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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 비춰본 우리의 대선 지형과 전술 방향

4월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수우파의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루아얄이 각각 31%와 25%를 득표하여 결선에 올랐다. 사르코지는 이 나라로 치면 한나라당 후보라고 할 수 있고, 루아얄은 민주노동당 쯤 될 것이다. 3위를 해서 결선에 오르지 못한 중도우파 세력인 바이루는 기존 열린우리당에서 정동영이 아니면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손학규 정도와 비슷한 색채라고 보면 된다.

프랑스 사회당과 한국 민노당

그런데 한국의 민노당과는 달리 프랑스의 사회당은 여러 번 집권도 한, 프랑스 주류 정치권을 구성하고 있는 세력이다. 민노당과 비슷한 점은 개량주의적인 사민주의를 본질로 하고 있고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직노동자들을 지지기반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민노당이나 프랑스 사회당 모두 그 내부적으로 주류에 대당하는 비주류 좌파적 세력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예컨대 민노당 내 의견그룹으로 존재하는 다함께나 해방연대 같은 좌파적 세력이 프랑스 사회당에도 있다는 얘기인데 한국처럼 프랑스에서도 이들 세력이 사회당을 조금이라도 좌익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민노당은 아직 집권을 한 적이 없어서 프랑스 사회당처럼 아예 개량주의에서도 더 우경화하여 거의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버렸던 일은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면 다를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도 야당의 위치에 있을 때는 입으로라도 좌익적인 언사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민노당도 만약 집권할 경우에는 프랑스 사회당처럼 거의 신자유주의 수준으로 우향우 하는 것은 아닐까? 결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실제로 브라질의 노동자당(PT) 후보 룰라가 집권하자마자 오리지널 신자유주의를 뺨칠 정도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져 갔고 결국에는 룰라에 대항하는 광범한 노동자 투쟁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재 브라질의 상황이다.

민노당이 이번 대선을 겨냥하여 자본가들마냥 모종의 성장전략을 내세우고, 노동자의 투쟁요구들을 대변하기보다는 중간계급의 지지를 받아보겠다는 바램으로 ‘한반도 평화’니 무슨무슨 통일방안이니 하면서 열우당의 흉내를 내는 데 급급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프랑스 사회당이나 브라질 노동자당처럼 신자유주의로 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민노당이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기존 열우당을 지지했던 미래구상 같은 중간계급 시민운동 세력과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볼 때 현재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의 모습과 차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차이가 있다면 민노당이 설사 미래구상과 임종인 등 기존 열우당 일부세력과 연합하는 방향으로 더 우향우를 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프랑스 사회당처럼 집권을 노려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민노당이 우향우하면 민노당만 오른쪽으로 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 전반을 오른쪽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혁명적 ․ 전투적 세력들의 선거 전술

여기서 우리는 프랑스 대선에서 혁명적 ․ 전투적 세력들이 어떤 선거 전술을 펼쳤는지 (옳든 그르든)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혁명공산주의동맹(LCR)과 노동자투쟁당(LO)이 있다. 그리고 이들 혁명적 ․ 전투적 세력과 개량주의 사회당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중도주의 세력으로서 공산당이 있다. 혁공동은 4% 조금 넘게 득표하여 극우파 국민전선의 르팽에 이어 5위를 함으로써 큰 틀에서 좌파 가운데 사회당을 빼고 1등을 했다. 노동자투쟁당과 공산당은 둘 다 2%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를 했다.

여기서 먼저 개량주의와 혁명주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다가 동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중도주의 세력으로서 프랑스 공산당이 선거에서 취한 태도와 전술은 중도주의에 전형적인 것이었다. 원래 프랑스 공산당은 2차대전 직후만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최대 정당이었다. 1981년까지만 해도 아직은 선거에서 조르쥬 마르셰 총서기가 15.3%의 득표를 할 수 있었을 정도로 프랑스 주류정치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었다.

공산당의 중도주의

그러나 지난 2002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2%로도 안 되는 득표로 좌파 가운데서도 하위로 쳐지면서 사실상 와해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게 된 데는 공산당이 그 동안 사회당의 하위 파트너로서 사회당 주도 연립정부에 들어가는 등 사회당 2중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산당은 사회당을 견인하여 기존의 사회개혁적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시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회당 좌파 수준에 머무는 전술을 취하였다. 사회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성정당의 모습이 공산당으로 하여금 거듭 몰락의 길을 걷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굳이 비유를 하자면 노동자의힘이 이런 위험과 압력 속에 놓여 있다. 민노당은 진보대연합을 통해 미래구상 및 기존 열우당 일부 세력과 연합하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향우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알리바이로서 왼쪽에 있는 노동자의힘도 진보대연합의 대상임을 빼놓지 않고 항상 거론한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민노당에 의해 거론되고 있는 노동자의힘은 현재 진보대연합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고, 다만 오른쪽으로 미래구상 같은 세력에 연합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데 대해서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힘은 독자선거전술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 진보대연합과 독자 선거전술은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속히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혁공동(LCR)과 노동자투쟁당(LO)의 독자선거 전술

공산당과는 달리 혁공동과 노동자투쟁당은 다소 제한적 수준에서나마 사회당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이 되어주었다. 사회당에 대한 단순한 압력단체 역할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선거투쟁을 전개했다. 중간계급 표에 연연하지 않고 노동자의 핵심적 투쟁요구들을 상위의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노동자 투쟁들과 결합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또한 지지기반을 중간계급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계급협조적 의제들에 기웃거리는 공산당과는 달리 단호히 계급투쟁적 의제들을 가지고서 선거 국면을 돌파하고자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두 세력을 포함해 혁명적 ․ 전투적 세력들 전체가 노동자 통일전선 하에서 선거연합을 통해 보다 규모 있고 역동적인 선거투쟁을 전개하여 노동자 투쟁에 더 큰 활력과 좌익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도 있었을 기회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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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R , 민주노동당 , 노동자의힘 , 프랑스 대선 , 프랑스 사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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