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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노동절 117주년] 정규직 ․ 비정규직 노동자 하나 되어 비정규악법 박살내고 비정규직 철폐하자!

지난 4월 28일 동아일보는 작년 개악된 ‘비정규법 시행 이후의 고용상태’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작년에 국회를 통과하고 이번에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비정규 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고용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악법으로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다. 1,458명의 설문조사 응답자 중 65.7%는 직장을 잃을까봐 불안하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의 비정규직은 각각 73.8%, 67.1%가 비정규법이 시행되면 짤릴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양산법 시행령

현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비정규 악법이 자신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지금 몸으로 느끼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 악법의 시행령은 ▶ 기간제법의 예외조항을 두어 2년 이상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는 직종 선정 ▶ 기간제의 기간산정 예외기간(육아휴직, 병역, 예비군 등 국가 동원기간, 산재 요양기간) 설정 ▶ 187개로 파견 업무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설문 결과처럼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는 차라리 살지 말라고 해라!

정부의 안을 보면 비정규직은 아예 살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정규직으로 영원히 전환할 수 없는 전문직을 설정하고, 기간제 산정기간에서 육아휴직, 국가동원기간, 산재요양기간을 제외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애도 낳지도 말고 키우지도 말라는 소리다. 그러면서 저출산 우려 운운하다니. 정부나 자본의 태도에 구역질이 날 뿐이다. 병역이나 예비군 훈련에 다녀온 기간은 산정기간에서 제외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국가동원에 참여하면 그만큼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이런 불이익을 주면서 비정규직보호법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006년 우리나라 산재 사망 노동자는 2454명에 달하며, 산재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노조로 조직되지 못한 영세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안전문제에 대해서 폭로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산재요양조차 하지 말란다. 뿐만 아니라 파견법 시행령 역시 문제다. 187개로의 파견업무의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조차도 파견업무의 확대로 인한 파견법 적용 대상이 500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술공’이라는 포괄적인 해석 여지를 가지는 법안 시행령으로 이제는 생산라인까지 파견노동자들이 넘쳐날 수 있다.

‘참극’을 앞둔 현장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시행과 7월 비정규 악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으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목을 자르고 있다. △ 업무량 변화 ․ 예산감축 △직제와 정원의 개폐 △근무태만 △업무수행능력 부족 △기타 상기에 준하는 사유로 공공기관의 장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해고하겠다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벼랑 아래로 떠밀고 있다.

이미 서울지역의 5개 학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철도공사 역시 작년 11월 건교부에 직접고용 비정규직 3,000명 중 2,000여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800명은 외주위탁 및 업무개선을 통한 감축, 나머지 200명에 대해서는 기간제법 예외조항 대상으로 사용한다는 운영방침을 제출한 바 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업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외주화 하겠다는 것이지 정규직화는 절대로 아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각 기관장에게 해고의 권한을 줌으로써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노예를 만들겠다고 한다. 철도노조도 4월초부터 ‘무기계약 반대,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철폐 투쟁 실천단’ 구성을 결의한 상태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비정규악법에 반대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공부문에서만이 아니라 금속 제조업으로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부의 파견법 개악에 따른 외주화, 도급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GM대우 사내하청 노동자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정규직화가 아니라 외주화, 도급화다. 검찰은 불법파견 사용에 대한 책임으로 GM대우차를 벌금으로 약식기소하고 자본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법원의 판결 전에 GM자본이 불법파견 시정, 즉 빠져나가기 위해서 외주화 하는, 즉 정규직·비정규직 혼재작업을 없애기 위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파견법 시행령이 적법도급이라고 규정하는 내용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생산에 대한 아무 권한도, 하청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아무 권한도 없는 업체들을 적법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원청 자본의 파견노동자 사용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업체가 생산량과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오직 적법한 도급이라고 우기는 자본가들이나 자본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본가 정부의 법 조항에만 있을 뿐이다.

이런 자본의 탄압에 맞서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GM대우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외주화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부평공장의 DYT업체에 소속된 하청노동자들은 올해 초 외주화에 맞서서 투쟁을 전개했다. 외주화를 막아내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은 외주화 반대 투쟁을 왜 전개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외주화로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폭 삭감됐다.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단을 구성하고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GM대우의 외주화 방침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민주노조운동 지도부들

작년 비정규 악법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투쟁의 패배이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투쟁으로 일으켜 세워야 할 민주노총 지도부와 각급 민주노조운동 지도부들은 투쟁을 조직하고 있지 않다. ‘현장대장정’을 해보니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아무리 이석행 위원장이 말해도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자본과 정부의 공격이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을 치고 있건만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7월 비정규 악법 시행령 도입을 앞두고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있다. 아니 작년 노사관계 로드맵 통과에 야합했던 한국노총과 축구나 하고 있고, 경총을 찾아가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며 비정규직을 인정하는 발언이나 하고 있는데 무슨 조직력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단위 노조,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알아서 싸우기를 기다린다면 이미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조직이 아니라 단위 노조나 관리하는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투쟁하는 조직으로, 자본과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조직으로 살아나겠는가?

15만의 금속노조로 힘차게 출발한다는 금속노조의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다. 수년을 힘겹게 싸우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투쟁이었던 하이닉스 동지들의 투쟁을 돈으로 잠정합의했다. 남택규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하이닉스 사내하청지회의 요청으로 잠정합의했다고 말하지만 그게 15만 금속노조의 지도부로서 할 말인가? 금속노조는 지회의 타결방침이 원칙에서 벗어나면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2년 5개월 전 금속노조의 깃발을 지키겠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싸웠던 하이닉스 동지들의 어려움을 우리는 잘 안다. 하이닉스 동지들에게 더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잘 안다.

그러나 동지들이 받은 고통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라도 하이닉스 투쟁은 승리해야 한다. 수백일 장기투쟁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동지들의 투쟁을 함께 고민하고 투쟁의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지도부의 역할이다. 지회의 요청이었다는 말로 피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완성대의원대회 규약 개정에서 통과된 보복성 계약해지 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기로 한 신분보장기금을 지금부터라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내고, 다시 투쟁을 전개하자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쓰러진 동지들을 일으켜 세우고, 어려울 때 일했던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공장을 증설하면서도 고용하지 않는 하이닉스를 상대로 마지막 투쟁의 고삐를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다.

패배감을 떨치고 투쟁을 조직하자!

작년 패배 이후 전체 전선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패배감이 휩쓸고 있다. 그러나 절망하고 손놓고 있기에는 우리에게 닥칠 일은 너무 끔찍하다. 다시 투쟁을 조직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세계 노동절 117주년 결의문을 통해 한미 FTA 타결 무효, 비정규 악법 시행령 제정 중단과 법 개정, 특수고용 노동자, 교수, 교사, 공무원 노동3권 보장, 산별 교섭 법제화, 사립학교법 및 국민연금법 개악 중단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결단을 하고, 6월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자본과 정부는 자신의 칼을 뽑아들었다. 투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격돌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의 각오만이 말해 줄 뿐이다.

결단을 미룰 이유가 없다. 자본에게,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이미 금속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금속노조는 현장 대의원 동지들의 발의로 6월말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위한 금속노조 1주일 이상의 파업을 결정했다. 2일 이상은 금속노조 전체의 총파업, 나머지는 권역별 파업을 전개하자고 결의했다. 파업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총파업을 주장했던 대의원 동지들은 한미 FTA 체결 저지뿐만 아니라 비정규 악법 시행 저지를 위해서라도, 장기 투쟁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파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안대로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위한 총파업만 통과되었지만 이 파업을 비정규직 악법 폐기 투쟁 및 장기투쟁 사업장 지원투쟁과 결합시킬 요소로서 충분하다. 투쟁을 집중해야 할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물론 요구를 나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총파업이 결의된 이상 힘 있게 총파업을 조직하고, 투쟁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 동지들은 이 파업이 단지 금속노조의 파업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을 조직하는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금속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투쟁하는 동지들도 투쟁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RP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맞서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 특수고용직 노동3권 쟁취를 위해서 투쟁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현장에서 구조조정과 외주화, 도급화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 힘겹지만 꿋꿋이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의 동지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자본과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의 힘을 모아 힘을 집중시켜 타격을 가하자.

세계노동절 117주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정신을 기리고 투쟁을 조직하는 날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업종과 지역을 넘어선 단결, 그 단결은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동지들! 정부와 자본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싸우자! 패배감을 떨쳐버리고 일어서자! 패배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서 투쟁을 조직하자!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으면 우리에게 남을 것은 착취의 쇠사슬뿐이다. 오늘 선배 노동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

박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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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 파견제 , 비정규직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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