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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지부 대대] 이제 우리의 내부를 돌아보자

‘정치파업’의 선봉대로 마녀사냥 당하던 지난 21일 금속노조 현자지부에선 중요한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만장일치 주문을 받은 1사 1조직 규약에 따른 현자지부 규정 개정과 규정 개정에 따른 정규직-비정규직 동일단협 적용 요구안 확정 건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1호 안건인 규정 개정은 찬성 211명, 반대 210명으로 부결되었고, 따라서 동일단협 적용 안건은 자동 폐기되었다.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며 욕하며 뛰쳐나가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만장일치 가결선동

제현장조직은 공동명의의 유인물을 통해 1사 1조직 규약에 의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지지했다. 당일 대의원대회장을 도배한 공동현장조직위원회, 변속기 현장조직위원회, ‘머리띠를 묶으며’, 민투위, 민노회의 지지 대자보는 물론 비정규직노조 유인물, 판매 현장조직인 평등회 유인물 등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할 것을 대의원들께 호소했다. <현장노동자>까지 민주노조운동이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후퇴할 것인가의 기로에 선 사안이라며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오직 유일하게 현장연대 -- 노연투와 비슷한 성향의 현장조직들이 통합해 만든 친자본 노조운동조직 -- 만이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암묵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정규직노조 건설 이후 직가입은 비정규직노조의 공식입장이었으므로, 게다가 금속노조 규약에 따른 규정 개정이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관심과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었다. 40여명의 비정규직 동지들이 만장일치 가결 촉구를 위해 조퇴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퇴한 비정규직동지들은 대의원대회 장소에서 선전전과 참관투쟁을 전개했다. 대외적 분위기는 당연히 가결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대의원대회장의 본모습

그러나 정규직 대의원들의 현실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만장일치 가결선동 유인물은 눈 밖의 일일뿐이다.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금속노조 규약인 1사 1조직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라는 대의원부터 조합원 범위에 대해 딴지를 거는 대의원까지 거의 처음으로 아는 사실인 양 난상토론에 가까운 논쟁을 벌였다. 대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대외적으로 드러난 가결 분위기는 차츰 수그러들었다.

따라서 “규약에 따른 규정 개정은 규약을 위반할 수 없으므로 1사 1조직 조직편제로 갈 것”을 안건 처리가 아닌 보고 처리로 해야 한다는 조현균 대의원의 올바른 지적은 다수 대의원동지에게 먹힐 수가 없었다.

대의원들의 질문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조합원 범위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조합원 범위에 한시하청, 판매 대리점 노동자, 모비스 비정규직을 포함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상적으로 한시하청을 받고 해고하는 데 합의해 주는 대의원들이 이를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비스는 절대 다수의 생산직 비정규직과 소수의 정규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제기 되었다. 한 대의원은 솔직하게 “다수의 비정규직이 조합원이 되어 선거하면 모비스위원회 의장과 대의원이 비정규직 동지가 될 수 있는거냐?”고 우문을 던지기도 했다.

판매 대리점 노동자는 정확히 특수고용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측이 정규직 판매 조합원들과 경쟁시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할 요량으로 만든 또 다른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 조합원들은 사측의 의도대로 경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을 뿐이다. 이는 단지 판매 조합원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산별노조 전환으로 비정규직노동자 다수를 조직하자던 선전․선동은 현실적인 우려 앞에선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 찬반 토론에서 윤한섭 감사위원은 신병두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의 참관인 발언을 듣고 나서, “규정 개정은 정규직에게는 혼란 정도이지만 비정규직에겐 노조 존폐가 걸린 일”이란 걸 깨달았다며 가결을 선동했다. 마지막 반대 선동 없이 투표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현자지부 죽이기는 한 해 두 해 전개된 것이 아니다. 임단협 파업은 ‘집단 이기주의’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파업은 ‘불법파업’으로 몰아, 현자지부 고립화 정책을 넘어 아예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

지부 역시 고립감을 탈피하기 위해 사회공헌기금 조성, 불우이웃 돕기, 나무 심기, 장미꽃 팔아 주기, 지역 행사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다. 자본이 갖고 있는 재력으로 언론과 지역 단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까지 자기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과 정부의 말려 죽이기 공세에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절대 아니다.

자본과 정부의 현자지부 죽이기 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술이 바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우리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본과 정부, 그리고 언론의 아킬레스건이 비정규직 문제다. 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은 비정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규직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투쟁이 되었다. 자본과 정부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처우개선을 하는 것을 통해 무마시키려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투쟁은 대세다.

이제 현자지부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 정규직화”투쟁을 일정에 올려야 한다. 이것만이 정규직과 현자지부의 고립을 탈피하고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이다.

그나마 위안은 과거 직가입 안이 47표 였는데 211표로 많아졌다는 것이다. 조그만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그만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대의원, 정규직 조합원 내부에서의 끈질긴 조직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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