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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 투쟁! 비정규직법을 폐기하는 실천적 투쟁의 계기로

지난 2월 23일 울산과학대 동구캠퍼스(이하 ‘울산과학대’)는 학교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용역업체인 (주)한영과 계약해지를 하였다.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다는 것도, 환경미화 여성 노동자들이 개교 이래 지금까지 7년에서 4년간 계속해서 근무해왔다는 것도, 단칼에 무시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학교당국은 가지고 있었다. (주)한영 소속으로 환경미화를 담당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울산지역연대노조)에 가입하고 지부를 만든 것을 학교당국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탄압의 대명사가 된 울산과학대

법정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온갖 혹사를 당해왔던 사실, 3.8여성의 날을 앞두고 비인간적인 폭력에 의해 끌려나왔다는 사실, 성폭력을 비롯한 갖은 폭력 만행의 주범이 다름 아닌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교직원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 뿐 아니라, 희극에 가까운 ‘총학생회’의 관제 대모에 이르기까지, 2월 23일 본관 탈의장에서 시작된 농성투쟁과 그 이후 만 두 달 가량 적나라하게 밝혀진 무자비하고 몰상식한 폭력탄압으로 인해 이미 울산과학대는 이 땅 노동탄압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기업체로 전락한 학교 -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유연화의 온상

우리나라에 소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 맞춤 일꾼을 배출하는 훈련소”로 스스로가 선언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대학은 ‘이윤추구’의 순수한 기업체가 된지 오래다. 울산과학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또한 수많은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때문에 우리는 매년 거르지 않고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소식을 접하고 있다.

어느 사기업체 못지않게 자본의 논리, 이윤추구에 충실한 것이 현재의 대학이다. 정규직원들을 계약직으로, 다시 계약직에서 용역업체로,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만큼 대학당국은 임금비용을 줄인다. 당장 울산과학대만 보더라도 동일한 환경미화 노동을 하는 직영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수준이 1/3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유연화의 온상이 되어왔던 대학교. 하지만 반대로 여느 사업장과 비교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본의 공세를 맞받아치고, 조금씩 조금씩 그 성과를 쌓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싸워야할 대상은 너무나 선명하다.
- 지난한 투쟁과 새로운 국면


울산과학대측은 여전히 “(주)한영과 얘기하라”며 “제3자”임을 주장하려한다. 하지만, 우리 투쟁하는 조합원 동지들에게 이 말은 너무나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에 불과하다. 실제 용역업체가 고용이든 임금이든, 그 무엇하나라도 책임질 수 없는 단순 인력파견업체에 불과함은 지나가는 개도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울산과학대가 책임지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 외에 다른 해결방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울산과학대 지부 동지들은 두 달여 간의 상상이상의 탄압을 이겨 냈다. 광폭한 탄압을 견뎌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적극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섬으로써 끊임없이 연대단위를 다시금 불러 모아내는 지역연대투쟁의 구심이 되었고, 교육 등 다양한 농성프로그램 속에서 천막농성장을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만들어 갔으며, 손발이 바쁘도록 서명운동과 매일매일 목이 쉬도록 방송차를 끌고 다니며 울산과학대의 이사장이자,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몽준의 책임을 묻고, 정몽준 사무국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두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투쟁을 이어왔다.

이러한 울산과학대지부 동지들의 투쟁과 모처럼 울산 동구지역에서 살아난 연대투쟁의 힘에 의해 “배째라”로 대응하던 학교측을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어냈다. 4월 23일로 예정된 학교당국과 (주)한영과의 3자 교섭에서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는 학교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울산노동자들과의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에야 터무니없는 입장을 제출하진 못할 것이다.

자본의 유연화(비정규직화) 공세를 역전시켜내는 투쟁의 계기로

(주)한영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일관하던 학교측이 교섭에 응해옴에 따라 실질적인 “교섭”이 시작됐다. 하지만, 갖은 기만과 술책으로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피해가려 안간힘을 쓸 것임에 틀림이 없기에 경계를 늦추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울산과학대와 동일한 조건에서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결코 적지 않은 성과들을 일구어 왔다. 이미 투쟁을 통해 임금조건과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기도 하였다. 원주에 위치한 모 대학의 경우, 고용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원청(학교당국)으로부터 고용보장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약 받는 성과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렇듯 지금까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치열한 투쟁을 통해 쌓아온 성과에 더해, 최근 인근의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대구건설노조 등에서 연이어 “원청사용자성 인정”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 마당에, 울산과학대측이 만약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사용자로서의 실질적인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라는 함성이 이미 일상적인 구호로 자리 매김 된지 오래다. “하청철폐, 정규직화 쟁취”의 슬로건은 현실적응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 마냥, 잘 들리지도 않게 됐음이 사실이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의 파상적 공격으로 비정규직노동자는 기아급수로 늘어가고, 비정규직보호입법이 통과되자마자 대량의 정리해고가 여기저기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뚫고 역전시키기는커녕 방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울산과학대에서 비정규직 환경미화 여성노동자들이 “제3자”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해온 학교당국에게 그 실질 책임을 묻고,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보호입법 폐기하자”라는 구호를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
마지막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아, 학교당국의 기만을 뚫고 반드시 승리하여 자본의 유연화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투쟁의 계기로 남도록 해야 한다. 과학대지부 동지들이 투쟁에 돌입하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는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이승렬 (현중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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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 울산과학대 , 청소용역노동자 , 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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