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

영원하여서는 안 될 아름다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많은 보석들 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과 명성 그리고 최고가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는 그 인지도에 비해, 실제 그 생산 규모나 유통과정 등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결코 영원히 아름다워서는 안 될,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다이아몬드들도 있다.




다이아몬드로 인한 고통과 희생을 이야기하다


최근 유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코넬리가 출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왜 ‘분쟁 다이아몬드’를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일컫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안타깝게도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무슨 액션대작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영화는 내전이 한창이던 1999년의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전 가운데에서도 아들 디아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부 솔로몬. 어느 날 그가 살던 마을에도 무장반군이 들이닥치고, 반군들은 마을 사람들을 가차 없이 살해하거나 손목을 자르고, 마을을 불태운다. 살아남은 이들 중 일부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끌려가 강제로 다이아몬드 채굴작업에 동원된다. 솔로몬은 다행히 손목이 잘리는 위기는 모면하지만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동을 하게 되고, 우연히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솔로몬은 이 다이아몬드를 몰래 땅에 묻어 숨겨 놓는데, 다이아몬드 밀수업자인 대니를 만나 아들 디아를 구하기 위해 이 다이아몬드를 다시 찾는 모험 아닌 모험을 나서게 된다.


영화는 반군에게 끌려가 소년병으로 살아가는 아들 디아를 통해 참혹한 내전의 또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소년병으로 끌려간 디아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전투요원으로 ‘길러지게’ 된다. 아직 전쟁이 무엇인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공포 속에서, 또 살아남기 위하여, 술과 마약에 취해 반군이 시키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총을 쏘게 된다. 자아를 잃어버린 디아는 아버지 솔로몬에게도 총을 겨눈다.


이러한 참혹한 내전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가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제목을 내건 이유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내전의 참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 안에서도 반군이 다이아몬드를 채굴해서 밀수업자에게 넘기고 국경을 넘어 밀수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시에라리온 내전의 원인에는 1961년 독립이후 계속된 정치적, 사회적 요인들이-여느 아프리카 국가들처럼-존재하고 있지만(독립이후 5차례 쿠데타 발생), 1991년 이후 발생한 내전의 또 하나의 중심에는 바로 이 다이아몬드가 있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에라리온이 위치한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은 전체 다이아몬드 시장의 약 1/5을 생산해내고 있다. 무장반군들은 무기를 구입하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하여 다이아몬드가 필요했고, 자신들이 장악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지키기 위해 더욱 내전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악순환들이 이어질수록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과 삶은 더욱더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의 손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되기까지 분쟁지역에서는 그 다이아몬드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야만 했던 것이다.



피를 부추기고,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그렇다면, 이러한 인권침해 속에서 생산되고 나아가 이를 심화시키는 분쟁 다이아몬드의 양은 얼마나 될까? 분쟁 다이아몬드는 현재도 존재하는가?


분쟁 다이아몬드의 정확한 수치를 밝혀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면 전체 다이아몬드의 생산량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분쟁 다이아몬드는 많은 수가 밀수와 밀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내전이 극심하였던 90년대 다이아몬드업계측은 분쟁 다이아몬드의 양은 전 세계 거래량의 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UN의 앙골라 보고서에서만 보더라도 이는 거짓임이 드러난다. 앙골라에서 1996년과 1997년 사이 무장반군 UNITA에 의해서 생산되고 수출된 다이아몬드의 양만해도 한 해 미화 7억 달러어치이며, 이것만으로도 당시 전 세계 다이아몬드 무역양의 10%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여기에 시에라리온의 생산량을 합하면 90년대 중 후반 두 국가에서 생산된 분쟁 다이아몬드의 양만으로도 전 세계 무역량의 15%를 차지한다.


다이아몬드업계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이 줄어들고 다이아몬드 원산지 확인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현재 분쟁 다이아몬드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UN이 2006년 10월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지역에 위치한 코트디아브르의 무장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2천 3백만 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수출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다이아몬드들이 이웃 국가인 가나와 말리로 밀반입 되었고, 그 국가들에서 무 분쟁 conflict-free 다이아몬드 확인서를 부착한 채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으로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시에라리온 내전
시에라리온 내전은 1991년 포데이 산코가 이끄는 혁명연합전선 (Revolutionary United Front) 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무장항쟁을 하면서 시작되었고, 공식적 무장해제가 종료된 2002년 1월 18일까지 약 10년간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인구의 1/3이 넘는 200만 명이 피난민이 되었고, 공식통계로는 5만 명(비공식 통계로는 2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망하였다. 시에라리온 내전이 특히 악명이 높았던 것은 그 잔혹성에 있다. RUF는 민간인들이 정부에 협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손과 발을 절단하는 만행을 저지른다(영화에서 반군은 민간인의 손목을 자르며 이렇게 외친다. “No hands, no vote”). 손, 발목이 절단된 이들의 숫자만 약 4,000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집단 성폭행을 가하고, 아이들은 소년병으로 끌려갔다.



분쟁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한 노력
킴벌리 협약 Kimberley Process



90년대 극심했던 아프리카 지역의 내전, 특히 시에라리온의 사례를 보며 국제사회는 분쟁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기 위한 제도가 절실함에 공감한다. 1998년 국제적 NGO인 글로벌 위트니스 Global Witness가 처음 이와 관련한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많은 NGO들이 함께 하였다. 이에 2000년 5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도시 킴벌리에서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다이아몬드 생산 국가들과 NGO들이 모여 분쟁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한 논의를 처음 시작하게 된다. 같은 해 12월 UN 총회는 다이아몬드 원산지 인증제도를 설립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약 2년 동안의 협의 과정을 거쳐 2002년 11월 킴벌리 협약 [Kimberley Process Certification Scheme(KPCS)]을 설립하게 된다. 협약은 2003년 1월 발효되었다.


협약에는 현재 71개국(46개국과 EU, 한국도 가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가국 정부들은 가공 전 다이아몬드들의 원산지를 조사하여 그 다이아몬드들이 분쟁지역이 아닌 곳에서 생산된 것임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이러한 확인증서가 부착되지 않은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수출입을 못하도록 하고, 이러한 수출입도 킴벌리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 간에만 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개별 정부는 이러한 확인과 수출입 통제를 이행할 수 있는 국내법 절차들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협약당사국들은 매년 총회를 열어 협약국들의 수출입에 대한 분석과 통계, 협약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기타 협약 강화를 위한 기술적 문제들을 논의한다. 2006년에는 지난 3년간의 협약 이행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며, 협약의 허점들을 보완하여 더욱 실제적인 통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주요 생산국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현재의 통제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코드디아브르의 경우를 통해 언급하였듯이 킴벌리 협약이 발효한 후에도 분쟁다이아몬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많은 다이아몬드 생산국가들의 다이아몬드 생산에 대한 통제 시스템은 여전히 연약하며, 채굴이후 수출을 위해 선적된 물품들에 대해서도 통제가 빈약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2002년 평화협정이 맺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무장그룹들이 일부 지역들을 통제하고 있고,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들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정부는 이 지역들에 대한 통제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약 20%의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분쟁 다이아몬드는 주요 생산국에서의 분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테러’ 단체들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범죄, 특히 돈세탁의 방편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킴벌리 협약은 원산지 확인 이외의 수출과정과 절삭 및 연마과정에서의 통제에 있어서도 빈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국회계감사원 [United State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은 킴벌리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설립한 국내법인 Clean Diamond Trade Act의 허점들로 인해 분쟁 다이아몬드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킴벌리협약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가국들이 가공 전 다이아몬드들에 대한 무역정보를 수집 및 공유할 것, 이 다이아몬드들에 대해 검열 장치를 가져야 할 것과 수출입 증서들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다이아몬드업계 또한, 킴벌리 협약을 지지하고, 원산지 확인이 되지 않는 다이아몬드들에 대해서는 판매를 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였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한국의 경우 보석상에 가서 킴벌리 협약에 대해 아는지 한번 물어보라. 아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분쟁 자원(Conflict Resources)의 정의
“분쟁상황 안에서 체계적인 개발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천연자원들 가운데, 심각한 인권침해,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혹은 국제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결부되어 이익을 만들어 내게 되는 천연자원들” (글로벌 위트니스)
또한 천연자원이 분쟁비용에 쓰이기 위해 개발되거나, 불법적인 활동(소위 테러자금이나 돈세탁 등)의 자금이 되는 자원들도 분쟁 자원으로 분류한다. 즉, 분쟁의 맥락에서 인권침해를 범하면서 개발 및 거래되거나, 인권침해를 뒷받침하는데 쓰일 목적으로 개발 및 거래되는 자원들을 분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분쟁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제각기 다른 킴벌리협약 이행 방안(국내법을 통한 통제방안)들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채굴에서부터 최종 수출입에 이르는 과정까지 통제할 수 있는 단일화된 기준들이 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들은 전면 추적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통제와 감독은 국가기관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업계가 함께 시행하여야 한다. 더불어 킴벌리협약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다이아몬드 생산과 거래에 대한 모든 세부항목을 공개하여야 한다(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세부 내용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석이 아니라 빛을 잃은 생명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


다이아몬드 업계는 현재 분쟁 다이아몬드의 비중은 전체 무역량의 1%(약 0.4%)도 채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드비어스사(社)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반대홍보비로만 140억 원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분쟁 다이아몬드는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분쟁과 인권 침해들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공개되지 않는 정보들과 밀거래들로 인해 그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분쟁 다이아몬드의 퍼센트나 무역량 규모가 아니다. 이미 지난 세기 다이아몬드로 인해 심화된 분쟁들 때문에 4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죽음과,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살아갈 곳을 잃고 고통에서 허덕여야 했음을, 수십만의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30만에 가까운 아이들이 연필 대신 사람을 죽이는 총 자루를 들어야 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 않고 있음을, 나아가 공식적으로 분쟁이 진행 중이지 않더라도,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약 50%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에서 160번째를 전후하여 가난하고, 하루 2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들과 희생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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