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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단적인 예로 들 수가 있다. 물론 동시대의 지식인들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탓도 있겠지만, 국제연합이 캄보디아에 들어서고, 그 뒤 각종 국제인권단체들도 상주하여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물가상승으로 지역경제가 허물어졌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민사회를 이끌어 나아가야 할 젊은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 보다는 국제연합이나 각종 국제인권단체들 혹은 해외의 인권단체들의 활동에만 매몰됨으로서 실질적으로 국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사안임에도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지 못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권운동은 어떤 자세와 입장을 가지고 있나
물론 외부의 압력이 국내 인권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연대는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고민되고 수단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지 국제연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며 그 실효성에 있어서도 상당히 회의적이다.
모든 인권단체를 조사하거나 접하고 내린 결론은 아니지만 국제연대 활동은 아직 한국에서 발전 중인 것 같다. 국제연대 활동을 하는 한국의 인권운동단체들의 수는 한국의 사안에 단순 대비해 보았을 때 그다지 많지는 않다. 언어 또한 국제연대 활동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물론 언어로 인해 국제연대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권운동의 국제연대는 어떠한가? 몇몇 단체들이 각 단체의 사안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혹은 그 개별적 사안을 제안하여 연대하는 방식으로 국제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전자는 다른 단체와의 사안 공유가 어렵고 후자는 공유는 하더라도 심도 깊은 연대가 어려우며 그 후속활동도 그 제안단체의 활동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단순히 이름을 같이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상이지만 한국인권운동의 국제연대의 현 주소는 국내 사안을 가지고 국외 단체들과 연대하는 단계에서 국외 사안을 국내 활동으로 소화해 가는 단계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의미는 국내에 인권침해 및 국제적으로 이슈화할 사안들도 상존해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감소해가고 있으며(물론 이주노동자의 사안처럼 그 중요성이 증가해가는 것도 있다) 국내문제보다는 국외문제에 관심을 갖는 활동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아닌지
어느 사안에 초점을 두느냐에 달려있겠지만, 아직까지 인권운동진영에 국제연대는 필요한 것 같다. 한국의 상황이 더 개선되면 물론 국외문제에 관심을 갖는 활동가가 더 늘어날 것이며 그에 대한 국제연대 활동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사안에 대한 국제연대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 사안에 대한 국제연대 활동은 더 발전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UN의 각종 특별절차 이용 및 유사사안에 대해 다른 단체들과 협력사업을 할 수 있는 국내 사안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문제는 그러한 이용절차 등과 그 내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 상시적으로 접하는 구조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인권활동가들의 부족으로 인하여 적은 수의 인권활동가들이 너무 많은 현안을 다루고 있어 필요시에만 이용하고 이후 후속활동에 대한 논의의 부재로 인하여 그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 점, 마지막으로 그러한 활동가를 키워낼 구조가 전혀 없다는 현실 또한 극복해야 할 사안들이다.
국제연대도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외 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한 결과로 한국에서는 동 사안이 해결되었다면 이후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한 단체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도록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해 다른 국외 단체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 또한 있었다.
국외 단체들과 연대를 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신뢰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국외 단체들과 얼마나 많은 접촉이 있는지, 국외 단체의 활동 및 주요 사안에 대해 한국의 인권운동 단체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연대활동을 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한 그러한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인권단체들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급박한 현안에 대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러한 활동가 양성을 하지 않는다면 국제연대의 활동뿐 아니라 국내 인권활동 또한 그 앞날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권피해자나 약자는 자신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정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활동가의 부족과 현안의 시급성으로 인하여 이를 외부에 알리는 구조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어 나갈 것인가?
이제는 직면한 현안만을 해결하기 위한 급급한 회의 및 대화가 아닌 장기적인 전략을 포함한 전반적이고 총체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