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이 배달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달 월간 <사람>이 배달되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겠지요. 사실 이런 소식은 많이 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히 좋지 않은 소식들로 가득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또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잡지를 펴보고 있습니다.
고생이 참 많습니다.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을 텐데, 이렇게 뚜벅뚜벅 걸으며 잡지를 펴내는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비판적 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차 좋아지는 것들도 많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전제로 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봅니다. 저는 ‘논의’ ‘토론’과 같은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식인’이란 사람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읽다 보면 그런 ‘논의’와 ‘토론’, ‘지식인의 진단’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 글을 보면 늘 똑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글들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독자라면 그 ‘정당성’과 ‘인권의 정의’를 모를 사람이 없겠지요. 그런 원칙적인 글보다는 좀더 ‘현장성’이 강한 글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터뷰’ 꼭지를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인생과 우리의 역사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듣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식인의 백 마디 말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감정을 전달해줍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깨우쳐주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진단’보다는 좀더 ‘현실’과 ‘현장’을 취재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연재꼭지가 하나 더 있으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대한민국 인권사’ 같은 것. 우리의 역사에는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국가 권력에 의해 목숨과 정신과 재산을 잃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 역사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서 오늘과 내일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또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못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아보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비판적으로만 포장하면 안 됩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곧 ‘한숨’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들의 ‘인생’과 ‘웃음’에도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었으면 합니다. 분명 어제보다 좋아진 게 있을 테고, 오늘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저는 <사람>에 ‘사람’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재영(서울 은평구 불광동)
평범한 사람이 보기 쉽지 않다는 선입견을 넘어
언젠가 자원활동을 나가는 단체로 오는 책이 하나 더 생겼다. <사람>, 대충 넘겨보니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는 쉬운 책은 아닌 것 같은 분위기였다. 빽빽한 글씨와 범상치 않은 머리글에… 좀 더 내가 준비가 된 다음에 보자하며 미뤄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장님과 출판사 다니는 후배가 <사람>이란 책이 여태껏 나온 인권 관련 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아 그 대화에 낄 수 는 없었지만 이런 검증이 있는 책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들고 집에 가서 정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선입견과 달리 빽빽한 글씨는 읽을수록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내 나침판이 여기 있었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어제 본고사의 수학문제를 지적한 교수가 재임용에 탈락하여,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복직을 시도하였지만 결국 또 패소하고 법관을 석궁으로 쏘았다. 아직도 이 나라의 법은 억울한 사람편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인데 뉴스에서는 그 교수의 억울함을 이야기하지 않고 형식상 문제가 없는 재임용 탈락과 법관을 향해 석궁을 쏜 것이 살인미수라고 떠들어 댄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
뉴스에서는 문제의 본질을 더 이상 이야기해 주지 않고 우리의 판단력을 다른 쪽으로만 끌고 간다. 그러기에 다시 한 번 ‘사람’이 가야할 길을 독자로서 희망한다. 그 어떤 권리에도 우선하는 천부적인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 주변에는 그것을 이야기해 주는 그 무엇이 꼭 있어야 함을….
정연희(수원시 영통구 황골마을)
조금만 더 친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여러 일에 신경을 못 쓴다. 핑계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서 <사람>도 읽기 쉽지 않다.
<사람>의 좋은 점은 잘 읽히려고 거짓으로 꾸미거나 치장하지 않고 순수하고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다만 그 이야기들이 너무 진지해서 탈이다. 그리고 불친절하다. 인권과도 운동과도 무관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내용뿐만이 아니라 책 사이즈부터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왠지 부담스럽다. 글자도 참 많다. 하지만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줄이는 것, 진솔하면서도 재미있는 것,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내게 ‘사람’은 언제나 탐구 대상이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 모두 결국은 ‘인간학’이다. <사람>은 이런 나의 탐구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나같이 몇 발자국 물러서 있는 사람에게 조금만 더 친절해졌으면 좋겠다.
안원회(서울 구로동)
<사람>이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으면
<사람>은 사람들에게 ‘삶’의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답게 치장되거나, 치장되고 군더더기 붙여진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걸러지지 않은 투박한 삶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사람을 통해 들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어렵다지만, <사람>은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접근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쉽게 사람을 풀어내 주었으면 합니다.
수줍게 고백하건데 가끔 세상에 왕따 당하는 혹은 세상을 왕따 시키는 활동가로서 부족한 저를 보게 됩니다. 인권과 운동, 사람 가운데 서있지 못하고, 일에 파묻혀 있는 부끄러운 활동가에게 가끔은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절실할 때가 있지요. 그래서 <사람>이 세상과 사람을 잇는 고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사람 향기 솔솔~ 월간 <사람>. 정기구독 들어가 봅시다.~^^*
름달효정(서울시 남영동에서)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