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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위한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의 투쟁

대안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

얼마 전 법원은 쌍용자동차의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000억 원 크다고 발표를 했는데, 2600명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등 기존의 구조조정 계획들이 실현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쌍용자동차의 회생에 무게를 둔 것 같지만, 사실은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협박이었다.

법원은 쌍용자동차가 어려워진 이유로 SUV판매 감소,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부진, 환율급등을 주요원인으로 지적했다. 그 어디에도 노동자들이 고통을 전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오로지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국가가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면 된다. 먹튀자본으로 판명된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을 팔아넘긴 정부가 책임지고,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면 된다.

쌍용자동차는 디젤엔진, 개발 중인 디젤하이브리드 기술 등에서 상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가 부진한 값비싼 SUV차량의 판매에만 집착하지 말고, 쌍용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차량 등을 개발하고 공급하겠다는 방향전환을 한다면, 굳이 노동자를 자를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자동차 생산은 과잉이 되어있다. 이윤을 위한 무한경쟁의 논리,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우리가 벗어나지 않는다면, 설사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쌍용자동차가 회생하더라도 제2, 제3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하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1970년대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노동자의 고용도 보장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물건을 만들었던 사례가 존재한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투쟁으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의 투쟁 사례

1970년대 영국의 루카스항공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제공하는 전투기와 미사일 시스템과 일부 의약제품을 생산하는, 그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항공회사들 중 하나였다.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항공산업을 육성한다는 영국정부의 뒷받침을 통해, 루카스항공은 여러 관련 회사를 인수합병하였고, 15개 공장에 걸쳐 약 18,000명의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는 거대 회사로 성장했다.

자본의 관심사는 이러한 인수합병 과정에서 20%의 인원을 축소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윤을 이윤율이 높은 군수상품생산 비율을 높여나가는 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영국정부와 루카스항공 자본은 합리화계획이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려고 했다.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투쟁을 진행해 나간다. 15개의 공장으로 노동자들이 나누어져 있는 상황에서, 숙련공과 반숙련공으로 노동자들이 분할된 상황에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었다. 일부 공장에서 승리, 일부 노동자들의 승리는 있었지만, 이는 다른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은 영국 도처에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고 숙련공, 반숙련공 또한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나갔다. 이를 통해 루카스항공은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투쟁에서 승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루카스항공의 노동자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노조관료와 노동당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은 2년의 기간 동안 협동계획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기 시작했다.

협동계획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발전되기 시작했다. 생산력과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데 왜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되는지,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빈곤층이 왜 그렇게 많이 있는지, 자동화가 되면 될수록 노동자들은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왜 더 고달파지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루카스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산품이 팔리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용한 상품을 만들 권리’를 주장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유용한 상품’을 스스로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기본 개념도 이들 노동자들로부터 나왔고,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지원도 이끌어 내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획들이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직접 공장을 운영하자!

현재 쌍용자동차뿐만 아니라 GM대우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노동자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고용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고통전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유화와 노동자통제를 실시해야 한다.

국유화는 지금 국가에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비정규직화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결국은 또 다른 자본에 매각하는 계획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이다. 노동자 통제는 이윤을 위한 생산이 가져온 파멸에 대한 자본의 책임을 묻고 노동자들이 직접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또다시 위기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루카스항공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이 볼트만 조이는 기계부품으로 전락하여 노동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산의 주체로 나가는 해방투쟁이었던 것이다.

자본과 언론은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엄청나게 퍼부어대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노조를 무력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자본의 양보논리를 우리가 받아들이면, 몇몇 노동자들이 일시적인 해고에서는 극복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가 죽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과감하게 노동자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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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통제 , 쌍용차 , 자주관리 , 사회적필요 , 루카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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