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노약자는 피해야할 수구반동언론
감히 말하건대 이들은 ‘보수 언론’이라고 조차 부를 수 없는 ‘수구 반동 언론’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철저한 무시, 해묵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색깔 공세, 언론의 자유가 아닌 언론사 소유주만의 자유를 공공연히 부르짖는 파렴치함, 특정 정당의 정권 창출의 이데올로그 역할, 극우적 민족주의를 목 놓아 주장하다가도 미국의 그림자만 슬쩍 비치면 고스란히 드러나는 친미 반민족 성향 등은 합법칙적인 역사발전의 원리로 보면 철저한 수구이고 반동이다.
그 조선·중앙·동아·문화 등이 이번에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로 몰려와서는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때려잡으라고 선동하며 목청을 높였다. 인권 외면, 색깔공세, 왜곡 선동, 친미성향 등 자신들의 수구 반동성을 이번 한 사건으로 여실히 집약시켰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부분의 상세한 소개는 굳이 늘어놓지 않겠다. 문제는 그를 바라보는 수구 언론의 시각이다. 조선일보 하나만 놓고도 책 한 권을 충분히 쓸 정도로 악행은 분명하다. 업무적 스트레스가 많거나, 최근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 혹은 심신이 허약한 임산부, 노약자 등은 이 글조차 안 보시는 게 나을 것임을 먼저 말씀드린다. 조선일보를 절대 안 봐야 하는 것임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5월 4일 대추리에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제2의 광주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경찰의 진압은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으며, 인권침해는 거침없이 무수하게 자행됐다. 수없이 많은 기자들의 눈이 쏠려있었으나 이를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이날의 행정대집행은 사회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구 반동 언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이른바 ‘대안 언론’들의 여론 파급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점 역시 그들의 자신감과 박력 넘치는 폭력진압을 가능케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일찌감치 그 기조는 확인되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6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의 대추분교 법인 인도 강제저지 이후 사실 관계 보도를 뛰어넘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이념적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초순부터 최근까지 두 달 동안 사설 10건 등 40건을 실었다. 르포, 사설, 스트레이트 등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을 모두 취했지만 그 방향과 내용, 그들이 목표하는 바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됐다.
평택 시위, 반미 색깔 씌우기에 골몰
포문은 ‘외부인 정치투쟁장 돼버린 평택 미군기지터’(3월 13일자 35면)가 열었다. “범대위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는… 시위현장마다 나타나는 사람… 작년 2월엔 아예 대추리로 주민등록을 옮겨와 주민들을 반미투사로 만드느라 열심”이라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범대위에는 민주노총, 통일연대, 민변, 전농, 한총련 등 이름깨나 있다는 단체는 다 끼어있다… 크게 한 판 붙을 핑계가 없을까 찾다 대추리로 들어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왜 모여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즉 가치 판단의 기초 자료가 되는 기본적 사실 관계를 교묘하게 왜곡하면서 이념 공세의 몸 풀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대추리 주민들과 범대위에 ‘반미의 색깔 덧칠하기’였다. ‘반미의 메카된 평택 대추리’(4월 8일자 31면), ‘평택 반미 방관하는 경찰은 누구의 눈치를 보는가.’(4월 15일자 31면), ‘평택 해결은 주민과 반미꾼 분리에서부터’(5월 4일자 35면), ‘평택 반미축제, 넘어서는 안 될 선 넘었다.’(5월 8일자 35면) 등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빤한 얘기들을 사설을 통해 구구절절 일정한 주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강변했다.
그런데 14일 집회가 많은 시민들의 참가 속에서 큰 충돌 없이 무사히 마쳐지자 그들은 곧바로 비분강개를 참지 못했다. 자신들의 논리가 생각만큼 잘 먹히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반미 좌파 세력의 평택 속셈 국민은 바로 봐야’(5월 15일자 31면)라는 사설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언급한 ‘주민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라는 표현까지 들먹이며 비판했다. 그러나 한 총리 역시 사실상 자신들의 논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사실 관계 비틀기로 범대위와 시민들 갈라놓기
물론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는 중간 중간 대한민국 최대 신문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만큼의 기술적 세련됨도 빠트리지 않았다.
‘평택 기지, 주한미군 허브로 개발-청사진 첫 공개‘(4월 12일자 10면)의 기사에서는 한 면을 털어 주한미군의 변화상을 아주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주민들의 반대 입장과 그와 관련된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음은 물론, 전 세계 미군 재배치라는 국제, 군사전략적인 측면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 방침에 따라 전략 기동군화하며 중국과 북한 등과 전쟁을 상정하는 식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얘기는 당연히 빠져있었다.
‘분할하여 통치하라(divide and rule)’는 기본에도 충실하다.
‘범대위 소속 추정되는 청년 평택 대추리 주민 차 2대 부숴’(5월 18일자 8면) 기사를 보도하며 주민과 범대위의 갈등을 특화시켰다. 멀쩡한 차량의 연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억울함, ‘민생 치안 범죄자’를 감싸고도는 범대위를 대비시켜 범대위를 파렴치한을 감싸고도는 범죄 집단으로 전락시켰다. ‘범대위, 민노, 한총련 모두 나가라-팽성지역 주민들 화났다.’(5월 11일자 8면)라는 르포 기사를 통해 대다수 선량한 팽성읍 주민들과 극소수 데모꾼들의 대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군기지 이전과 확장을 통해 절대 다수 주민들의 이익이 극대화됨에도 실제 주민들의 뜻과 달리 외부 데모꾼들이 이를 망치고 있음을 애써 강조하는 한편,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추리 주민들을 팽성읍-특히 도두리- 주민들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복안의 발현이다.
조선일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 뿐 아니다. 교묘한 사실 관계의 자의적 기준을 적용하는 노력의 가상함까지 선보였다. 5월 17일자 ‘2002년 여중생 범대위 참가단체 63%가 평택범대위 참가’라는 기사를 큼지막하게 선보였다. 52개 참가 단체 중 33개 단체가 동일한 단체이며, 주도하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이고, 내세우는 주장과 시위 방식 역시 비슷하다는 점을 그래픽까지 동원해가며 침을 튀기고 있다. 목표는 반미세력으로 규정지으며 국민들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절정은 다음날 사설이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에 대해 자기들이 기사 써놓고, 자기들이 사설 쓰면서 ‘뒤늦게 밝혀졌다.’고 게거품을 물고 흥분하는 증세가 다시 재현된 것이다. 사실은 자신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너무도 당연한 내용 아닌가. 이를 놓고 웬만해서는 보기 드문 원고지 12장짜리 통단 사설을 썼다. 제목은 아주 근사하다. ‘평택 범대위가 꿈꾸는 나라는 무엇인가.’
하지만 결론은 대단히 천박하다. 지난 50년 동안 늘상 들어왔던 고장 난-그러나 씩씩한 녹음기 돌아가듯 되풀이 되던 하나의 이야기다. 애써 줄여 정리해보면, 국군이 주민들에게 공격당하는 상황인데,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여당 국회의원도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얘기다. ‘김정일의 안위만 걱정하는’ 평택 범대위는 몸만 대한민국 영토에 있을 뿐 마음속의 조국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푸닥거리까지 하는 모습이다. 분노가 느껴지다가도 ‘얼마나 절박했으면….’하는 생각에 이르면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다.
폭력진압 부추기는 또 다른 수구언론들
동아일보는 ‘군, 두들겨 맞더라도 민간인과 맞대응 말라’(5월 5일자)는 기사를 통해 정부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비판했다. 또한 ‘군과 검, 경 국기 수호의 시험대에 섰다.’(5월 8일자)는 사설을 통해 “반국가 범죄에 대한 응징은 국가 조직이 마땅히 할 일”이라면서 강경 진압을 선동했다. 대추분교 건물 내부 곳곳에 흘러넘쳤던 핏물은 그들 시야에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다.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땅 부자들이 평택에서 시위하고 있다.”, “민간인에게 군형법을 적용,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둥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잇따른 비상식적이고 인권침해적이며 위법적인 발언에 대해서 수구언론 중 어떤 언론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며 단순 전달 보도 또는 확대 해석하는 모습뿐이었다.
여타 경향, 한국, 서울 등 신문들은 평택 주한미군 기지 확대이전과 관련해서 적극적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면 보수언론으로서 정체성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어차피 한미동맹 문제, 정부의 옳지 않은 시책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의 관점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그리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시하는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마감 후기
회사 사무실에 앉아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째깍 째깍 돌아가는 원고 마감 시계 소리의 압박을 느끼는 이 시간에 MBC 9시뉴스에서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5개 정부부처 장관들이 한미FTA 반대 미국 원정 시위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농민들의 홍콩 시위 보도가 떠오른다. 사실 관계를 단순 전달한다면 앵무새이거나 그저 ‘관변언론’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나마 보도 말미에 박석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항변 멘트를 담으며 최소한의 균형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더 얄밉고 가소롭기까지 하다.
조선일보를 분석하면 할수록 마음속의 우울함이 더욱 커지고 속도 막 울렁거린다. 왜 수구 반동, 반평화, 반통일 신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일까. 왜 이들이 내세우는 아젠다를 놓고 우리는 안티테제 활동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거듭 생각해도 언론을 바꿔야 세상이 바뀔 것 같다.
이제는 조선일보의 질문에 답해야할 것 같다. 평택 범대위가,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바로 ‘조선일보 없는 나라’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