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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대선과 사회주의 정치운동

계급협조 ‘진보대연합’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 대안을 세워내자!

[편집자] 이 글은 5월 19일 사회실천연구소 주최 월례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발제문을 새로 부제를 달아 <현장노동자>에 전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07년 대선을 앞두고 자본주의 정치세력들이 노동대중의 표를 얻기 위해 벌써부터 온갖 사기와 협잡을 동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07년 대선과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우리는 지금 ‘사회주의 정치운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노동자들의 정치적 대안이 되어 07년 대선을 돌파할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불행히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 시기 남한 운동에서 ‘진보’ 정치운동과 ‘사회주의’ 선전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사회주의 정치운동이라는 이름에 값할 만한 정치운동은 아직 없다. 이러한 정치 대안의 부재로 노동자들은 또 다시 이들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을 지지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운동은 이미 자본주의적 정치운동으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그렇다면 민노당 왼쪽의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노동자의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까? 사회주의 선전의 단계를 청산하고, 노동자계급이 독립적인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1. 민노당의 선거공약과 선거전략

1) 남한 자본주의 성장 전략 - 개량도 없는 개량주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제도권 정치에 안착한 민주노동당은 현재 이러한 대안이 되어주기는커녕 서구의 사민주의 정당들처럼 안정적인 자본주의 정치세력으로서 자리 잡는 것이 선거를 비롯하여 모든 정치활동의 목표가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07년 대선에서 민노당은 열우당을 대신하여 부르주아적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분배 대신 성장 담론을 내세우고, ‘노동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반대’를 말하지만, 현재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나 “구조조정 분쇄!” 수준의 요구안조차도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 것을 꺼려한다. 오히려 사회연대전략을 주창하여 비정규직을 인정, 존치하는 전제 위에서 정규직 책임론을 조장하고 비정규직을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며 계급투쟁 대신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 아래 계급협조를 지향하고 있다.

‘진보적 경제성장’이니, ‘서민을 위한 경제성장’이니 하며 자본가들 마냥 성장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남한 자본주의의 번영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공약 속에 ‘구조조정 분쇄!’ 요구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민노당이 이 같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개량투쟁조차 선거 공약으로 내걸기를 회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노당은 제도적으로 ‘배타적 지지’까지 누리면서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직노동자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07년 대선을 겨냥하여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중간계급한테로까지 지지기반을 확대시키려 한다. 이 때문에 거듭된 우경화의 길을 걸으면서 마침내 자신의 지지기반을 배신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로써 민노당은 통상적인 개량주의에서도 더 우향우하여 ‘개량도 없는 개량주의’의 길로, 오늘날의 서구 사민주의 정당들처럼 신자유주의의 변종인 ‘사회적 자유주의’의 길로 나아가는 보편적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정책과 공약에서 민노당이 노동자의 정치 대안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의를 배신하고 노동자들을 부르주아 정치에 더욱 종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계급협조적 인민전선 - 진보대연합

이러한 역할은 정책과 공약에서만이 아니라, 현재 ‘진보대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계급협조적 인민전선을 추구하는 선거 전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과거 낙천낙선운동과 탄핵반대를 통해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고 방어했던 자유주의 시민운동 세력들의 선거결집체인 미래구상과 기존 열우당 세력들(임종인,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등등)까지 포괄하는 진보대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자간 계급전선을 물타기 하고 모호하게 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배후에서 이러한 계급협조적 진보대연합은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분쇄!”, “노동악법 철폐!”, “정리해고․ 계약해지 반대!” 등 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들을 매개로 한 잠재적 반자본 전선을 약화, 해체시킨다.

‘한반도 평화’/6.15선언 지지를 중심으로 한 반수구 ․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계급협조적 선거연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자본 전선을 희생시키고 계급투쟁을 억제해야 한다. 심지어 진보대연합의 기준으로 ‘반신자유주의’를 내세울 때조차도 반자본․ 계급투쟁이 아니라 민족주의 ․ 계급협조에 입각한 것이다. ‘국익 수호’를 중심으로 한 반FTA 전선으로 반신자유주의 진보대연합을 꾸리자는 주장이 그러하다.

계급투쟁과 인민전선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계급협조적 인민전선 속에서 노동자의 투쟁요구들과 계급투쟁적 공약은 배제, 억제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은 말살된다. 당장 07년 노동자 투쟁들은 고립, 주변화를 강요받을 것이다.

이렇듯 07년 대선을 겨냥한 민노당의 진보대연합은 노동자계급이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기는커녕 전개되고 있는 노동자 투쟁들마저도 인민전선에 의해 억제되고 고립, 주변화 될 위험성을 가져오고 있다. 진보대연합은 그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민노당의 정책과 공약을 더욱더 우향우시킬 것이고 계급운동 전반을 오른쪽으로 끌고 갈 것이다. 나아가 ‘진보진영 선거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민노당 왼쪽에 있는 세력들이 독자선거 전술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거두려 하고 있다.

2. 사회주의 정치세력들
- 민노당에 대당하는 노동자의 정치 대안으로 나서자!


1)‘무대응’을 딛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선거 전술을 준비하자!

그렇다면 07년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어떠한가? 이러한 진보대연합에 맞서 노동자계급이 독립적인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정치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까? 현재까지로 봐서는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사회주의 세력들은 진보대연합에 대해 비판과 폭로조차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계급투쟁이 억제되고 계급운동 전반의 우경화를 가져올 위험성을 모를 수가 없음에도 ‘입장 없음’과 ‘무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진보대연합의 망령을 끊어낼 노동자의 대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진보진영 선거연합’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선거전술을 전개해야 한다. 현장활동가들이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대안의 부재로 어쩔 수 없이 진보대연합 후보를 지지하도록 만든다면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 <대중행동강령>과 <독자적 계급정당>으로 결집하자!

그렇다면 당위적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의 독자 선거전술은 가능한가?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현장활동가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치 대안이 되어줄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면 잠재력은 현실적인 힘으로 전화될 수 있다.

가) 정치

■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분쇄, 노동악법 철폐 등 당면한 투쟁 요구들을 포함하고, 이 투쟁들과 노동자권력을 위한 투쟁 사이에 가교를 놓아 줄 매개적 ․ 이행적 요구안을 <대중행동강령>의 형태로 제출할 수 있을 것인가?
대중행동강령에 입각한 투쟁 기조를 몇 가지 예로서 말해 본다면,

▷ 공문구로 전락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계급투쟁 회피적인 ‘사회공공성 강화’를 대신해서 자본주의 반대전선을 세워낼 수 있을 것인가?

▷ 고용, 노동시간 ․ 근무제, 노동강도, 인사 ․ 징계 ․ 노동안전대책 등 작업장 차원의 주도권과 현장권력 문제를 경영참가나 공동결정제 등 노사협조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 생산 통제권> 쟁취를 통해 자본가의 경영권과 소유권에 대한 도전, 침해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 남한 경제에서 상시적 현안이 되고 있는 재벌 문제에 대해 재벌개혁 또는 재벌해체가 아니라 재벌(기업들) 몰수․ 국유화를 내걸고 투쟁할 수 있을 것인가?

▷ 공공부문 민영화 또는 상업화 조처 도입, 외주화 등에 맞서 ‘사회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국유화와 재국유화를 내걸고 투쟁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나) 조직

■ 이런 문제들에 답함으로써 계급협조에 입각한 자본주의적 정책공약이 아니라 계급투쟁을 확대강화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전망을 열어줄 대중행동강령을 중심으로 노동자계급의 공세적인 선거전술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인가?

■ 이 같은 정치적 기치 아래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이 독자적 계급정당으로 결집, 연합하여 민노당의 계급협조 정책에 반대하는 전투적 활동가층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규합할 수 있을 것인가?

■ 대중행동강령에 입각한 계급정당과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통해 혁명당의 토대를 구축하고 최대강령 상의 일치를 이루어내 혁명당 건설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가?

양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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