야간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로 줄어든 노동시간을 만회하기 위한 자본의 노동강도 강화 시도 맞서 투쟁해야 한다. 이는 줄어든 시간만큼 특근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자본은 주간연속2교대로 줄어든 노동시간만큼의 물량을 만회할 계획으로 노동생산성 향상 --노동강도 강화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는 이미 현대자동차의 노사전문위원회 대표로 있는 박태주가 여러 차례 제시한 안이기도 하다.

노동시간단축, 야간노동철폐에 따른 임금보전을 해야 한다. 완성차, 부품사 할 것 없이 주야 맞교대, 장시간 노동으로 겨우 입에 풀칠해 왔다. 그래서 물량문제가 발생하면 야간노동철폐를 외치면서 주간조를 쉬고 야간조 일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 왔다. 야간노동으로 몇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말이다. 주야 교대자의 줄어든 일일 주간 2시간, 야간 2시간 분의 임금보전을 명문화해야 한다.

중앙교섭 요구안 중【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사업장 내 정규직 ․ 비정규직의 동일단협 적용으로 확대 요구해야 한다. 5기 지도부는 중장기적으로 단협 효력확장제도 추진을 주장해 왔다. 현 시기 금속 전체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에게 단협 효력확장이 불가능하다 해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중심이 1차적으로 사내하청 조직화라면 단협 효력확장제도에 우선해 동일 사업장 내의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단협 --기업지부, 지회단협 적용-- 적용이라는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를 통해 동일 사업장 내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인입하고 조직해야 한다.

지금 금속노조 지도부는 기본협약 쟁취 수준에서 금속노조 중앙단협 쟁취로 나아갔지만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 하다. 딜레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요구안과 투쟁동력, 교섭과 투쟁, 결국은 자본을 협상장으로 이끌 방안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헷갈림은 07년 투쟁의 상과 관련하여 “특히 2006년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법인으로 합법적으로 출범한 만큼 산별시대 정상적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사용자단체 가입이 필수적인 것임을 공론화시키며, 산별교섭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며 교섭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설득하고, 산별교섭 발전을 위한 노사토론회를 추진한다”는 진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높은 요구안이 부담스럽고, 투쟁이 교섭의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한다면 이는 민주노조운동을 포기하는 처사다. 요구안은 투쟁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교섭도 투쟁에 종속되어야만 한다. 07년 금속노조의 요구안과 교섭은 투쟁동력 극대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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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교섭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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