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47호]이란 혁명의 후예들, 거리로!

이란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 사태는 강경진압으로 잠잠해졌다가, 테헤란대 유혈사태 10주년을 맞은 지난 9일에 수천 명의 시민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번 이란 선거의 공식집계 결과는 아마디네자드가 63%, 무사비가 34%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가 진정으로 부정선거였는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좌파 내부에는 이란 시위를 민중항쟁으로 규정하고 지지하는 입장과 중-상류 계층에 기반을 둔 일부 젊은이들의 저항이 이란 민중을 대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체제에 도전하는 자들

79년 혁명에 의해 타도됐던 팔레비 독재정권은 제국주의와 강고히 결합하여 석유 수출로 쌓은 부를 무기 구입, 궁전 건축, 종속적인 경제개발 계획에 탕진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확대시켰었다. 이러한 팔레비 체제의 본질적 속성 때문에 반독재투쟁은 곧바로 반미,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투쟁의 중심에는 1941년에 결성된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공산당인 투데당이 있었다. 이들은 호메이니를 지지하여 파업을 조직하고 운동을 급속히 확대시켜 79년 혁명을 성공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호메이니 체제는 좌파세력을 ‘이슬람 혁명의 적’으로 규정하고 전면적 탄압을 가했다.

혁명 이후 30년이 흘렀고 25세 이하의 연령층은 미국과 손을 잡고 온갖 더러운 짓을 했던 팔레비 정권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들은 서구문화에 매력을 느끼며 사회변화를 원하고 있다. 특히 민병대가 남녀가 손을 잡고 걷거나 히잡을 하지 않은 여성을 공격하는 것을 아마디네자드가 지지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해왔다.

그러나 시위대가 친미성향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이란이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지지하고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지하는 무사비는 전혀 좌파가 지지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하메네이 정권의 총리를 지냈던 시절에 수천 명의 좌파를 투옥하고 살해했던 심각한 전력이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그는 ‘개혁파’의 이미지로 돌아와서는 미국과의 긴장 관계 해소와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복지정책의 축소를 공언했다.

79년 혁명에서 총파업으로 팔레비를 몰아냈던 이란의 노동자계급은, 그러나 현재 무사비를 지지하는 시위대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무사비도 아마디네자드·하메네이도 아니다!

한편 아마디네자드는 빈민들에게 온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집권시절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실업, 인플레이션, 주택, 생활수준 전반이 악화되었다. 3개월에 한 번씩 노동자를 해고하고 재계약하는 관행을 허용하는 그가 민중적인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2007년에 50억 달러에 달하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 집고 넘어갈 것은 그가 독재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란의 독특한 이슬람 공화국 신정체제 하에서 행정부 대통령의 권한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실권은 12명의 이슬람 성직자들로 구성된 ‘혁명수호위원회’가 선출한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위대는 바로 이 혁명수호위원회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테헤란의 밤이 어두워지면 곳곳의 지붕 위에서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함성이 들리고 바시지 민병대는 구호가 들리는 집을 향해 허공에 대고 총을 쏜다. 대중은 아마디네자드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점점 분노의 손가락은 하메네이를 향하고 있다. 이미 이란 지배질서 내에서도 심대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고 하메네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향해, 우리는 이란 민중과 달팽이처럼 더디더라도 함께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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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 무사비 , 아마디네자드 , 하메네이 , 호메이니 , 이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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