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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도급에 의한 장시간 노동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어 임금은 고정되지 않고 임금을 조금 더 주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공정별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별 팀을 구성하여 이동한다. 대체로 하나의 공정이 길어야 1년이고, 대부분 3개월 정도에 마무리된다. 이렇게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 정도의 고용구조이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전문업체가 사용자일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전문업체와 상관없이 자신보다 나은 기능을 가지고 일자리를 확보해오는 팀장 혹은 오야지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므로 사용자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바뀌는 것에 대하여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노동부는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 들어가는 순간 전문업체와 원청인 일반건설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 현실임에도, 팀장 혹은 오야지들이 건설노동자의 사용자라고 하고 노동조합은 팀장과 단체협약을 맺으라고 주장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의 하도급을 엄격히 규제해 왔다. 법적으로는 발주처-시공사-전문업체까지만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전문업체가 시공참여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예외 없이 시공참여자에게 하도급을 주고 있다. 정부는 시공참여자제도를 2008년에 폐지하겠다고 한다.
시공참여자까지만 하도급이 내려가도 건설노동자들은 힘들지 않을 것이다. 발주처에서 시공참여자에게 내려 올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형된 불법 하도급이 숨어 있다. 시공사에서 현장이 개설되면 “실행예산” 범위에서 공사를 하도록 회사의 이윤을 미리 떼서 현장소장에게 사실상의 도급을 주고, 마찬가지로 전문업체도 임시직 현장소장을 고용하면서 “실행예산” 만큼에서 현장소장도 임금을 가져가라고 하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하도급을 준다. 그리고 전문업체에 등재되지 않은 이사가 원청으로부터 전문업체 이름과 면허를 빌려서 공사를 따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불법 하도급도 판을 친다. 이런 방식으로 중간에 끼어들어오는 하도급 관계까지 포함하면, 최고 7~8단계까지 하도급이 행해진다.
결국 마지막에 도급을 받는 사람은 팀장이고(직종에 따라서 개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급이 물량도급이므로 팀장은 되도록 적은 인원을 투입해서 빨리 작업을 마쳐야만 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지만 공기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야간작업에 밤샘작업까지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건설노동을 둘러싼 숱한 문제점들
또한 이주노동자(동포) 문제가 있다.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와 2003년 고용허가제 등으로 건설현장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사실상 2000년경부터 수도권의 아파트 골조직종에 중국동포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정부통계는 약 7만 명 정도라지만 건설연맹은 최소한 20만 명 정도의 중국동포가 유입되었다고 본다. 이주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 많이 들어온 이유는 진입장벽이 없고 타 산업보다 하루 일당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국인들의 신규인력 투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것은 현장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현장에서 내국인들을 찾기 어렵게 된 데다 내국인 팀장은 이주노동자를 투입해야만 최소한의 임금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불가피하게 이주노동자들을 선호한다.
그리고 건설노동자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는 원청이 가입해야 되고 예외적으로만 하도급 업체에게 가입관리 책임을 넘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법적인 허점을 악용해서 최근에는 시공참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있다. 원청이 하청에게 하도급을 줄 때 하도급 금액에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해서 넘기는 행태부터 하청업체도 이것을 시공참여자에게 넘기는 현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사회보험료 별도 정산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법의 헛점을 최대한 악용하는 원청
유보임금(쓰메끼리)과 포괄임금제의 문제도 건설노동자를 힘들게 한다. 임금은 전액 현금으로 정기적으로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당월에 일한 임금을 당월에 받지 못하고, 다음 달에 임금을 받게 된다. 다음 달 말일이나 그 다음 달 초순경에 임금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을 유보임금이라고 한다.
그리고 포괄임금제는 일정액을 퇴직금으로 하고 나머지 일정액도 각종 수당으로 처리하여 지급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1년이 지난 다음에 퇴직금 발생요건이 되었을 경우 지급하는 것인데 이것을 미리 일당에 포함해서 지급하는 것은 전문건설업체들이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 소송을 막기 위한 사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일당은 그야말로 기본급이어야 한다. 그래서 6월에 있었던 대구파업에서 8시간 노동제 쟁취를 통해 초과근로수당이 생기면서 포괄임금제의 일부를 없애버린 쾌거를 이뤘다.
끝으로 잦은 산재사고와 그 은폐의 문제도 심각하다. 도급팀에게 최후에 물량도급을 주면서 마지막에 도급을 받은 노동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생활임금을 가져가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한다. 이 때문에 잦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이렇게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하여 전문업체는 대부분 은폐한다. 원청에게 산재처리를 요구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투쟁이냐 죽음이냐로 내몰리는 건설노동자
IMF 이후 임금은 절반이하로 삭감되었고 조금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10년 동안 임금은 사실상 오르지 않았다. 반면에 아파트 분양가와 물가는 몇 배나 올랐으니 실질임금은 하락된 것이다. 특히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최저가로 최후도급이 이어지면서 도급을 받은 팀과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 정도에 해당하는 임금을 가져간다.
노동자들은 사실상 도급을 원하지 않는다. 전문업체가 일정한 월평균 노동일수를 보장해주어 생활임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면 누가 도급을 받으려고 할 것인가? 하지만 전문업체는 도급을 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는다. 사실상 강제로 도급을 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도급을 주면 적은 금액으로 빨리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직접고용해서 작업을 시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문제를 가중시키는 것은 원청사용자성과 건설노조 탄압이다. 시공참여자제도를 악용해서 현장관리자에 불과한 팀장과 오야지에게 사용자성을 덮어씌우는 전문업체와 자신들은 관리만 할 뿐이라고 발을 빼고 있는 원청의 오만함은 건설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현장에서 중간관리자에 해당하는 팀장에게 모든 책임과 사용자성을 떠넘기는 것과 이를 이용해서 도급단가를 후려치는 행위는 노동자들에게 죽음을 택하거나 투쟁을 택하거나를 선택하게 한다.
건설 노동자의 투쟁 과제
먼저 투쟁을 통한 집단적 조직화가 필요하다. 건설노동자들은 모든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가 사용자이기 때문에 고정된 사용자가 없다. 사용자들을 명확히 해서 적정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과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8시간 노동을 쟁취해야 한다. 2002년 여수건설노조를 시작으로 매년 집단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그리고 시공참여자를 사용자로 만드는 잘못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는 2008년부터 폐지하겠다고 입법예고 하였지만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는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건설업은 수직적인 하청구조로 하청업체들은 원청에 사실상 종속되어 있다. 공정거래법 등에 의해 개선되었다지만 원청의 하청에 대한 통제력은 여전하고, 발주처도 공공발주공사가 50%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정부와 원청사용자들에게 건설노동자들은 요구해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투쟁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합원 우선고용권(노무공급권) 쟁취를 들 수 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는 생존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특히 건설노동자들은 실업과 취업을 지속적으로 반복되므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조합원들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업체들 간에 배포되면서 조합원의 취업 자체가 막히기도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우선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우선 고용권을 쟁취하여야 한다. 플랜트노조는 이것을 투쟁으로 쟁취하였다.
마지막 과제는 현장별, 직종별, 지역별 조직 관리 체계와 단일노조 건설이다. 잦은 이동성과 현장의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교섭의 체계와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현장별, 직종별, 지역별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고정된 현장이 아니라 수시로 바뀌는 현장에서 기본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조직 건설과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조직관리체계가 또한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과 업종을 넘는 단일노조를 위해 곧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내년에 단일노조를 건설할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