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카메라로 권력에 맞서는 행동제안서

미디어액세스권(접근권)의 의미와 현재

장면1. 카메라를 든 미디어활동가
“연행해. 기자 아니잖아. 같이 온 사람이잖아. 버스에 태워. 카메라 비싼 거니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ACT, <몰랐다니! 경찰은 독립미디어를 제약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 시와) 지난 7월, 한미FTA 2차 협상 투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동아일보사 옥상을 점거하였다. 그리고 건물 밑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한순간, 공권력은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당시 현장을 진실의 눈으로 담으려 했던 독립미디어 활동가가 연행되었다. 공권력의 무차별적 연행과 폭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미디어활동가의 연행이었다. 그것도 “기자 아니잖아”라는 현장 경찰 지휘관의 말과 함께. 이와 같은 상황은 종종 목격된다. 경찰들에게 ‘기자’는 매우 중요한 관리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기자에게 주는 특혜이자 권력을 부여하는 방식은 참으로 구태의연하다.



장면2. 카메라를 든 우리들
거리를 보자. 카메라가 넘쳐난다. 다종다양한 카메라의 렌즈가 우리 사는 곳곳을 향하고 있다. 실제 우리는 이제 카메라 기능이 되지 않는 핸드폰은 찾아보기 힘들며, 핸드폰을 통해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기도 한다. UCC(User Created Contents)는 수많은 ‘마빡이’를 만들어냈고, 인터넷 상에는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이 망을 따라 흘러 다니고 있으며 손쉬운 편집 프로그램이 ‘1인 미디어’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 같았던 영상제작을 누구에게나 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디어 민주주의
: 미디어액세스(Media Access)권의 당위성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개정으로 시민의 미디어 접근권을 보호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었다. 현행 방송법 제69조 제6항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인해 현재 KBS는 <열린채널>이라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매체를 통해 편성, 송출되는 것은 미디어액세스권을 실현하고, 실질적 미디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액세스권을 주창한 미국의 법학자 제롬 바론은 그의 『누구를 위한 언론자유인가?』(Freedom of the Press to Whom? The Right of Access to the Mass Media, 1973)에서 액세스권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거대화·독점화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언론미디어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소수의 특권층이나 집단의 자유로 전락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액세스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 즉, 미디어액세스권은 시민들의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다양한 의견과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민주적인 소통방식을 되돌리기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미디어액세스는 기본권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동시에 보호받아야 한다.


미디어액세스권의 중요성은 국제권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1976년 11월 26일에 채택한 「문화적 삶에 많은 사람에 의한 참여와 그 공헌에 대한 권고」는 “…만약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가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진다면, 그들에게 문화의 이득을 즐길 뿐만 아니라 또한 문화발전의 과정에 전체적인 문화적 삶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1997년 ‘문화적 권리에 관한 선언문’ 초안의 제5조 “1. 혼자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에 속해있든 모든 사람은 장애 없이, 그 또는 그녀의 선택에 따른 활동을 통해서 자유롭게 문화적 삶에 접속하고 참여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2. 이 권리는 특히 다음을 수반한다. a)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자유 b) 창조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연구를 수행하고 지식을 습득할 자유”2)를 통해 문화적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는 곧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접근과 향유, 그리고 능동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며, 결국 미디어액세스에 대한 권리와 가치 역시 존중해야한다는 당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 언론매체는 소수(자)의 다양한 표현과 목소리에는 여전히도 관심 밖이다.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당연한 권리와 가치들이 멍들고, 구속될 때에도 정치권력을 위해 앞장섰던 언론매체는 자본의 속성을 노골화시키며 자본권력을 위해 복무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매체는 소수자의 상황이나 주장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기 일쑤고, 때로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변질시키기도 한다. 직접 카메라를 들어라. 주류미디어에 대항하는 언론으로써, 국가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된 ‘나’를 넘어 ‘공동체’로 그리고 한국 사회로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발언을 획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열린채널>이 아니라 “닫힌 채널”
: 미디어액세스권의 현재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디어액세스권이 제도 속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위한 생색에 불과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방송법에 의해 어찌되어도 의무적으로 시청자3)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 송출해야 하는 KBS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시민제작자들을 억압하고 있으며, 결국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은 2001년 5월 5일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닫힌채널>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그 동안 <열린채널>을 통해서 방송된 작품은 200여 편이 훨씬 넘는다.4) 5년 동안 <열린채널>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실제 미디어액세스권이 실현되었는가, 미디어 민주주의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해 7월, <열린채널>에 액세스를 했던 시민제작자들 중심으로 “닫힌채널(http://cafe.naver.com/shutc
hannel)”이라는 모임이 구성되었고, <열린채널>의 의미 복원과 운영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미디어에서 소외받는 사람들, 사회 안에서의 소수자와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 미디어에 대한 접근권을 획득하는 것은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도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운영에서 드러난 KBS 직원의 횡포는 물론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이중심의에 의한 내용의 훼손 등 미디어액세스권은 무늬만 있을 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린채널>이 미디어액세스권을 침해한 사례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선 작품의 내용을 문제시 삼고, 이중심의라는 잣대로 방송을 보류하거나 불허하는 경우이다. 특히 사측, 다시 말해 자본과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프로그램의 경우는 ‘재판 중인 경우’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면피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방송이 되기 전부터 관련 사측으로부터의 공문을 접수하거나 연락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방송을 거부한다. 결국 미디어액세스권의 근원적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접근은 차단되는 것이다.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2005년) : KBS 심의팀을 통해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한다”는 방송법의 근거로 당시 항소심 계류 중인 사안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 보류’에서 ‘방송 불가’ 결정. 삼성화재의 공문을 KBS에서 접수한 이후 방송보류에서 방송 불가 결정.
○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 -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180일간의 투쟁>(2005년) : 사측과 사내 하청지회 간에 다수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근거와 KBS가 하이닉스 사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후 방송보류 결정.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불편함이다. 편성과 송출만(!)을 담당해야 하는 KBS는 정치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로 작품에 대해 간섭하며 오히려 액세스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 <주민등록증을 찢어라>(2002년) : 제목수정 요구, 박정희 생가 부분 삭제요구를 하였으나 제작자가 수용하지 않자 방송 불가 판정 결정
○ <국가보안법과 한총련>(2004년) : 프로그램의 멘트를 문제 삼으며 KBS 담당직원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



이 뿐이 아니다. <열린채널>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KBS가 시민제작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담당PD의 무례한 언행과 고압적인 태도는 물론 KBS의 독단적 판단과 권위의식은 <열린채널>의 주인은 시민제작자이며 동시에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KBS의 소유물인양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드러난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로 제작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5)


○ <우리 안의 다문화가족>(2006년) : 자막 오기를 수정하지 않으면 방송 불가될 수 있다며 KBS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함. 그러나 작품에서 자막 오기는 없었고, 단지 영상에 나온 현수막의 자막 오기를 KBS에서 수정하라며 황당한 요구를 한 경우.
○ <꿈이 자라는 땅>(2006년) : 25분 영상물을 12분으로 재편집할 것을 요구. 이후 제작자는 요구를 받아들여 재 편집본을 제출했으나 제작자의 동의 없이 약 5초를 KBS 직원의 독단으로 삭제한 채 방영함.



이처럼 <열린채널>의 접근은 벽을 뚫고 나가야하는 것만큼 힘들다. 미디어액세스권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 상황은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법 자체에도 모순이 많기 때문에 이중심의로 인한 검열, 프로그램의 운영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미디어액세스권의 이해 부족과 무지, 그리고 방송과 전파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권력으로 작동하며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장면3. 권력에 맞선 시민제작자
지난 12월 14일 ‘닫힌채널’의 시민제작자들은 KBS 앞에서 ‘온기충전운동대회’를 진행하고, 액세스권을 침해하고 있는 KBS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KBS 직원들이 시민제작자들을 향해 욕과 폭행을 자행하였다. 쓰러뜨리고,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목과 허리를 비틀며 말이다. 정치와 자본, 주류의 권력 속에서 발언을 하고자 했던 소수(자)는 권리를 박탈당했고, 결국 방송 권력이라는 벽에 또 다시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시민제작자들은 사회의 온갖 권력에 맞서고 사회적 권리는 물론 미디어액세스권을 되찾기 위해서 2007년의 계획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장면4. 권력에 맞선 우리들
미디어에 접근하기 위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져다준 결과일 수 있으나, 미디어에 대한 접근권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는, 신문은, 그리고 모든 주류의 매체는 소수의 목소리와 주변부의 주장에 대해서 참으로 인색하다. 이들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나’, ‘공동체’, 그리고 ‘사회’를 이야기하고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실천하는 것이 권력에 대한 적극적 균열의 행동이다. 카메라를 들고 권력에 맞서는 2007년의 계획을 분주하게 준비해 볼 것을 제안한다.

덧붙이는 말

1 최영묵, <시민미디어론>, 아르케, 2005년, p.80 2 문화사회연구소, <문화권 NAP 수립을 위한 기초현황 실태조사와 정책연계방안>, 2004년, p.332~333 3 여기서 시청자라고 함은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주체가 방송제작자/독립제작사 등이 아닌 일반 시민, 즉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구성원을 총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박채은, “KBS <열린채널> 5년을 돌아보다 : 열린채널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방안”, 정책토론회 발제문 5 이 밖에도 <에바다 투쟁 6년-해 아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하여>, <외출 혹은 탈출>, <각하의 만수무강>, <농가부채특별법 그 후> 등이 KBS의 액세스권 침해로 문제가 되었으며, 관련 미디어운동단체에 접수되지 않은 피해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시민사회단체시청자참여프로그램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판단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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