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서양음악의 역사에도 청력을 잃었던 음악가들이 몇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단연코 이 사람.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고 말이다. 사실 장르를 막론하고 연말에는 정말 크고 작은 공연들이 많은데 특히 클래식 공연에서는 12월이면 빠지지 않은 레퍼토리가 있으니 그 곡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일명 <합창 교향곡>이다. 이 곡에 대해 아직 감이 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음악 교과서에 등장했던 노래 “환희의 송가”를 떠올리면 된다. 이 노래가 합창 부분으로 들어있는 관현악곡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다.
“.... 찬란한 환희의 빛 속으로 엄한 관습으로 갈라진 우리는 당신의 마력으로 화합합니다.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 아래 고통 받는 인류는 모두 한 형제가 됩니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는 이미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뒤였다. 청력을 서서히 잃어가던 무렵 적잖이 방황하며 한 때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던 그였지만 베토벤은 자신을 이 시련으로부터 건져 올렸고 음악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이 곡을 작곡하면서는 어느덧 개인적 욕망을 넘어서 승리와 환희, 인류애를 노래하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베토벤은 많은 사람들이 이 교향곡이 갖는 의미를 더 잘 알도록 하기 위해 가사를 채택한 것이었고 선율 역시 쉽게 만들어 따로 노래 불려 지도록 배려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그 후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매년 12월이면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무대에 올리며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한다. 비록 그 끝이 멀게 느껴질지언정 올해도 어김없이 환희의 송가가 반가운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