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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금속 대의원대회 참관기

대대 대회의실 입구에 도열해 있는 장기투쟁사업장들의 플래카드와 대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유인물 홍수 속에서 15만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치러졌다. 4만 금속노조론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을 뒤로 하고 이제 15만 금속노조로 악질 자본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품은 채 대의원대회는 시작됐다.

예견된 내부 투쟁

대대 전부터 지도부가 제출한 사업계획 ․ 산별중앙교섭 요구안 ․ 투쟁전술로는 07년 정세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중집, 지회장 이상 수련회에서도 논쟁이 있었지만 수정된 것은 거의 없었다. 지회장 수련회에서 나온 요구마저도 단협위원회에서는 명문화한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정도로 삼겠다며 기각시켰다. 마지막 남은 대의원대회에선 명문화된 안으로 노사협조주의 세력과 내부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노동자> 역시 산별중앙교섭 요구안과 투쟁전술 중심으로 안을 성안시켜 제출함으로써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내부투쟁에 선도적으로 전력투구했다. 금속노조의 07년 사업계획, 산별중앙교섭 요구안, 투쟁전술의 변경 없이는 07년 투쟁을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계획은 자본과의 투쟁을 회피, 우회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금속사용자단체(자본가 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 산별교섭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면서 산별노조가 해야 할 사업과 투쟁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기회주의 ․ 노사협조주의 지도부의 계획에 대해 반대를 조직하는 것은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확 바꾸고 요구안에 맞는 투쟁전술을 배치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 전투파 대의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만을 전국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의원 대회장 밖은 곳곳에서 사전모임을 하지 못했던 대의원들 사이에 의견을 조율하느라 분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대의원대회 전에 이미 대의원대회장 밖은 삼삼오오 지도부의 안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불붙은 내부투쟁

첫 포문은 한미FTA 비준 저지 일주일 총파업 안 --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틀은 전면 총파업, 나머지 날은 계속 총파업이든 권역별 파업이든 구체적 전술은 지도부에게 위임 -- 상정으로 시작되었다. 기아차 화성공장의 이상욱 대의원은 "한미 FTA 타결 직후인 4월 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 FTA 타결과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의 목표를 구조조정 활성화, 기업규제 완화, 대기업의 다국적 기업화에 두어야 한다며 자본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고 발언했다. 이 대의원은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인용에 이어 노무현이 4월 2일 담화문에서 "경쟁력을 보완해야 할 곳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실업이 생기는 경우"에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한미FTA 체결 이후 노무현 정부 하에서 노동조건 유연화 작업이 더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무역대표부는 노동법 상에 그나마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조항들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주한 미상공회의소에서 제기했던 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폭로했다.

한미FTA 체결이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따라서 대의원들은 그 누구도 한미FTA 체결 저지 총파업투쟁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지도부와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의 입장에서는 총파업투쟁을 강행했을 때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전투파 대의원들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순 없는 일이었다.

내투투쟁 쟁점은 총파업을 할 것인가에서 총파업이 가능한가로 급격히 이전되었다. 누구나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각 세력이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내보였다. 정갑득 위원장은 논쟁 내내 의장으로서 총파업 결정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정갑득 위원장을 보필, 지원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은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

“파업 하자 말자는 쉽게 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견해를 반영해서 심도 깊은 결정을 해야 한다”, “막가파식 파업은 해서는 안 된다”, “파업만이 능사냐”, “현장조직력 점검해서 수위 정하자. 조합원이 따르지 않으면 산별 뿌사질 수 있다”, “민주노총 지침에 성실하게 따른다고 정리하자. 민주노총 일정에 보조를 맞추자”, “동지들을 못 믿겠다. 파업을 안했을 경우에 어떻게 할 건지 안을 내라”, “각서 쓰고 파업하자” 등 현장 조합원들을 핑계대고, 투쟁 동력 부재(?)를 구실로 삼았다. 총파업을 피해가고자 했던 노사협조주의자들은 “총파업 전술 지도부에 위임”이라는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입장을 모아냈다. 한다면 한다는 금속노조, 정치총파업조차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행해 왔다는 현대차노조, 민주노총 총파업 동력의 80~90%임을 자랑해 왔던 금속노조는 어디론가 없어졌다.

기아차 대의원 김우용 동지는 총파업 성사를 위해 요구안을 더 폭넓게 할 것, 지도부에 전술 위임 폭을 넓일 것을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한미 FTA 체결 반대! 중앙교섭 성사! 비정규직 시행령 저지! 장투사업장 문제 해결” 총파업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총파업투쟁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절박감을 가지고 있는 동지들은 총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노사협조주의 세력에 맞서 결사적으로 내부투쟁을 했다.

김우용 대의원의 수정안이 부결되고, 총파업 위임마저 부결되었을 때 두산중공업의 전대동 대의원은 원안의 부결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선동을 했다. 만약 “초미의 관심사인 금속 대대에서 한미FTA 체결 반대 총파업 안이 부결되었을 때 미칠 파장을 고려해 원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원안은 273표로 겨우 통과되었다. 원안이 통과되었음을 땅 땅 땅 알리는 의사봉 소리와 함께 박수와 환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박수와 환성만큼 총파업 조직화의 무거운 짐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이제 남은 2개월 총파업 조직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의원대회 내내 가위 눌리듯 가슴이 답답한 것은 현대차 대의원들의 침묵이었다. 총파업 논쟁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표결만 했을 뿐이다. 집행부도 대의원도 총파업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길 희망해 볼 뿐이다.

간만 본 내부투쟁

다음으로 진행된 사업계획은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중심으로 논쟁되었다. (구)금속노조로 전환한 대공장노조도 투쟁으로 이끌 수 없는 중앙교섭 요구안의 수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산별중앙교섭 요구안 투쟁은 금속노조운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를 분쇄하기 위한 핵심적인 투쟁 의제인 ▲비정규직 의제 1. 원청사용자성 인정 (367/175) 부결, 2. 동일단협 적용 (348/133) 부결, ▲노동시간 단축 의제 (355/105) 부결, ▲임금의제 (380/107) 부결, ▲장투사업장 의제 (353/158) 부결, ▲[산업공동화 대책], [산별고용안정시스템구축] 삭제안 (350/12 ) 부결 등, 죄다 부결되었다.

주요 요구안의 부결 사태는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이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설명도, 제대로 된 찬반논쟁도 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장노동자>에서 제출한【노동시간 단축】,【근무형태변경】, 【비정규직 요구안】,【경영통제와 기업비밀 철폐】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전투파 대의원들조차 <현장노동자>에서 제출한 요구안을 부담스러워 한 것이다. 왜 그럴까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명료하다. ‘실현불가능’ 하기 때문에, 다른 말로 자본의 지불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투파 대의원들이 제출한 안이 패배한 근본적인 이유도 전투파 대의원의 안들이 실현불가능 하고, 자본의 지불능력이 안 된다고 노사협조주의 세력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조합원들과의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의제를 년 2,500시간의 노동시간 상한제로 제출했다. 이유는 조합원들이 급격한 노동시간 단축을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전투파 대의원조차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조합원의 실리주의와 투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정갑득 위원장이다.

정갑득 위원장은 중앙교섭 요구로 임금 요구안을 상정한 것이 패배한 뒤, “중앙 요구안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높게 책정되면 중소사업장이 힘들어지고, 낮게 책정되면 대공장 조합원들이 반대할 것이고 어려운 문제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자본에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에게 욕먹지 않는 수준을 찾는 것이 정갑득 위원장의 임무인 것이다. 노사상생의 절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파 - 스스로의 한계를 되돌아봐야

15만 금속노조 시대 요구안과 투쟁전술을 결정하는 첫 대대는 총파업투쟁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지만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에서 전투파 대의원들이 게임도 안 될 정도로 패배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전투파 대의원은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도 패배한 것이지만, 그에 앞서 전투파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왜냐면 금속 대대에서 다룰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은 요구안 자체도 중요하지만, 요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조직화, 투쟁하는 산별을 만들기 위한 급진적 요구안을 담을 것인가, 아니면 자본과 공생하기 위한 적당한 요구안을 담을 것인가? 당장 ‘실현가능한’ 요구안 중심으로 제출하고 교섭한다면 산별노조의 관료화는 요구안 수준이 낮을수록 급속히 이뤄질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마냥 되어질 테니 말이다. 당장 투쟁으로 쟁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요구안으로 제출하고 투쟁으로 실현해 나가지 않는 이상 산별노조는 노사협조주의 세력의 아지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전투파도 스스로의 한계를 노정했다. 【노동시간 단축】,【근무형태 변경】요구안이 당장, 또는 길어야 1~2년 안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포기했다. 또 노동자 경영참가가 노동조합의 노사협조주의화와 체제내화를 확대․강화한다고 주장하면서 요구안에서 경영참가 삭제와 【경영통제와 기업비밀 철폐】를 요구안으로 상정조차 못했다.

정리해고와 배치전환에 대한 개량주의 프로젝트인【산업공동화 대책】, 【산별고용안정시스템 구축】 삭제안 부결 (350/12)은 전투파 대의원들이 처해 있는 의식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첫 대의원대회는 패배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시작은 노사협조주의를 깨부수고, 전투적 조합주의를 넘어서는 것에서부터 해야 한다. 전투적 조합주의는 사회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급의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단 전투적 조합주의가 사회주의 정치와 접목될 때에 한해서다. 앞으로도 계속 <현장노동자>는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이 추상적인 노동해방이 아니라 사회혁명을 위한 정치의식 강화와 조직건설을 하는 데 함께 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아직 날카로움이 덜 하지만 사랑하는 무기로 갈고 닦아 사용되었으면 한다.

총파업을 준비하자

환호와 박수 속에서 총파업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마음이 편치 않다.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대에 참석한 모든 대의원들은 총파업에 책임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하면 된다. 두 달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간부 교육, 조합원 교육은 물론이고 다양한 투쟁으로 총파업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다.

첫째, 중집은 당장 2개월 동안 조직할 투쟁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총파업투쟁계획은 중앙위원회, 지회장 수련회를 통해 현장지침으로 내려가야 한다.

둘째, 금속노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 ․ 기아차지부 대대에서 만장일치의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 내고 총파업 승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요구안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노동시간 단축】,【근무형태 변경】, 【비정규직 요구안】은 꼭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셋째, 장투사업장과 비정규직투쟁사업장은 총파업 전의 투쟁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이슈화와 선도투를 배치해야 한다.

넷째, 소위 현장활동가, 현장조직들은 총파업 조직화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새로 출범한 전국활동가조직, 현장조직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고 있는 준비모임 동지들, 여타 현장활동가 단위들은 단위사업장 총파업 조직화 사업과 지역 총파업 조직화 사업에 앞장서서 투쟁해야 한다. 당장 단위사업장별, 지역별 총파업 실천단을 구성해 사전 조직화 하는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승리를 위해 진군하자.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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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 4.25 금속 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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