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 - 지난 11월 22일 전국에서 진행된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정부 담화문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경찰 추산으로 그날 전국에서 7만 명 넘는 민중들이 투쟁에 나섰고, 이들은 도청이나 시청과 같은 관청들을 습격했습니다. 그런 뒤에 가뭄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수구언론들은 총궐기 상황을 매우 선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관청을 습격하고, 불태우고, 각목으로 경찰을 패는 장면들만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정부와 경찰의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이 너무 유약하다고 몰아세웁니다. 단호하게 엄단을 요구하는 언론들의 논조 어디에도 왜 민중들이 그날 과격한 시위를 전개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터넷 신문은 언론보도가 더 과격했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헌법 제21조는 분명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22일의 과격시위를 빌미로 정부는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를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갖는 위헌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다시 민중총궐기에 나설 민중들을 협박합니다.


올해 민중들은 생존권을 박탈하는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나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 그리고 노사관계 로드맵 같은 노동정책, 빈곤층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는 이런 민중들의 요구는 철저하게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집회.시위에 경찰을 동원해 폭력으로 짓밟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나라당이나 수구언론들은 이 대목에만 이르면 정부를 몰아세워서 더욱 강한 탄압을 자행하라고 주문해왔습니다.


정부나 이런 수구언론들의 태도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와 같은 헌법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은 교통체증이나 유발하는 하찮은 자유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시법으로, 경찰로 억압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집회.시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런 정부는 독재정권이 아닌가요? 이제 민중들의 총궐기가 형식적인 투쟁이 아닌 민중들의 항쟁으로 발전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민중들이 사람으로 살기 위한 절실한 투쟁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인권운동의 연대 상황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인권운동의 주체들은 열심히 연대활동에 나서고 있음에도 지금의 연대는 혹여 연대에 나서는 주체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하거나 전망을 어둡게 하고는 있지 않은지 짚어보았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얘기라서 제대로 분석이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인권운동에서 연대운동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슈에서는 설립 5주년을 맞아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근에 일어났던 위원장 사퇴 건에 대해 추적해보았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개혁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일심회 사건의 피해자가 쓴 내 목소리와 이계수 교수가 쓴 군 인권옴부즈맨 제도에 대한 글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의 인권운동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 겨울 초, 이처럼 인권운동의 연대를 고민하면서 민중총궐기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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