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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날 특호]청년실업, 공공부문 확대로 막아내자

졸업은 NG?

전국 대학의 등록금 동결 소식이 특히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내년에 대학 5학년이 될 예정인 이들이다. 정규학년대로 마치고 졸업해도 등록금 대려면 부모든 자식이든 허리가 휘어지는데, 9학기 등록을 하려는 사람들은 그 돈을 내려면 얼마나 피눈물이 나겠는가. 그나마 안올리니 고맙다며 등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9학기를 다니는 건 이들이 딱히 못나서는 아니다. 이미 대학생들의 졸업 미루기가 유행이 된지 오래다. 졸업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마지막 학기에 졸업 학점을 채우지 않거나 졸업요건인 전공과목을 듣지 않는 방법이 애용되며, 그렇게 대학교 5학년생이 된 학생들은 벌어놓은 시간을 취업을 위한 시간으로 쓴다. 물론 이런 길 외에 오랜 휴학생활을 동반한 고시 생활에 돌입하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전망 없는 대학원행을 결정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을 움직이는 핵심적 논리는 동일하다. 지금같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NG(No Graduation, 졸업안함)족이라고 이들을 부르는 이름까지 따로 있다. 이름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 믿음의 근거로 사용할 만한 게, 졸업까지 미뤄가며 일자리 구하기에 여념 없는 이들에게 취업 전망은 앞으로도 계속 NG(No Good)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 실업의 문제를 부정하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당장 통계청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몇 개 안되는 숫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대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 3.1%의 두 배가 넘는 6.6%이고, 그 중에서도 20-24세 실업률은 무려 8.2%에 달한다.



여기에 NG를 외치며 졸업을 미뤄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취급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질 실업률은 치솟을게 뻔하다. 게다가 올해 계속 늘고 있는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하면 계산은 만만치 않다.
무서운 것은 20대 실업률, 비경제활동인구수, 구직단념자수가 증가일로에 있다는 것이고, 기업은 연이은 휴업사태와 감원으로 일하고 싶지만 놀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실업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정부는 실업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청년실업을 비롯한 전반적 실업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배태한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위기가 언제 극복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졸업하지 못하는 와중에 이 사회 역시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나 졸업하는 것을 미루는 중이다.

구조조정이 실업의 해결책이라는 몰상식

물론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바쁘게 제출하고 있다. 12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포함한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했다. 5만 명을 취직시켜주겠다고는 하는데 보조인력, 인턴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를 가지고 5만 일자리 만들겠다고 큰소리 칠만한 빵빵한 배경이 되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안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구조조정만 한다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도 그 잘난 구조조정만 제대로 해낸다면 회생시켜주겠다고 호언장담 한다.

그리고 우린 이미 이 구조조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구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 노동의 증가, 대량감원이 여태까지 우리가 경험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이름 아니었는가? 결국 비정규 노동을 늘려 통계상의 실업률 좀 낮춰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렇게 비정규 노동을 착취해 기업이 잘 나가게 되면 경제가 살아나 일자리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이야기다.

정말 이거 왜 이러는가? 아마추어같이. 현재의 경제위기는 2000년대 초 미국 IT산업 붕괴로 상징되는 세계 자본주의의 침체 경향을 극복한다며, 공공부문 민영화, 가계부채 남발, 비정규직 확산 등 조치를 취해 노동자 서민의 삶이 파탄난 채 상대적 과잉생산이 지속되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서민을 끝간데까지 몰아붙인 채, 비실대는 산업부문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민영화하면 과잉생산으로 인한 또 한번의 경제위기만 불러올 것이다.



공공부문 확대만이 살길이다

청년실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해결되리라는 믿음은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는 이들조차 코웃음 칠 허구이다.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는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청년실업의 해결이 아니라 늘어나는 비정규직 일자리와 강화된 노동착취로 자본의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웃긴 것은 이렇게 해서 자본의 숨통이라도 열릴지는 그들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공공부문의 축소가 아니라 확대를 통해 국가가 실업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실제로 살아날 전망이 어두운 자동차업계와 건설업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돈을 생각하면 국유화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국유화를 하면 적어도 국가가 책임지는 안정된 일자리는 생길 것 아닌가. 기껏해야 단발성 비정규직 일자리나 만들어 낼 4대강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된다면, 그 지극정성을 본격적인 공공부문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들이는 게 상식적이다.

또한 노동자 서민의 삶이 파탄난 현재 이 사회에는 교육, 의료 등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영역의 절대적 양도 너무나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것에 접근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병원비와 학비는 점점 비싸지는데 병원 직원과 교사는 정원수를 줄이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국가는 의료민영화, 학교자율화같은 시대착오에서 벗어나 공공 의료/교육을 확대해서 노동자 서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을 지키는 한편 안정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야만 한다.

공공부문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당한 상식만이 노동자 서민의 삶을 흔드는 청년실업의 위기에 대한 유력한 대안이라는 것을 우리의 하나된 요구로 모아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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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 청년실업 , NG족 , 공공부문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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