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두 번의 구속과 석방 뒤에

다시 큰 집에 잠깐 다녀왔다. 남들은 한 번도 어려운데 두 번씩이나 구속되고,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인권활동가들의 열렬한 환영과 다른 단체 사람들의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다.


이번의 구속은 지난 7월 5일부터 4박5일간 예정으로 진행된 ‘평화야, 걷자’ 285리 평화행진 끝 무렵의 평택경찰서 항의방문과 관련되어서였다. 평화행진은 청와대를 출발하여 사당, 과천을 지나 안양, 수원, 오산을 거쳐서 7월 8일 평택에 들어섰고, 이때까지 내노라하는 단체 소속도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평택 미군기지 문제와 한미 FTA 협상의 문제를 알리는 평화의 발걸음을 순탄하게 이어갔다. 그렇지만 평택에서 촛불문화제를 치룬 뒤 대추리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각목 등으로 무장한 팽성 상인들의 폭력이 우리의 행진을 막았고,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은 원정 3거리에서 경찰에 의해 길이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새벽에 행진단은 평택경찰서에 항의하러 가게 된 것이고, 거기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경찰서 안 침입 상황을 빌미로 경찰은 해산하는 행진단원들을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연행하였다.


우리가 평화행진을 진행하고, 내가 구속되어 있던 그 무렵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한미 FTA 투쟁이 서울에서 세차게 붙었고, 태풍과 장마로 인한 비피해가 전국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대규모 연행과 구속, 그리고 경찰의 폭력에 의해 다시 한 노동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는 심각한 상황을 낳은 채 여론의 몰매를 맞고 포항제철건설노조가 본사 농성을 풀어야 했다. 정치적으로도 반환받는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치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 폭로되고, 노대통령은 한미 FTA 선결 4대 과제를 시인하기도 했다.


모든 상황은 암담한 반인권의 구조화, 반평화의 대결구도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만큼 인권운동이 대응해야 하는 일들도 많아진다.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혼자의 몸으로 지금도 너무 많은 일에 허덕이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인권운동의 확산, 역량의 강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호에서는 헌법재판소를 진단해 보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의 본질은 무엇인지, 헌법재판관이 대대적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인권운동은 어찌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자 했다. 하지만 솔직히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실감한다. 문제의식을 첨예화하지 못하고, 비슷비슷한 주장으로 끝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아무튼 인권운동계에서 헌법재판소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에 같이 생각해볼 거리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점으로 위안 삼는다. 구속되어 있느라 <사람> 만드는 과정에 뒤늦게야 결합해서 편집부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기사검색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웹진을 감옥에 가 있는 동안에 개통하게 되었다. 이로서 지난 호들에 실렸던 글들을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이와 같이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사람>이 인권운동에 기여하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날을 위해 보다 신경 쓰겠다는 말로 저의 석방을 위해 애써주신 인권활동가를 비롯한 여러분께 석방 인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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